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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Dec 01. 2024

상대방의 마음을 억지로 열려고 하지 말자

 나는 아이가 셋이다. 첫째는 내년이면 중학교 3학년이 된다. 그 아래로 내년 5학년, 초등학교 1학년이 된다. 모두 4살 터울이다. 첫째가 딸이고, 둘째와 막내는 아들이다. 딸과 아들을 모두 가진 아버지다. 시간이 지나면서 첫째 아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30대 중반 다니던 네 번째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난 후 인생의 큰 방황을 겪었다. 그때 다녔던 회사는 약 4년을 다녔다. 다니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했다. 물론 내 기준에서다. 하루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12~13시간 정도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서 내 한 몸을 바쳤다. 당시 첫째 아이가 3살이었다. 아내와 아이를 위해 시간을 써본 적이 별로 없다. 가장으로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다 주는 일로 내 몫은 다했다고 생각했다. 아내가 첫째 아이 육아와 가사를 도맡아 했다.     


당연히 회사 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밤늦은 시간이다. 일찍 와도 10시였다. 물론 스트레스 해소와 업무 접대 등으로 술자리도 많았다. 아이와 놀아줄 시간도 없었다. 피곤해서 집에 가면 자기 바빴다. 어쩌다 아내가 일이 있으면 혼자 아이를 보는 게 전부였다. 나가서 패스트 푸드 가게에 데려가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사주거나, 키즈 카페에 데려가서 혼자 놀게 내버려 두었다. 아이와 어떻게 소통하는지 놀아줘야 하는지 애쓰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나쁜 아빠다.      

그렇게 회사를 나오게 되고,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아이와 있는 시간도 많아졌다. 하지만 왜 이렇게 나만 인생이 힘든지 혼자서 삭히고 있던 시절이다. 내 감정과 마음 상태가 좋지 않으니 모든 상황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당시 3살 첫째 아이가 놀아달라고 해도 “저리 가라!”고 소리치면서 외면했다. 아니 밀어냈다. 아이가 받았을 상처는 생각하지 못했다. 계속 그런 일이 발생하자 아내가 아이에게 왜 그러냐고 많이 혼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회사를 옮겼다. 예전보다 야근이 많지 않지만,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잘 되지 않아 월급이 밀렸다. 또다시 예민하게 굴었다. 큰애가 5살이 되었다. 이제 어느 정도 말도 하고, 감정 표현도 알아듣는 나이다.      


아내도 당시 일을 하고 있어서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았다. 일찍 퇴근해서 밥 차려주고 났더니 몸에 힘이 빠졌다. 피곤하다는 신호다. 아이에게 씻고 자자고 말했는데, 듣지 않았다. 몇 번 반복되자 나도 모르게 욱해서 소리를 질렀다. “너는 왜 아빠 말을 안 듣는 거야? 몇 번이나 이야기했는데!”     

 

깜짝 놀란 첫째 아이는 울기 시작했다. 보통 잘 울지 않는데, 그날따라 꺼이꺼이 하면서 엄마가 보고 싶다고 찾았다. 아내가 돌아오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다. 아이를 달래야 하는데, 나는 또 왜 우냐고 다그쳤다. 아이는 그 이후로 나에 대한 마음을 닫은 것처럼 보였다. 이후 10년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첫째 딸과 개인적으로 둘이 놀러가거나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은 적이 한 번도 없다.     


몇 년 전 딸과 친해지기 위해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언제나 나를 피했다. 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억지로 선물도 사주기도 했다. 치킨이나 곱창 등을 좋아해서 가끔 시켜서 가족과 같이 먹으면서 마음을 열기 위해 내 나름대로 노력했다. 하지만 한번 닫힌 마음은 한 번에 열리지 않았다. 교감이 많이 없었던 터라 애착 관계가 약했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깨달았다. 흘러가는대로 맡기면서 첫째 아이와 대화라도 길게 해볼 수 있게 노력했다. 다행히 내 유전자가 있다 보니 예능 프로그램이나 음악, 스포츠 경기 보는 것을 좋아했다. 공통점을 찾았다. 조심스럽게 퇴근 후 아이에게 이런저런 스포츠 경기 결과나 좋아하는 가수 정보 등을 찾아서 알려주고 물었다.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아이도 지금은 5분 정도 이런저런 이야기 하는 정도로 발전했다. 참 감사한 일이다. 억지로 딸의 마음을 계속 열려고 했다면 지금도 사이는 평행선이었을지 모른다.     

 

지금 관계가 좋지 않다고 갑자기 상대방의 마음을 억지로 열려고 하지 말자. 서운한 마음이 남아 있는데, 자꾸 억지로 열려고 하면 역효과가 난다. 시간을 주어야 한다. 상대방이 당신에 대한 마음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상대방의 마음은 그 사람 본인 마음이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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