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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un 08. 2024

결국 나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내적 만족이 부족할수록 남들에게 행복한 사람으로 보이기를 바란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고3 시절 수능시험을 망쳤을 때, 대학 졸업반 시절 가고 싶었던 기업에 취업하지 못했을 때, 어렵게 들어간 작은 설계회사에서 계속되는 야근과 갑질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오랜 인연이라 믿었던 사람들에게 상처받았던 순간 등 그럴 때마다 나 자신을 심하게 괴롭혔다. 나이가 들어도 성향은 잘 바뀌지 않는다. 다만 고치려는 노력을 통해 나아지고 있지만, 쉽지 않다.      


인생에서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좌절하고 괴로웠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다만 나를 그것을 넘어 커다란 공허함과 상실감이 몰려왔다. 또 더 나아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불안한 감정이라고 하는 수치심까지 느껴졌다. 이 수치심이 심해지면 자신의 존재가치를 부정하게 된다. 존재가치의 상실은 이 세상에서 더 이상 내가 쓸모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자살까지 할 수 있다.      


마흔 이전에는 이럴 때마다 사람을 찾았다. 누구에게라도 이야기해야 마음이 좀 풀렸기 때문이다. 업무 스트레스가 심하면 퇴근 이후 만날 사람을 스마트폰 연락 목록에서 찾았다. 한 명씩 문자를 보내는 등 연락해서 시간이 맞는 사람과 바로 약속을 잡았다. 그 사람 앞에서 술잔을 건네면서 하소연했다. 한두 번 정도 괜찮았지만, 매번 만날 때마다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다 보니 멀어졌다. 나만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사람처럼 행동했다. 상대방의 고민도 있었을 텐데,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야기라도 하면 그동안 쌓였던 내 마음도 좀 풀렸는데, 이제는 더 이상 만날 사람도 없었다. 계속 부정적인 생각만 쌓여가니 내적 갈등만 쌓여갔다. 스스로 불행하다고 여기게 되었다. 결국 나 좀 봐달라는 의미에서 온라인 세상으로 눈을 돌렸다.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힘들다.’,‘위로해 달라.’ 는 등의 문구와 사진을 올린다. ‘힘내라.’,‘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거다.’ 등 밑에 달린 댓글을 보면서 조금 위안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못했다.      


천천히 생각해 보니 책을 출간하거나 회사 프로젝트가 잘 끝나는 등 성과를 낼 때마다 오롯이 나 자신을 칭찬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잘 끝났다는 안도감만 들 뿐이었다. 내적 만족이 부족하다 보니 다시 타인의 시선을 갈구하게 된다. SNS에 ‘나 이런 프로젝트를 잘 끝냈어요.’, ‘나 이번에 이런 장르 책을 출간했어요.’ 등을 계속 올리게 된다. 물론 자기 PR의 시대이고 퍼스널 브랜딩을 해야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노출은 필요하다. 하지만 단지 자신의 만족보다 타인의 시선이 더 중요해서 행복하지 않은데도 계속 거짓으로 ‘나 잘 살고 있어요.’ 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나고 보니 내가 제일 심했다. 타인의 관심과 시선을 늘 갈구했다. 힘들면 나 좀 살려달라고 타인에게 위로를 구걸했다. 잘한 일이 있어도 나 좀 더 칭찬해 달라고 간청했다. 그렇게 해 놓고 SNS에 달리는 댓글이 없거나 좋아요 수가 많지 않으면 기쁘지 않았다. 이런 날이 반복되다 보니 자꾸 타인에게 나의 행복과 불행을 의존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심리 상담을 받고 있는데, 상담사가 내 이야기를 듣고 나서 이런 조언을 했다. 

“황상열 선생님은 자신이 싫으세요? 누군가에게 칭찬을 많이 받아야 더 잘하는 스타일인가요? 스스로 자신을 칭찬해 본 적이 없으신 것 같아요. 자신의 내적 만족이 부족해요. 지금까지도 잘 헤쳐오셨어요. 스스로 칭찬을 더 해주시면 좋아요. 타인에게 자꾸 의존하지 마세요.”     


지금도 SNS를 보면 많은 사람이 행복한 사진을 올린다. 맛있는 음식, 자신이 잘 나온 모습 등이 인상적이다. 좋은 차와 옷, 집 등을 찍으면서 자랑도 한다. 예전에는 이런 사진을 볼 때마다 멋지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과연 그들도 현실 속에서 스스로 내적 만족이 부족하다 보니 자꾸 타인에게 거짓 행복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SNS 자체가 나쁜 게 아니다. 결국 나의 내적 만족을 채운 후 있는 그대로의 그 모습을 타인에게 보여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것이 힘든 일이던 좋은 일어던 간에.     


“결국 나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다. 너무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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