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무다. 나무가 되길 원한다. 바람에 흔들려도 넘어지지 않고 무엇에 기대지 않고 온전히 제 힘으로 선 나무처럼, 단단하고 아름답게 보이고 싶다. 나무는 그 자체만으로도 경이롭다. 풍경이나 배경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제 스스로 빛난다.
오래된 나무는 눈길을 끌고 마음을 잡아두고, 오래도록 그 그늘 아래에 머물고 싶어진다. 도산서원의 늙은 매화나무가 그랬고, 내소사 길의 울창한 전나무가 그랬고, 늦가을 운곡서원의 은행나무가 그랬다. 그런 나무를 닮기 원한다. 내가 나무인양 나무처럼 서본다.
브릭샤 아사나는 나무자세다. 땅속으로 뿌리를 깊게 박고, 곧게 서있는 나무를 온 몸으로 형상화한 자세다. 매트위에 양발을 모으고 곧게 서서 호흡을 가다듬는다. 들이마시는 숨에 발바닥 전체를 바닥에 밀착 시킨 후 땅을 힘껏 밀어낸다. 내쉬는 숨에 중심을 잡고 한 다리로 단단히 버티고 다른 쪽 다리는 허벅지 안쪽에 붙인다. 정면을 향해 골반을 열고 몸의 균형에 집중한다.
몸의 가장 아래 발바닥부터 바로 서는 것부터가 나무자세의 시작이다. 내 의식은 지면에 맞닿은 발바닥과 발가락 하나하나에 전해지는 힘을 느끼며 발목과 종아리를 지나 무릎과 허벅지를 잇고 골반에서 허리까지 단단히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코어에 집중된 힘을 다시 뻗어 올려 가슴과 목, 머리를 곧게 연결하고, 위를 향해 뻗어 올린 손끝까지 이어지는 내 몸의 에너지의 흐름에 집중한다.
내 몸 하나 바로 세우는 것조차 엄청난 집중력과 힘을 써야 되는 일임을 배워간다. 바른 자세로 반듯하게 서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않다. 한쪽으로 치우치고 이내 비틀거리고 중심을 잃고 넘어진다. 잘못된 자세와 습관이 몸에 배여 몸의 균형은 흐트러져 있었다. 내 몸을 바로 알고 아끼고 사랑 할 줄 몰랐다. 편안함에 몸을 기대면서 자세는 흐트러졌다. 빨리 가기 위해, 능률적으로 일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만 적당히 쓰고 살았다. 날씬하고 보기 좋게, 남들에게 보여 지는 예쁜 몸을 만들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운동을 했었다.
요가를 시작하면서 달라지는 몸을 느낄 수 있었다. 얕고 빠른 호흡은 늘 긴장되고 바쁜 생활 속에서 습관이 되어 있었다. 숨을 제대로 잘 쉬는 일은 굳이 명상 이라 이름 붙이지 않아도 내 몸과 습관의 변화를 가져왔다. 깊고 느린 호흡을 위해 바른 자세를 의식하게 되고 호흡에 따라 몸의 움직임을 달리하고 충분히 신전시키고 이완시킨다.
나무자세에는 오래된 아름다운 신화가 있다. 나무자세를 할 때 마음속으로 그 아름다운 이야기를 생각하며 몸을 쓴다. 옛날 인도의 라마왕에게는 시타라는 아름답운 왕비가 있었다. 왕비를 흠모한 마왕 라바나가 자신의 성으로 시타를 납치해 왕비가 되어달라고 간청한다. 그는 온갖 감언이설과 금은보화로 시타를 유혹했지만 그녀는 모든 유혹을 거절하고 궁궐 밖 아호카 나무 아래 기대어 남편을 기다린다. 지혜롭고 인내심 많은 아호카 나무는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시타를 위로하고 견딜 수 있는 힘을 준다. 흔들림 없는 사랑이 그녀를 지탱하게 했고, 시타는 구출되어 사랑하는 사람의 곁으로 가게 된다.
나무자세는 아름답고 지혜로운 아호카 나무를 빗대어 만들어졌다. 인내력과 안정감 있는 나무와 같이 전신을 견고하게 세워서 안정감 있게 뻗어 유지하는 자세, 집중력을 높이고 몸의 에너지를 골고루 분산해서 균형감각을 잡아주고 들이 마시고 내뱉는 느리고 깊은 호흡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자세다.
요가의 모든 자세들이 그러하지만, 나무 자세는 몸의 힘을 강화하는 운동을 넘어서 마음을 다독이고 위로해 주는 힘이 있다. 집중과 균형을 통해 매일 쓰고 살아가는 내 몸의 부분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동작을 취하고 유지하고 버티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감각과 통증을 통해 내 몸을 알아가고 이해하게 된다. 숨을 쉬고 참고 내뱉는 일, 그 간격 사이에서 내 안의 나를 깨워 마주 세운다. 마주선 나를 조금씩 알아가고 내가 좋아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