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에서 현관문을 열면 왼쪽에는 차고로 들어가는 문이, 눈 앞에는 좁고 가파른 계단 열 다섯 개가, 그 계단 옆으로는 벽장문이 보인다. 우리집에 손님이 오면 내가 열어준 현관문 안으로 들어와 신발을 벗고 내 뒤를 따라 계단을 오르고 그 꼭대기 왼쪽에 나있는 문까지 통과해야 한다. 현관에서 거실까지 가는 동안 좁고 기다란 곳에서 서로의 안부를 주고 받고 나는 가끔 뒤를 돌아 손님의 얼굴을 바라보는 예의를 차려본다. 집에 누가 오는 게 좋은데 초대는 어렵다.
나에게 줄 책이 있어 아는 사람이 우리집에 잠깐 들렀다. 우리집에 처음 와보는 사람이었는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집이 좋네요, 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현관문이 열리면 그 순간부터 그 공간은 집인 것이다. 무엇이 우리집을 좋아보이게 하나 생각해보는 동안 거실에 도착했다. 우리집이 좋은 이유는 우리가 이 좁은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서로의 뒷모습을 한 번씩 봐줘야하기 때문이라고, 아는 사람이 우리집을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아는 사람이 거실에서 현관으로 나가는 문을 지나쳐 부엌으로 들어갔다. 우리와 한 몸같은 집에서 우리는 생각할 필요없이 화장실을 찾아 들어가고, 바깥을 드나드는데 사람들은 우리집을 헤맨다. 다른 구조의 집 속에 사는 우리가 서로를 잘 모르고 당황하면 둘 중에 그 집을 더 잘 아는 사람이 도와주면 된다. 아는 사람은 마지막까지 현관문, 차고문과 벽장문을 차례로 두리번거리며 어쩔 줄 몰라했다. 나는 팔을 쭉 뻗어 현관문을 열어주고 잘 가시라 인사했다. 한 번에 많은 것을 본 사람만이 어느 문을 열고 나갈 지 머뭇거리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준혜이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