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르고
이곳저곳에서 살기 시작했다.
사는 동안 알게 되는
여기저기의 모든 것들이
나를 편하게 했다.
떠나기도 쉬웠다.
아무것도 모르고 사랑에 빠지면
사랑하는 동안 알게 되는
모든 것들로 살다가
울기도 한다.
여행한다.
연애한다.
페이스북에서 보여준 7년 전의 포스팅. 1년에 한 번씩 집을 옮기고 여행도 자주 다니던 시절이었다. 프랑스에서 지내게 될 시간을 앞두고 있던 때이기도 했다. 가본 적 없는 나라에서 새해를 맞이 할 생각에 들뜨기만 할 줄 알았던 마음은 그동안 내가 살다가 떠나온 곳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게 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는 프랑스에서도 한몇 년은 살다 돌아온 사람이 되어 마음이 차분해졌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낯선 곳에서 그 존재감이 더욱 두드러지는 가족과 계속 함께일 거라 생각하면 우리가 언제 어디서나 해야 할 일이 단순하고 분명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사를 자주 다니면 가족만이 전부이고 유일한 시기를 여러 번 겪게 된다. 그럴 때 우리는 서로를 한없이 의지하다 그러지 않기를 다짐하고 서로의 비위를 제대로 맞추는가 하면 복수를 꿈꾸기도 한다. 아무리 공간을 이동하고 시간을 토막 내도 변함없이 그대로인 우리를 확인하는 순간, 그 잔인한 완결성은 아무래도 우리가 우리의 실수로 시작된 건 아니라고 알려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제 자주 떠났다가 한 곳으로 돌아오는 데에 익숙해졌다. 여행을 작은 이사라고 여기며 지금 이 곳으로만 되돌아오는 일에 만족할 줄도 알았다.
우리는 이 곳에서 5년을 살았다. 그동안 많은 친구들이 다른 도시로 떠나버렸다. 떠나는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면 가족만이 전부이고 유일한 시간이 다시 찾아왔다는 걸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친구들을 하나, 둘 떠나보내는 생활은 우리의 이사보다는 작고, 우리의 여행보다 큰 이사였다. 그래서인지 여기서 보낸 5년이 못 견디게 지루하지는 않았다. 물론 해마다 여름이면 이사 가고 싶어 하긴 했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이 곳에 살기 시작해서 알게 된 사람들이 나는 편하고, 우리를 쉽게 떠날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어쩐지 이 정도면 됐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그건 아마 우리가 헤어진 다음을 기대해도 좋을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내년 여름에 이 곳을 떠난다.
준혜이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