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큰 집으로 이사했다. 배가 아프지는 않다. 그냥 친구 집에 자주 놀러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큰 집에서 살게 되는 건 식구가 하나 더 느는 것과 같은 책임과 비용이 드는 것 같아 보인다. 나는 되도록 오랜 시간을 무책임하게 내 손에 주어지는 것이 무엇이든지, 얼마든지 낭비하면서 살고 싶다.
언젠가는 우리가 아이들에게 각자의 방을 내어줄 수 있는 집에서 살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딸아이의 나이였을 때 우리에게는 이미 혼자만의 방이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어린 나의 사생활은 한계가 분명한 자유와 어디로부터 인지 모를 단절이었다. 그래서인지 방이 모자란 지금에서 벗어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지는 않는다.
친구에게 커진 건 집인데 친구의 아이들이 부쩍 커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얘기했다. 친구도 그렇다고 했다. 아무래도 우리가 그 집에서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될 아이들의 미래를 그려보기가 쉬워서 그랬던 모양이다. 나는 되도록이면 오늘만 생각하고 내일을 외면하고 싶다. 그럴 리 없겠지만.
준혜이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