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잠들어 있는 추모공원은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버스로 한 시간 남짓, 도시를 벗어나고 얼마 되지 않아 ‘에덴공원’을 안내하는 큼지막한 표지판이 보였다.
“이제, 누구 만나러 가는 건지 물어봐도 돼?”
송이가 바깥 풍경에 시선을 꽂은 채 말했다. 지금껏 송이는 질문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제,라고 말하며 주저하는 송이의 모습이 조금 안쓰러워 보이면서도 고마웠다.
“우리 엄마… 거의 다 온 것 같아.”
“뭐?!! 야! 그걸 이제 말해주면 어떡해?! 그런 줄 알았으면 좀 더 신경 쓰고 왔을 텐데!”
송이가 안절부절못하며 부산을 떨더니 거울을 끄집어 내 자기 모습을 살피기 시작했다.
“네가 이제야 물어봤잖아. 그리고, 지금도 충분히 예쁘니까 신경 쓸 거 없어.”
“내가, 예뻐?”
별안간 송이의 목소리가 나긋나긋해졌다. 내가 슬며시 고개를 끄덕이자, 송이는 한결 침착해진 몸놀림으로 흩어진 머리칼을 쓸어 올리고는 고개를 돌려 뒷머리를 하나로 묶어 올리기 시작했다.
“이신우, 네가 드디어 정신 차렸구나. 내 미모를 알아보는 걸 보니….”
송이가 다시 내 쪽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더니 두 눈을 깜빡거려 보였다. 송이의 장난스러운 눈짓도, 엄마에게 잘 보이겠다며 어수선한 모습도, 이따금 애교를 부리는 미야만큼이나 귀여워 보였다.
추모공원은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버스를 내려 오분쯤 걷자 공원 입구가 나타났다. ‘에덴공원’이라는 간판 주변으로 각양각색의 꽃과 가을빛이 들기 시작한 나무들이, 쏟아지는 가을 햇볕아래 저마다의 생명력을 뽐내며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천천히 공원 안으로 들어서자, 바람에 실려오는 이름 모를 꽃향기가 우리를 맞아주는 듯했다. 공원 입구를 기준으로 산 자와 죽은 자의 영역이 나눠지는 것 같아, 입구 안쪽으로 발을 내딛으며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살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엄마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서 감춰지고 잊힌 대상이었던 죽음은, 이 넓은 공간에서 수많은 망자들을 품은 채 매일매일 ‘산 자’들과 공존하고 있었다.
따가운 햇살이, 울창한 나무들이 있어 좋았다. 죽음은 어둡고 무겁고 불편한 ‘그 무엇’으로 내 머릿속에 새겨져 있었다. 그래서 여기 오는 길 내내 두려운 마음이었다. 어두운 공간 속에 갇혀있을 엄마를 맞닥뜨릴 자신이 없었기에. 송이가 동행해주지 않았더라면 나 혼자 여기까지 올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자신이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내딛던 어느 순간, 나무들 사이 어디에선가 새소리가 들려왔다. 피곤해 보였던 송이의 얼굴이 환해지던 그때, 송이와 내가 거의 동시에 소리 나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참새인지 박새인지 모를 자그마한 새들이,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종이꽃가루들이 흩날리듯, 무리 지어 나무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두려운 마음이 잦아드는 것 같았다.
“너는 여기 오면서 꽃 한 송이 안 가지고 오냐?”
송이가 내 빈손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흘끔거렸다.
“꽃은 금방 시들잖아. 언제 또 올지도 모르는데 엄마 앞에 시들어가는 꽃 놓여있는 건 싫어… 그리고 아마, 생화는 이곳에 반입이 안 될 거야.”
“왜?”
“관리하기 힘들어서이지 않을까?”
문득 생각이 들었다. 죽은 사람일수록 살아있는 꽃이 더 보고 싶지 않을까 하는. 제사상 위의 윤기 흐르는 흰쌀밥처럼, 생기 가득한 꽃을 필요로 할 것 같다는.
“그런데 너, 왜 나랑 같이 오자고 한 거야?”
“자신이 없어서… 처음 보는 엄마한테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도 잘 모르겠고. 송이 넌 여자니까, 그래도 나보다 더 알 것 같고….”
그게 이유의 다는 아니었지만, 나는 이렇게만 말하고 말았다.
“뭐, 그런 거라면….”
송이가 납득된 듯한 얼굴로 여러 번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 높지 않은 곳이었는데도 엄마에게로 올라가는 길은 멀게만 느껴졌다. 등에 땀이 솟아나려 할 때쯤에야 엄마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엄마의 유골함은 실내가 아닌 실외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엄마가 꽃이 피고, 매미가 울고, 낙엽이 지고, 눈이 내리는 계절의 변화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안도감 같은 게 느껴졌다. 그러나 막상 엄마를 마주할 용기는 쉬이 나질 않았다. 뒤편에서 쭈뼛거리며 서 있는 나를 곁눈질하던 송이가, 한숨을 내쉬더니 씩씩한 발걸음으로 먼저 엄마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안녕하세요! 전 신우 친구 한송이라고 해요. 어머니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
송이의 높고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고요에 잠겨있던 공기 중으로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듯 울려 퍼졌다.
“야, 너 뭐 해? 이리 와서 너도 인사해야지?”
송이가 뒤를 돌아보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그곳에 엄마가 있었다. 수백 번도 더 불러본 그 이름. 할머니의 장롱 속 사진과 같은 그 모습 그대로. 하지만 사진으로 만난 엄마는 마치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인물을 보는 것처럼 실감이 나질 않았다.
“엄마….”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내 눈에 엄마의 유골함 위 숫자들이 들어왔다. 엄마의 탄생과 죽음을 알려주는 두 줄의 숫자. 그 두 줄 사이 살아있던 엄마에게 있었을 수많은 나날들 중, 내가 기억하는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불현듯 너무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일었다. 나를 처음 마주한 엄마가 내게 지어 보이는 미소가 살아 숨 쉬는 게 아닌, 사진 속에 박제된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들이 뒤섞여 내 안에서 소용돌이쳤다.
“신우 너 여섯 살 때 돌아가셨구나….”
놀란 표정과는 다르게 담담한 목소리로 송이가 말했다.
“엄마 얼굴이 기억이 안 나….”
불현듯 눈물이 솟아날 것 같아 눈에 잔뜩 힘을 싣고 입술이 아파오도록 깨물었다. 할머니 장례식장에서도 보이지 않았던 눈물을 처음 마주한 엄마 앞에서, 송이와 단 둘이 있는 자리에서 허락하고 싶지는 않았다.
여섯 살 무렵. 새 동네로 이사한 그 해. 내 유년시절의 기억이 도려낸 듯 사라진 그때 엄마의 생명이 멈췄다. 고모가 내게 한 말이, 반복되던 꿈이 떠올랐다. 꿈에서 맡았던 것 같은 비릿한 냄새가 올라와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내 안에 위태롭게 서 있던 무엇인가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몸속 깊은 곳 어디에선가 묵직한 것이 식도를 타고 올라왔고 나는 그것을 속절없이 놓아버렸다.
집으로 돌아오던 길은 마치 꿈속을 헤맨 듯 흐릿한 기억으로만 남았다. 다만 선명하게 떠오르는 건, 자꾸만 구역질이 날 것 같았던 느낌, 의지와 상관없이 내 입에서 흘러나오던 말들 그리고 그런 나를 송이가 두 팔로 가만히 보듬어주었다는 사실이다.
고모에게 말하고 싶었다. 반복되던 꿈에 관해서. 그리고 묻고 싶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아니 어쩌면 기억하지 못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 그러나 이번에도 용기보다 두려움이 더 컸기에 나는 차마 고모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가끔은 흘러가는 대로 감정을 내버려 두는 게 필요한가 보다. 언젠가 이나 선생님과 나눴던 대화가, 선생님이 내게 건넸던 말이 생각난다.
‘이따금은 정신 줄 놔도 돼. 아니, 그럴 필요가 있어. 사람 정신에는 정말 ‘줄’ 같은 게 있어서 계속 팽팽하게 당기고 살다 보면 어느 순간 확 끊어져버리기 십상이거든.’
신기하게도, 엄마를 보고 온 후 내 마음은 더디게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날 그 장면은, 앞으로 한 걸음 전진하기 위해 언젠고 내가 반드시 맞이했어야 할 상황이었던 걸까. 세상에 나 혼자 버려진 것 같은 깊은 절망감이 휩쓸고 간 자리에 무감각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 만큼 고요한 감정이 찾아들었다. 어쩌면 이나 선생님이 나를 대하는 변함없는 태도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지독한 열감기를 앓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을 때 선생님은 예전과 다름없이 나를 대했다. 냉정하고 무심하게 보일 정도로. 처음엔 의아하고 서운한 감정도 들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이 편안해졌다. 언젠가 이런 아리송한 내 기분에 대해 말하자 송이는,
“왜 그런지 난 알 것 같아. 예를 들어, 네 얼굴 한가운데 이따시만한 상처가 생긴 거야….”
라고 대꾸하며 손으로 허공에다 기다란 직선을 그어 보였다.
“그래서…?”
“상처가 아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잖아? 그런데 사람들은 계속 네게 물어. 그건 무슨 상처냐고, 괜찮은 거냐고. 그런데….”
송이가 평소와 달리 자꾸 뜸을 들였다.
“그런데?”
“그런데 나는 그냥 예전처럼 널 대하는 거야. 마치 네 얼굴의 상처가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송이 네가 그럴 리가 없잖아?”
“야, 이 바보야, 예를 드는 거잖아?!”
송이가 혀를 끌끌 차며 손으로 내 이마를 세차게 밀었다.
“나 같으면 내 얼굴에 상처가 생겼는데, 누가 자꾸 내 상처 보고 뭐라고 하고, 약 발라주겠다고 덤비면 엄청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 가뜩이나 속상한데 말이지. 시간이 지나서 저절로 상처가 아물 때까지 모르는 척 가만히 기다려주면 오히려 고마울 것 같거든. 때론 어쭙잖은 위로보다 따스한 침묵이 더 위로가 될 때가 있는 법이니까.”
‘따스한 침묵’. 여태껏 나는 침묵은 차갑고 냉정한 것이라고만 여겼다. 그러나 여느 때라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송이의 말을 그 순간의 나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때로 송이는 참 알 수 없는 아이다. 어떤 땐 아홉 살 먹은 어린아이 같고, 어느 땐 인생 2막에 접어든 사람 같은 모습으로 나를 헷갈리게 만든다.
진호의 태도는 이나 선생님과 정반대였다. 매일같이 내 안색을 살피고 괜찮은지 확인하려 들었다.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그러다 어느 날엔 내가 하는 아르바이트에 대해 속속들이 물었다. 마치 털끝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를 내비치는 사람처럼.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편의점은 돈 많이 줘?”
“다른 알바랑 비슷해.”
“비슷한 게 얼마야, 나보다 많이 벌어?”
“너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그럴 줄 알았어. 그래서, 얼마?”
그러고는 흡족해하는 표정으로 덧붙였다.
“신우 너, 돈 많이 많이, 칠십만 원 모아. 돈 모아서 같이 비행기 타고 베트남 가자. 내가 신우 재워주고, 돈 부족하면 맛있는 것 사주고, 길 안내도 해주고… 엄청 재미있을 거야.”
치킨집 사장이 되어 돈 많이 버는 게 꿈이라더니, 돈 얘기로 들뜬 진호의 표정을 보며 문득 베트남행 비행기 표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졌다. 어쩐지 진호의 계획에 말려드는 듯한 기분이, 반복적인 질문에 세뇌라도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혼자 인터넷으로 확인하면 금방 알 수 있는 정보였음에도 나는 결국 진호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후 진호에게서 어떤 말이 이어질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지만.
“베트남엔 왜 가려고?”
‘너 제대로 걸려들었구나.’라고 속으로 말하고 있는 듯 진호의 입가에 묘한 웃음이 걸렸다.
“베트남 아빠 만나러 가. 가서 조사도 할 거야.”
“무슨 조사?”
“치킨집 사장님 하려면 미리 조사해야지. 현지 조사? 치킨집 이름도 생각했어.”
“뭔데?”
사실 그리 궁금하지는 않았다. 진호가 이름을 잘 지었을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진호의 표정을 보니 묻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Flying chicken! 그러니까, 날으는 치킨! 어때?”
의외였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꽤 괜찮았다. 진호의 대답을 듣는 순간,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닭의 자태가 생생하게 머릿속에 그려졌다. 치킨집 사장이 되어 있을 진호의 모습도.
“뭐, 나쁘지 않네.”
내 대답과 동시에 진호의 얼굴이, 빛이 비쳐들기 시작한 아침나절의 창가처럼 시나브로 밝아졌다.
“그런데, 너 왜 나랑 같이 가자고 그래? 다른 사람 없어?”
그러고 보니 나도 진호에게 비슷한 질문을 반복한 것 같았다. 어떤 사실을 여러 번 확인받고 싶어하는 사람처럼.
“응, 없어. 그냥… 신우 너와 가면 재미있을 것 같아. 그리고, 너도 가보고 싶어 했잖아?”
“내가 그랬었나…?”
진호의 말에 어리둥절해진 나는, 그간 진호와 나눈 대화들을 곱씹어봤다. 그러자 진호가 처음으로 내 방에 왔었던 그날이, 진호와 할머니와 함께 나눴던 저녁이 생각났고… 코끝이 시큰해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