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도 내년이면 벌써 16년 차다. 시간이 참 빠르다. 약 30년 동안 각자의 인생을 살다가 만난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고 결혼한다. 연애 초기에는 서로 배려하고 장점만 보다가 점점 알아갈수록 서로의 단점도 알게 된다. 익숙해질 무렵부터 아내와 나는 사소한 것으로 다투었다. 싸움하지 않는 부부는 없지만, 신혼 초부터 부딪혔다.
양말을 뒤집어서 세탁기에 넣는 문제부터 가끔 술에 만취해서 늦게 들어오는 문제 등 나도 참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다. 여러 문제로 아내를 신경 쓰게 했다. 처음에는 좋게 이야기하다가 나도 계속 반복하다 보니 좋은 소리가 나가지 못한다. 당연한 소리다. 처음 말하고 고치면 되지만, 내가 그렇지 못하니 포기하게 된다.
아내가 잔소리하면 나는 또 듣기 싫어 집을 나갔다. 말싸움으로 이길 수 없으니 내 입장에서 도망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런데 막상 또 나가면 갈 곳이 없다. 겨우 찾아낸 곳이 PC방이다. 혼자 1~2시간 게임하다가 집에 몰래 들어갔다.
아내 입장에서는 자신의 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내가 갑자기 밖으로 나가니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꼈다. 물론 나도 잘못했지만, 그렇게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자체가 억울했다. 아내는 그냥 말하는 건데, 내가 듣기론 말투나 목소리가 너무 날카롭게 다가왔다.
그런 일이 반복되자 서로에게 실망하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 말을 하지 않게 된다. 나도 그렇게 된 이유는 꼭 싸움을 피하자는 이유도 있지만, 더 큰 목적은 “상대방을 바꾸는 일이 어렵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가진 성향과 자라오면서 겪었던 환경 등으로 인해 이미 자신만의 확고한 가치관이나 태도가 형성된다. 사람마다 느끼는 가치와 기준이 다르다. 다 똑같을 수 없다. 그러나 부부나 연인이 싸우다가 점점 더 큰 문제로 오해가 생기고, 최악 경우에는 이별이나 이혼하게 된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상대방을 현재 내가 가진 기준에 맞추어 바꾸어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하게 상대방을 변화시키는 것이 어려운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위에서 언급했던 대로 사람의 행동은 자라오면서 근본적인 신념, 가치관, 삶의 경험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미 갖춰진 자신만의 기준이 확고해서 뭐라고 해도 바꾸기가 어렵다. 변화시키기 위해서 상당한 자신만의 내부 동기가 필요하다.
둘째, 인간은 자율성을 중시한다. 누군가가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자신을 통제한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러한 방어적 반응은 현재의 입장을 더 강화시켜 저항을 초래할 수 있다.
셋째, 외부 영향으로 변화를 촉진하거나 제안할 수 있지만, 진정하고 지속적인 변화는 내부의 의지가 필요하다. 개인의 자각이나 의지 없이 외부에서 유도한 변화는 피상적이거나 일시적일 수 밖에 없다.
결국 상대방을 바꾸는 일보다 가장 쉬운 방법은 “나를 바꾸는 일”이다.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원래 고유성을 인정하면서 좀 더 이렇게 해주면 좋겠다는 식으로 대화를 계속 하면서 맞추는 게 가장 좋다.
이제 결혼 16년 차가 되니 아내도 나도 예전처럼 서로의 차이점을 존중하면서 대화를 시도한다. 기분 나쁘지 않는 선에서 먼저 부탁하기도 한다. 관계를 계속 좋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바꾸는 일은 이제 멈추자. 그런 에너지를 나 자신을 바꾸는 일에 집중하자. 관계에서 나를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첫째, 매일 마음챙김을 실천하고, 둘째, 현재 관계에 대해 감사하며, 셋째, 만나는 사람에 대한 장점을 찾아보는 것이다.
부디 바뀌지 않는 상대방으로 인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나부터 먼저 챙기고 바꾸어 보자. 좀 더 근사한 인간관계가 이어질지 모르니까.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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