보물창고에 들다

by 한유당

'오색영롱전'이 열리는 국립경주박물관에 다녀왔다. '오색영롱, 한국 고대유리와 신라'라는 이름으로 특별전시관에서 열리는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는 각양각색의 유리구슬과 목걸이·팔찌 등 장신구와 유리를 만들 때 썼던 거푸집, 도가니 같은 도구들도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은은한 하늘빛 유리잔과 봉황모양 유리병은 단연 빼어난 자태로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시관를 보기전 입구에서 상영중인 '유리의 길' 영상을 먼저 봤다. 로마와 지중해, 페르시아, 중앙아시아를 거쳐 신라까지 유리잔의 여정은 길고도 험했다. 그 멀고 험한 길을 돌아온 보물은 무덤 속에서 망자의 잔이 되었고, 불탑 속에서 사리를 품고 있기도 했다. 다시 천 년 후 유리잔은 어둠속에서 나와 시간이 만든 이야기를 가득 채우고 신비롭고 아를다운 자태로 서있다.

특별전시관을 빠져나와 신라미술관과 월지관 사이 정원을 따라 걷다보면 작은 개천에 새로 난 다리가 보인다. 그 다리가 끝나는 지점에 '신라천년보고'가 나온다. '영남권역 수장고'라는 또 다른 푯말도 보인다. '신라천년보고'는 경상도 지역에서 발굴한 문화재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보관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문화재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 소장품을 효율적으로 보관하는 곳이다. 전시와 관람이 가능한지는 이번에 와서야 알게 됐다. 전시관에는 출토지역에 따라 나눠진 유물들이 고유번호를 붙이고 대규모로 진열돼 있다.

막내아이가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문화재보존 과학을 전공한다. 이번 학기 전공과목 중 문화재 수리 실습을 하는데, 도·토기류의 접합이론과 수리기술을 배운다고 한다. 박물관 수장고에서 하는 일과 전시된 소장품을 살피면서 내 아이가 이런 공부를 하고 있고, 앞으로 아이의 손으로 복원돼 보여질 보물들을 상상하니 벌써 뿌듯해진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나오는 문장이다. 깨진 기와편이나 녹슨 칼자루, 망가진 토기가 고물일지 보물이 될지는 그것에 깃든 가치를 보느냐, 못 보느냐의 차이다.

그게 안목이다. 역사적 문화적 예술적 가치를 지닌 유물과 유적은 모든 인류의 보물이다. 보고 알고 배우고 지키는 일, 보물을 물려준 것에 대한 보답은 그렇게 해야 하고, 또 그렇게 가르치고 전해야 한다. '신라천년보고' 보물창고에서 한나절 노닐며 눈과 마음을 보물로 한가득 채우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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