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집으로 와 04화

안녕, 친구

by 준혜이


딸아이의 친구가 텍사스로 이사 갔다. 아이들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친구였다. 같은 동네에 살아서 아이들은 친구로, 어른들은 그저 아는 사이로 4년을 보냈다. 날씨 좋은 날이면 놀이터에서 같이 노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어른들은 가벼운 대화와 침묵을 나누었다. 그게 아이들이 서로를 베스트 프렌드라고 부르는 것만큼 우리를 가깝게 하지는 못했어도 누구 엄마, 아빠 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웃을 수 있게 할 정도로는 만들었다.

딸아이 친구 집에 처음 초대를 받았을 때 고맙다고 말하고 긴장해서 어쩔 줄 몰랐던 기억이 난다. 딸아이 친구네가 무슬림이어서 그랬다. 아이들에게 뽀로로를 보여주고, 나에게 단어 몇 개를 배워 우리를 보고 안녕, 친구라고 인사하는 딸아이 친구의 엄마를 좋아했지만 히잡을 쓴 모습은 자꾸 봐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아름다운 천이라고는 자주 생각했으면서 말이다. 아이들이 2학년이 되었을 때 딸아이의 친구도 히잡을 쓰기 시작했고, 3학년이 되자 무슬림 여자 학교로 전학을 갔다.

딸아이의 친구 집에서 나는 여자가 주는 대로 먹고 마셨다. 채식을 하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콩의 종류와 쌀의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여자가 이런저런 향신료와 우유를 섞어 끓여준 짜이를 맛보고는 더 이상 스타벅스 차이 라테를 돈 주고 사 먹을 수 없게 되었다. 미국에서 무슬림으로 아이를 키우기가 어렵다며 자신은 경찰서에 끌려가더라도 아이들을 엄하게 가르칠 거라던 여자, 남자가 하루 동안 여자 생각을 몇 번이나 하는지 정확한 숫자로 얘기해주는 여자 옆에서 나는 가치관이 부재하는 삶에 대해 생각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우정이었다.

마지막까지 우리는 딸아이 친구의 가족을 배웅했다. 잘 있어, 잘 지내, 놀러 와, 연락해, 보고 싶을 거야. 정말 좋은 시간이었어. 안녕,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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