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 - 김미리 지음
식물리에서가 4월 북큐레이션
'텃밭 가꾸는 시간'
매월 하나의 주제로 서가의 책을 준비합니다.
여기저기 새싹들을 보니 뭐라도 심어보고 싶어지는 4월은 '텃밭'을 주제로 책을 선정했습니다.
선정한 책은 매주 한 권씩 추천과 리뷰를 전합니다.
4월 첫 번째 책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 김미리 지음, 휴머니스트
p.60
첫 계절에는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 덕분에 이제는 알게 된 몇 가지가 있다.
작물들의 성장 속도는 모두 같지도, 일정하지도 않다.
훌쩍 자라기 위해서는 가끔 거센 비바람이 필요하다. 작물들이 더 잘 자라게 해 주려면 적당한 간격과 적당한 때의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저답고 튼실한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식물리에 추천
#번아웃 #시골집 #텃밭
마음속 심지가 짧아지고 있는 게 느껴져 번아웃이 걸정 될 때,
내 안의 '진짜 나'에 대해 궁금해지는 순간이 잦아질 때에 필요한 책
'5도 2촌' 일주일의 5일은 도시, 2일은 시골에서의 삶.
반려묘와 함께 금요일 밤 시골집으로 돌아갔다가, 일요일 밤 서울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책을 읽을수록 그 소중함을 깨닫는 나를 돌아보는 시간들.
도시와 시골(자연)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가며 단단해져 가는 저자가 부러워지는 책.
꺼져가던 저자의 삶은 연고도 없는 타 지역의 폐가를 덜컥 사버리며 조금씩 다시 따뜻해졌다. 나의 취향을 담아 집을 고쳐가는 과정들과 조용한 시골 아침에 모닝페이지를 써가는 일들, 아무도 밟지 않는 눈을 바라보는 날들을 거치며 자기만의 온기를 쌓아 간다. 마당에 작은 텃밭을 가꾸며 생전 처음 김치를 담그고 비 오는 날엔 그 김치로 만든 김치전을 이웃집 할머니의 부추전과 바꿔 먹는다. 밭의 깊이갈이를 통해 진정한 휴식이 무엇인지 깨닫고, 수확한 맵지만 달큰한 햇양파 맛보며 고민을 돌파하는 힘을 배워간다.
※주의※
시골살이가 로망인 사람들에게는 다소 위험한 책이다. 특히 책 말미에 실린 저자가 팁이 너무 친절하다. 폐가 구입부터 공사과정까지의 알면 좋은 점들과 주의할 점들을 읽으면 왠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생긴다. 이번주부터 당장 집을 찾으러 가게 될지도 모르니, 이 점 주의하시길!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
서울에서의 지친 삶에서 무작정 도망가려고 시작한 저자의 시골살이는 결국 그녀가 있어야 할 곳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그러나 그곳은 시골이 아닌 여전히 서울이었고, 그녀는 여전히 직장인의 삶을 산다. 다만 이제 저자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하고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똑같은 일에도 빨리 지쳐갔다. 스트레스가 내 마음속 심지의 '여유'구간을 몽땅 태운 지는 이미 오래다. 그럼에도 외면했던 스트레스가 심지 전체를 다 태워버리려 할 때에는 하루정도 아예 일을 놓아버린다. 그러면 겨우 다음 일정을 소화할 만큼의 심지를 다시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다 최근에 겁이 나는 일이 있었다. 분명 방금 전에 내가 뭐라고 말을 했는데 불과 몇 초 후에 그 내용이 전혀 기억이 나질 알았다. 이러다가 내가 다 타버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다.
서둘러 속도를 늦추고 재정비 시간을 챙기기 시작했다. 충분히 쉬지 못한 몸과 마음은 딱 그만큼씩 예민해져 가시가 되었고, 가까운 사람들을 할퀴고 있다는 것도 그때서야 눈치챘다.
p.156
집에 돌아와 텃밭을 들여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농사도 꼭 나같이 짓고 있었다.
잠시 쉬는 것, 자세히 살피는 것, 더할 것은 더하고 뺄 것은 빼는 것.
필요하고 중요한 일인데, 매번 놓치고 말았던 것처럼.
어쩌면 어느 날 도망치듯 시골 마을을 찾아온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숨 고를 틈도 없이 비료만 훌훌 뿌리곤 새로운 작물을 심듯 매 계절을 보내다 보니 일상을 굴릴 힘을 완전히 잃었다.
지쳐나가떨어질 때쯤 떠나곤 했던 며칠짜리 휴가는 그때뿐이고 결국 무엇을 심어도 건강히 영글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이번 주는 수확을 마친 땅에 깊이갈이를 하듯 주말을 보냈다.
마냥 비워진 것처럼 보이지만 다음을 위한 준비인 것처럼 그렇게.
책은 정말 신기하다. 내용을 알고 고른 책들이 아닌데, 읽는 책들마다 그때 그때 나에게 필요한 말들이 적혀 있다. 지난주 식물리에서가로 소개한 <걷는 사람, 하정우>도 그렇고 이번주 책도 그렇고 어쩜 그렇게 나에게 지금 꼭 필요한 위로가 담겨있는지 신기하다.
인생은 늘 의도하지 않은 대로 흘러지만 적어도 내가 탄 보트의 노 정도는 내가 쥐고 있어야 한다. 저자는 덜컥 폐가를 사고 집을 고치는 시골살이 준비과정에서 그 노를 단단하게 쥐게 된 것 같다. 감사하게도 책을 읽으며 나도 다시 한번 나와 내 상황을 정비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p.21
그래서 나는 이 오롯한 시간, 고요한 숲 속에서 쭈뼛쭈뼛 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네 마음 나도 안다고.
지난 한 주도 나로 사느라 고생 많았다고.
이번 주말도 재밌게 보내자고
텃밭과 마당이 있는 시골집에 살게 된다면
무슨 식물을 심을지, 어떤 동물친구들과 함께할지는 이미 마음속에 다 담아 두었다.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언젠가'를 과감하게 빼고 실행하는 일만 남았다.
'언제가는 시골집에서 살아볼 거야'에서
'언젠가'를 빼버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