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이나 목요일쯤이면 부동산 앱에 New라고 쓰인 작고 빨간 말풍선이 지도 위로 뜬다. 지난주에 집주인들이 팔기로 결정한 집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아 우리는 주말에 보스턴에 가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부동산 중개인에게 남편이 전화를 걸어 다음 주에나 보자고 말하고 통화를 마치자마자 내 마음에 쏙 드는 집이 부동산 앱에 떴다. 우리는 마음에 들지 않던 그 집들도 직접 보기로 하고 토요일을 기다렸다.
3주 전에 집을 보러 갔을 때 0으로 시작하는 주소의 집이 있었다. 나는 그 집 말고 주소만 갖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 동네에 1번과 2번 집이 먼저 지어졌는데 0번 집의 자리가 맨 앞이라 벌어진 일이라고 부동산 중개인이 말해주었다. 그 집은 주소만큼 특이한 구조에 집안 인테리어도 예사롭지 않아 제대로 된 임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나 역시 집 안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동안 그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집주인이 어떤 사람인지가 점점 더 궁금해지기만 하는 것이었다. 취향이 확고하고, 스스로의 취향을 타인에게 드러내길 주저하지 않으며, 거기다 지출마저 아끼지 않는 사람이 집을 팔 때, 그건 정말 집만 내놓는 것일까.
1983. 자신의 출생 연도를 주소로 살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그 집은 이미 우리 집이 되었고 나는 매일 밤 부동산 앱에 올려진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잠이 부족한 어느 날 아침, 나를 집으로 만들면 바로 그렇게 생겼을 거야,라고 내가 말했더니 남편이 자신은 세상에 그 어떤 집을 보더라도 그런 마음은 들지 않을 거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가 그 집을 사게 되지 못했을 때 집주인에게 쓸 편지를 준비하고 있어. 당신한테는 결국 돈 문제였겠지만 저에게는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 미루어진 거예요. 그래서 우리의 기대와는 다른 인생을 마주하게 되어버렸고요. 아무 대답이 없는 남편에게 나는, 그리고 그 집주소로 계속 편지를 보낼 거야. 행복하니?
보스턴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남편이 기대한 것보다 집이 별로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그 집 사진 찍은 사람한테 연락할 거야. 그래서 앞으로 우리 가족사진, 애들 입학 사진, 졸업 사진, 결혼사진, 우리 영정 사진 다 그 사람한테 찍게 할 거야. 가만히 듣고 있던 딸아이가 엄마, 뭐라고 하는 거야? 했다. 나는 아니야, 하면서 어른이 된 딸아이가 자신의 남자 친구나 남편에게 나처럼 말하고 있는 장면을 한 번 상상해봤다.
1Q83. 이 곳에는 두 개의 달이 뜬다. 집이 지어진 해부터 지금까지 이 집을 지켜온 한 가정의 일생과 그들이 떠난 자리를 이어 살아나갈 우리 가정의 일생, 이라고 쓰고 여기저기 집주소를 알리며 내가 태어난 연도랑 똑같아, 떠들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집 사진을 찍은 사람이 값비싼 조명을 쓴 건지, 포토샵으로 사진 수정을 잘 한 건지 바깥에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거나 말거나 집안은 어느 곳이나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나무 그늘 빛이었다. 정말 이러기도 힘들지 않나? 생각하면서도 나를 집으로 만들면 이 집 같을 것 같다던 마음만은 그대로였다.
다음으로 가본 집은 공동묘지 옆에 있는 집이었다. 카메라 프레임에 담지 않은 이 집 앞뜰의 왼쪽이 바로 공동묘지였던 것이다. 아이들이 그 집을 구경하러 들어가는 것조차 꺼려하길래 나는, 우리 이웃은 영혼입니다, 하나도 시끄럽지 않아요,라고 말하며 아이들의 손을 잡고 별로 관심도 없는 집을 보러 들어갔다. 그리하여 우리는 사이좋게 날마다 공동묘지를 함께 산책하는 가족이 되었답니다.
설마, 그럴 리가요.
준혜이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