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 와인 찾는 6가지 방법 - 6. 동생 와인
유명한 와인의 치명적인 단점은 가격이 비싸다는 것입니다. 원하는 와인이 예산보다 비싸면 고민이 됩니다. 한 끼 식사에 이만한 돈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와인인지는 먹어봐야 압니다.
학원이나 테이스팅 모임으로 많은 포도 품종과 고가의 와인을 접해봤다면 자신의 취향이 아닌 것 정도는 뺄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하는 생 초보라면 덜컥 고가의 와인을 구입하는 것보다는 적당 선에서 예산을 정하고 하나씩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원하는 와인이 예산 범위를 벗어난다면 동생 와인을 찾아보세요. 한 와이너리에서는 여러 수준의 와인을 만듭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선별한 포도로 만들어 오래 숙성시킨 고급 와인과 편하게 바로 마실 수 있는 저가용 와인을 만듭니다.
코노수르 비씨클레타 메를로
CONO SUR BICICLETA MERLOT
메를로 85%, 블렌딩 15%
칠레 > 센트럴 밸리 / 코노수르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8개월 동안 숙성하여 신선한 과일향이 특징입니다.
코노수르 20배럴 메를로
CONO SUR 20 BARRELS MERLOT
메를로 88%, 카베르네 소비뇽 6%, 시라 6%
칠레 > 콜차구아 밸리 / 코노수르
20배럴 분량만 한정적으로 만들며 탄생한 ‘리미티드 에디션’. 손으로 수확한 포도로 양조해 16개월 간 프랑스산 오크 배럴에서, 1개월 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숙성합니다. 검붉은 과일의 향과 캐러멜, 향신료 향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향을 가집니다.
두 와인은 생산하는 와이너리만 같고 지역, 품종, 숙성 기간이 모두 다릅니다. 20배럴 메를로는 한정판입니다. 일반 와인인 비씨클레타 메를로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농익은 향에 깊은 맛을 냅니다. 비씨클레타 메를로는 20배럴 메를로보다 가볍고 신선한 과일향을 지닙니다. 버전은 다르지만 ‘코노수르’가 만들어내는 신선하고 섬세한 풍미는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한 와이너리에서 이렇게 데일리 와인과 리미티드 와인을 만듭니다. 데일리 와인은 신선한 과일 향에 가볍고 마시기 좋은 스타일로 만듭니다. 리미티드 와인은 선별된 포도로 더 오랜 숙성기간을 거쳐 만듭니다. 숙성될수록 바디감은 높아지고 농익은 과일, 오크 향 등 향이 복합적으로 변합니다.
와인마다 다르지만 가격차이가 3~5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저가 와인과 고가 와인의 가장 큰 차이는 숙성 기간입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가격차이만큼 맛은 완전히 다릅니다. 막 만든 김장김치와 김치찌개는 맛이 완전히 다르죠.
하지만 예산이 정해져 있다면 선택해야 합니다. 낮은 가격에 비슷한 스타일을 찾는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다른 나라에서 생산되는 같은 포도 품종을 찾는 것입니다. 숙성기간을 비슷한 걸로 찾아야겠죠.
이 방법도 원하는 스타일과 완전히 같을 수는 없습니다. 나라가 달라지면 기후가 달라집니다. 그러면 같은 포도 품종이라도 숙성도의 차이가 생깁니다. 포도가 다르니 숙성 기간이나 블렌딩에 따라 더 큰 차이가 생기게 됩니다.
와인을 거의 접해보지 못한 초보라면 이런 차이를 찾아 헤매는 것보다는 같은 와이너리의 저가 와인을 마셔보길 추천합니다. 숙성을 짧게 한 와인은 포도 품종의 특징이 잘 살아있습니다. 숙성 방식이나 정도에 따라 그 갈래가 계속 변합니다. 그러니 여러 포도 품종을 겪어보고 고가 와인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초보자는 저가 와인을 먼저 마셔보길 권합니다. 여러 포도 품종을 경험해보는 게 나중에 스스로 와인을 고를 때 많이 도움이 됩니다. 저가 와인 중에는 기본적으로 가격이 비싼 품종이 있습니다. 바로 피노누아(Pinot Noir)입니다. 재배가 어려워 숙성을 오래 하지 않은 저가 와인도 기본 가격이 비쌉니다.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 지역에서는 블렌딩을 하지 않고 한 가지 포도 품종으로 와인을 만듭니다. 적포도 품종은 모두 피노누아(Pinot Noir)입니다. 밭과 생산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10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하니 엄청나죠? 밭의 차이가 가장 크지만, 생산자의 양조 방식 영향도 만만치 않게 큽니다.
와인은 숙성을 어떻게 얼마나 하는지에 따라 향이 더해집니다. 그래서 부르고뉴 지역 와인은 판매처에서 제공하는 테이스팅 노트에 숙성방법과 숙성기간이 자세하게 적혀있습니다. 향이 얼마나 더 복합적으로 잘 어우러지는지가 고급 와인의 기준입니다.
부르고뉴 와인은 어렵습니다. 라벨에 밭의 이름과 생산자를 씁니다. 밭은 샹볼 뮈지니(Chambolle-musigny), 샹베르탱(Chambertin), 샤름 샹베르탱(Charmes-Chambertin), 뉘 생 조르주(Nuits-saint-georges) 등 많습니다. 밭 이름 아래에 생산자나 양조장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어떤 특징을 가진 밭에서 만든 포도로 누가 만들었는지가 맛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밭과 생산자를 강조한 라벨을 씁니다.
한국으로 치면 와인에 합정동, 서교동, 공덕동이라고 쓰여있고 그 아래에 철이네, 순이네, 김씨네 이렇게 생산자 이름이 적혀있는 거죠. 라벨 중심에 "서교동"이라고 적혀있고, 그 아래에 "철이네"라고 쓰여있다면, 철이네가 서교동에서 재배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생산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와인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철이네"가 누군지 모르면 어떤 맛인지 알 수 없죠.
부르고뉴의 밭 이름을 쓴 와인은 100% 피노누아(Pinot Noir)입니다. 모든 와인이 밭 이름을 쓰면 저가 와인은 뭐라고 쓸까요? 바로 부르고뉴(Bourgogne)입니다. 밭을 지정하지 않고 부르고뉴에서 재배된 피노누아로 만든 와인이라는 뜻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마포구’라고 쓰여있는 거죠. 정확하게 어느 동에서 나온 지는 모르지만 마포구에서 재배된 피노누아라는 표시입니다.
부르고뉴 와인은 생산자나 빈티지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큽니다. 와인 입문자가 모든 생산자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해마다 빈티지가 좋았는지 일일이 찾아보기는 더 어렵죠. 간단하게 저가와 고가 와인을 구분하는 걸로 충분합니다. 라벨에 부르고뉴라고 적혀있다면 저가 와인, 특정 밭 이름이 적혀 있으면 고가 와인으로 구분하세요.
루이 자도 부르고뉴 피노 누아
LOUIS JADOT BOURGOGNE PINOT NOIR
와인의 일부는 오크 배럴에서, 일부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 및 9~12개월간 숙성해 병에 넣습니다. 빈티지에 따라 5~7년 더 두고 숙성해서 마셔도 좋습니다.
루이 자도 샹볼 뮈지니
LOUIS JADOT CHAMBOLLE MUSIGNY
샹볼 뮈지니는 우아함과 섬세함의 대표 와인으로, '부르고뉴의 레이스'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프르미에 크뤼의 경우 생산자나 빈티지에 따라 좀 더 굳건한 스타일을 만들기도 합니다. 3~4주 동안 큰 통에서 발효 후 병에 담기 전 12~15개월 동안 오크 배럴에서 숙성합니다. 빈티지에 따라 10~12년 더 두고 숙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