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타인의 눈치를 많이 보고 자랐다. 지금 돌이켜보면 결핍이 많았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컸다. 누군가 잘한다고 칭찬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반대로 지적받거나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듣게 되면 주눅부터 들었다.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지금 다니는 회사까지 포함하면 만 20년 사회생활 동안 9번째 회사다. 비공식적으로 합치면 10개가 넘는다. 월급이 밀리거나 회사가 망해서 옮긴 이유도 있지만, 관계 때문에 옮긴 적도 몇 번 된다. 상사에게 잘 보이려고 일을 열심히 했지만, 별것 아닌 이유로 찍혀서 매일 혼나다가 참지 못해 사표를 던졌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쉽게 친해진다. 낯가림을 별로 하지 않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순간이 즐거웠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가 오래가지 못했다. 관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먼저 연락하거나 자주 접촉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일회성으로 끝난 관계도 많았다.
그것보다 큰 이유는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 많은 사람을 1년 365일 내내 자주 만나는 자체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100명을 안다는 전제하에 1년 동안 매일 만나더라도 3번밖에 만나지 못한다. 365일 내내 매일 사람을 만나게 되면 다른 일상생활에 지장이 많아진다. 사람을 만나는 행위도 자신의 에너지가 투입된다. 사람의 에너지 총량은 정해져 있다. 방전되는 순간 쉬어야 한다.
내가 그랬다. 모두에게 잘하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이런 사람도 알고 있다 나 자신이 뿌듯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필요할 때 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니 연락이 없었다. 연락받아도 시큰둥했다. 상처가 컸다. 단지 상대방은 나를 회사 동료나 부하직원, 동료 강사 등으로 대했는데, 나 혼자서 친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다 보니 실망도 컸다.
요샌 인간관계에 대한 기대도 내려놓고, 관계에 문제가 생겨도 그다지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관계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 이 다섯 가지를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관계가 소중할 필요 없다. 위에 언급했던 것처럼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는 행위는 불가능하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시간을 내자. 가족, 친구, 지인 등 한번 오늘 종이에 꺼내놓고 적어보자. 그중 내가 정말 소중한 사람만 남기고 다 지우자. 꼭 필요한 관계에만 집중하면 좋다.
둘째, 상대방을 바꾸려고 하지 말자. 사람은 상대방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타인이 나를 바꾸기 위해 많은 조언이나 충고하지만, 도로 아미타불이다. 나를 바꿔야 한다. 상대방이 뭐라고 하면 “그랬구나.”라고 웃어넘기자. 나부터 챙기면서 바꾸면 마음이 편하다. 자신을 존중하면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자.
셋째,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표현하자. 내가 가장 못했던 부분이었다. 계속 억누르고 표현하지 않다 보니 응어리가 생겼다. 화내거나 심하게 감정을 표출하는 행위도 문제지만, 표현하지 않는 부분이 더 크다. 관계가 이상하다고 느낀다면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하자. 그것만으로도 당분간 어색하겠지만, 관계가 더 나빠지지 않는다.
넷째, 완벽한 사람이 되지 말자. 아니 완벽한 사람은 없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키우되 단점은 보완하자. 너무 타인에게 잘 보이려고 완벽할 필요 없다. 다만 한두 번 실수는 괜찮지만, 반복되면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가 없어지게 되니 조심하자. 인간관계는 불완전함을 품는다.
다섯째, 자신의 가치를 잊지 말자. 나답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 항상 생각하자. 내 가치를 잃어버리면서 타인에게 충성하거나 잘해줄 필요 없다. 아무리 연락이 뜸하거나 자주 만나지 못해도 소중한 사람은 결국 남게 되어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마흔 후반이 되어 위에 소개한 다섯 가지를 알게 되었다. 물론 성향이 바뀌지 않아서 지금도 인간관계 문제로 힘들지만, 예전보다 그렇게 상처를 크게 받지 않는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내 일만 잘하자는 위주로 살고 있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지만,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소중하다는 사실만 잊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