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리와 신발

by 준혜이

하키 스틱을 들고 둘째가 딸아이를 쫒아다니며 아가리아가리를 외친다.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둘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I got it. 집 안에서 나는 어른의 큰 웃음소리는 아이들이 부리는 요술이다.


딸아이는 어린이집에 가기 전까지 한국말만 했다. 그 때 나는 어린이집에 적응하고 친구를 사귀기 시작하면 딸아이가 생각보다 빨리 한국말을 잊어버릴꺼라는 사람들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딸아이를 붙잡고 열심히 영어를 가르쳤다. Stop pushing me, It's mine.


둘째는 딸아이보다 말이 늦다. 그래도 식구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엿듣는 둘째의 표정에 우리처럼 말하고 말겠다는 의지가 있어보인다. 자신이 제외된 대화 속에 왜? 왜? 둘째가 추임새를 넣는다. 둘째에게도 말을 많이 시켜야겠다. 오늘 네 기저귀는 몇 개나 갈아야 될 것 같니?


딸아이는 요즘 주로 영어로 얘기한다. 만화도 한국말로 더빙된 걸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어느 날 둘째가 중얼중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는데 나는 그게 영어라고 확신한다.


신발은 아이들이 발음하기 어려운 한국말 중에 하나다. 현관문 입구에서 나에게 빨리 신발을 신기라고 부정확한 발음으로 짜증내며 신발거리는 둘째때문에 웃다가 나는 둘째에게 계속해서 말로 신발세례를 받았다. 이런 신발, 아가리.


어제 목욕을 하면서 둘째가 Can you 물? 이라고 했다. 물을 더 틀어달라고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딸아이가 만든 첫번째 영어, 한국어 문장은 It's 너무 dark 였는데. 아이들이 가꾸는 두 언어가 사이좋게 한 문장에서 나를 웃긴다. 내가 신발 앞에서 웃는 이유는 아이들이 되도록 늦게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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