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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6 바나나

노란 바나나

by 식물리에


며칠 전부터 입에서 바나나 맛이 맴돈다. 올해 벌써 두 번째다. 벼르다가 오늘은 꼭 바나나를 사 먹기로 마음먹고 바나나를 향해 출발했다. 바나나를 살 때마다 언제나 가격과 양 사이에서 저울질하게 된다. 도대체 어디에서 생기는지 모르겠는 초파리 때문에 딱 2-3일 정도의 양만 사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다.


시장에서 파는 한 다발에 3천 원짜리를 슬쩍 보니 앞줄에 8개 뒷줄에 7개가 달려 총 15개다. 평일 내내 매끼 바나나를 먹어야 다 먹는 양이다. 그렇다고 편의점에서 하나에 천 원 꼴인 바나나를 살 수는 없다. 결혼을 하면 입이 하나 늘어서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남편은 바나나를 먹지 않는다. 평생 바나나를 살 때마다 마음속 저울을 꺼낼 수밖에 없어졌다.


좀 더 걷다 보니 8개에 천오백 원짜리 바나나를 판다. 오예! 냉큼 지갑에서 천 원짜리 두 장을 꺼냈다. 적당한 양과 적당한 가격에 바나나를 구해 꽤 신이 났다. 돌아가는 길에 바나나 한 송이를 땄다. 하루에 2-3개씩 먹으려는 계산을 하면서 하나를 까먹었다.


이렇게 달콤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한 바나나를 남편은 왜 먹지 않는 걸까.


빵을 잘 구워서 땅콩잼을 슥슥 바르고 바나나를 오이처럼 어슷 썰어 먹고 싶어 졌다. 칼로리가 어마어마하겠지만 다음 끼니때 까지는 든든하겠지. 하필 자주 가는 빵집이 휴가라 바나나를 다 먹을 때까지 빵을 구할 수가 없다. 적은 양의 땅콩잼은 또 어디서 구하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어느새 바나나를 하나 더 먹어버렸다. 덕분에 예상보다 초파리를 만날 가능성은 하루 더 줄게 되었다.


글을 쓰며 상상을 해서 그런지 또 입에서 바나나 맛이 난다. 오늘 이미 바나나를 두 개? 세 개? 나 먹었는데 또 바나나가 먹고 싶어 진다. 내일 하나 더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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