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옛날, 우리가 신혼부부였을 때 우리는 각자의 과거를 향해있거나 우리의 미래를 향한 부부싸움을 자주 벌이곤 했다. 대부분의 싸움은 잊혀졌지만 지금 생각해도 무척 건설적인 말다툼 하나가 기억난다.
말로만 가족계획을 세우고 지우기를 반복하던 그 때, 남편은 아이가 태어나면 가위,바위,보 도 한 번 져주지 않는 아빠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를 조기교육 시키겠다는 남편의 말에 나는 집에서만이라도 끊임없이 승리하게 해줘야하는 게 아니냐며 패배자처럼 화를 냈다.
딸아이는 나와 보드게임을 하지 않는다. 내가 정정당당하게 딸아이를 이겼기 때문이다. 남편이 나를 따로 불러 조용히 한마디했다.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딸아이에게 일부러 져주고 있었는지를.
이기고 지는 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나는 딸아이에게 패배감을 안겨주고, 지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남편은 딸아이를 차마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극적으로 다른 말과 행동, 생각과 마음이 한데 모이면 사람이 된다.
7월 한 달동안 딸아이는 아무데도 가지 않고 집에서 놀았다. 부모 자식이 한 시도 떨어지지 않고 같이 지내도 좋은 시절은 나와 딸아이 사이에서는 이제 끝난 것 같다.
심심해서 어쩔 줄 모르는 딸아이와 나는 창문에다 플레이도를 붙이면서 틱택토 게임을 했다. 곧 오목도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기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하는 게임이 은근히 어렵다. 카페트에 플레이도를 떨어뜨리고 밟는 둘째는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