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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Nov 30. 2024

단호하게 표현하는 일도 중요하다.

몇 년 동안 잘 지내던 지인이 있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업무로 만났다가 사적으로 친해진 사이다. 올해 이직하면서 보지 못하다가 얼마 전 그에게 전화가 왔다. 안부 차 궁금해서 물어보면서 고민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한번 이야기를 해보라고 했다. 2년 전 건설사로 옮겨서 현재 팀장 역할을 맡고 있다. 아래 직원 때문에 고민이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더 자세하게 말해보라고 했더니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어갔다. 팀원이 2명인데, 한 명은 30대 중반, 또 한 명은 20대 후반이다. 건설사 일도 바쁜 시즌이 있어서 가끔 야근이 많다고 귀띔했다. 나이로 차별하고자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30대 중반 팀원은 알아서 눈치 있게 야근하자고 하면 군말 없이 일한다.      

그러나 20대 후반 직원은 말도 없이 퇴근 시간만 되면 인사하고 그냥 나간다고 했다. 자신이 시킨 일만 딱 하고 가는데, 그 일도 검토하면 엉망진창으로 해놓아 자신이 남아 다시 정리한 적이 많다고 했다. 거기까지 듣고 나는 아직 팀원이니 그럴 수 있지 않겠냐고 하면서 큰 고민이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그는 그것보다도 그 팀원에게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스마트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한숨 소리가 유독 컸다.      


나는 그 20대 후반 팀원이 자주 그런 행동을 하냐고 물었다.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 따로 불러서 이야기하면 되는데, 그게 왜 고민이냐고 다시 물었다. 자신의 성향은 담아두는 편이다 보니 그런 이야기를 잘 못한다는 것이었다. 내 입장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나도 대놓고 상대방에게 이런 점이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행동이나 태도가 잘못된 점은 단호하게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이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지인에게 팀원을 불러놓고 단호하게 타이르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팀장의 권위가 떨어지고, 그 직원은 자신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인은 그렇게 해보겠다고 하고 통화를 마쳤다. 전화 끊고 나서 나도 그런 적이 있는지 돌아봤다.      


사실 나도 만 20년 차 직장인이지만, 여전히 사회생활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는 속칭 ‘낄끼빠빠’를 잘 못한다. 말해야 할 타이밍에 단호하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하지 말아야 할 순간에 말해서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거나 상사가 창피할 때 있다. 또 상사가 뭐라고 하면 소심해져 그 앞에서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남발한다.      


단호하게 이런 점은 아니다 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후배들에게 단호하게 말한다고 하지만 몇 번 고민하다가 겨우 말하는데, 그것도 우회적으로 표현한다. 마음이 좀 여리다 보니 싫은 소리를 잘하지 못해서다.     


인간관계에서 단호하게 표현하지 못하면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첫째, 오해가 생긴다. 말을 하지 않으면 그 사람의 의도를 모른다. 애매하게 표현하면 오히려 혼란과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둘째, 표현하지 않다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이 쌓인다. 혼자서 괜히 분노만 생겨서 관계에 해를 끼칠 수 있다. 셋째, 자존감이 떨어진다. 표현할 때는 자신의 요구 사항을 말해야 한다. 넷째, 관계가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게 되어 균형에 깨진다. 다섯째, 감정적 거리가 생긴다. 의사소통의 부족으로 정서적 장벽이 생겨 진짜 관계 형성이 어렵다.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할 말은 해야 한다. 매번 좋게만 볼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또 학교, 사회 등 각각 상황에 따라 맞는 태도와 예절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점을 잘 고려하여 어떤 관계에서라도 아니다 싶은 점이 있다면 단호하게 표현해야 한다. 물론 화내거나 짜증을 내면서 이야기하면 상대방도 받아들을 때 거북할 수 있다. 감정도 에너지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기운이 강하면 전염되기 때문이다.      

혹시 자꾸 상대방에게 부탁이나 요구 등을 하고 싶은데 망설이게 되는가? 고민이 된다면 할 말을 미리 생각해서 종이에 적고 요약하자. 그리고 감정은 빼고 단호하게 웃으면서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자. 단호하게 표현하는 것도 관계에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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