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상대방에게 짜증을 내고 있다면 이것 때문이다
“안 씻어. 안 씻는다고. 저리 가! 이 자식아.”
“이제 씻고 자야지. 얼른 옷 벗어.”
“싫어. 싫다고. 안 씻어.”
“얼른 옷 벗어!”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나의 큰 소리에 7살 막내 아이가 놀랐다. 한창 말을 듣지 않는 나이다. 평소 같으면 몇 번 달래면서 옷을 벗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나 오늘은 그렇지 못했다. 또 참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잠시 예민해진 것 같아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방으로 막내가 들어온다. 갑자기 씻겠다고 한다. 더 이상 참지 못한 나는 그냥 씻지 말라고 소리쳤다. 또다시 놀란 막내는 나갔다. 밖에서 서럽게 울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첫째 딸이 들어와서 막내 좀 씻겨 달라고 조용히 요청한다. 머리가 너무 아프고 몸에 힘이 떨어진 상태였던 나는 잠시 정신 좀 차리고 나간다고 이야기했다.
5분 뒤 방에서 나가 막내에게 다가갔다. 여전히 울고 있다. 아무래도 나 때문이다. 잠시 안아주고, 욕실로 데려갔다. 날씨가 추워서 얼른 씻기고 나왔다. 여전히 시무룩하다. 표정이 좋지 않으니 미안했다. 다시 안아주고, 미안하다고 빌었다. 일단 첫째가 방에 데리고 들어가서 재웠다.
다시 방으로 들어와서 앉았다. 가족에게 짜증 내지 말자고 해놓고 반복했다. 짜증 낸다는 의미는 지금 내가 예민하다는 증거다. 예민하다는 것은 쉽게 이야기해서 현재 나의 에너지가 고갈되었다는 의미다. 하루 종일 바쁘게 회사 업무에 집중하고 다른 일에 신경 쓰다 보니 활력이 사라졌다. 에너지가 남아있어야 다른 사람도 돌아보는데, 그렇지 못했다.
비단 오늘만 그랬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돌아보면 나에게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아니 365일 중 250일 이상은 넘었다. 나이가 들면서 활력이 떨어지는 이유도 있지만, 너무 많은 일에 신경을 쏟다 보니 정작 가까운 사람에게 에너지 고갈로 예민하게 군 적이 많다. 평상시에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 넘기지만, 에너지 고갈이 오는 순간 나는 폭군이 된다. 참으로 부끄럽다.
왜 이런 걸까? 에너지가 고갈되면 타인에게 짜증이 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에너지가 떨어지게 되면 내 감정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줄어든다. 이로 인해 작은 문제도 굉장히 크게 느끼면서 참기가 어렵다. 특히 좋지 않은 일이 겹치게 되면 이런 현상이 가끔 나타난다. 또 하루 종일 몰아치는 회의와 외근 등으로 이미 에너지가 소진되어 퇴근하면 빈번하게 일어난다.
둘째, 스트레스에 대한 민감도가 증가한다. 피곤한 상태에서 외부 자극에 더 민감해진다. 평소에는 신경 쓰지 않던 타인의 행동도 짜증이 난다. 적대적으로 느끼기도 한다. 위에 언급한 아이와 나의 상황이 그렇다. 육아하는 부모 라면 많이 느낀다.
셋째, 공감 능력이 저하된다. 에너지가 고갈되면 이미 타인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기 어렵다. 자신의 불만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럼 이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첫째,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한다. 물을 충분히 마신다. 이런 노력을 통해 떨어진 에너지를 회복해야 한다. 둘째, 짜증이 나면 잠시 멈추고 내 감정 상태를 미리 확인하자. 타인에게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말고, 잠시 멈추자. 심호흡을 하면서 나를 진정시켜야 한다. 현재 내가 에너지가 고갈된 건지 아니면 진짜 타인에게 짜증이 났는지 따져보자.
마지막으로 상대방에게 내가 지금 피곤하고 에너지가 고갈되었으니 잠시 쉬겠다고 먼저 알리는 것도 좋다. 가능하다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에너지를 회복하자. 좀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리자.
에너지 관리도 관계에서 참 중요하다. 나도 이제야 에너지 관리를 잘 활용하려고 한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에너지가 금방 소진한다. 자신만의 마음과 감정을 잘 돌아보고, 에너지 충전을 위해 평소에도 관리에 신경 쓰자. 오늘도 에너지 고갈 전에 자야겠다.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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