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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유 Aug 31. 2022

몸이 안 아프려고

운동사심_서로 다른 마음을 품고 운동하는 사람들

 운동 초반부터 숨을 헉헉 거리며 짜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아, 힘들어!”

 운동이야 힘든 게 당연하지만 아직까지 이 당연한 것을 적응하기가 매우 힘들다. 운동을 하면 하기 싫고 안 하면 답답하고, 어쩌자는 건지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내가 운동을 하는 건 딱 하나의 이유다. 

‘건강’, 건강하고 싶은 거다. 몸이 아프고 나서 병원보다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한 나이다. 다른 건 몰라도 내 몸이 뭘 필요하지는 잘 안다. 운동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것도 잘 안다. 그래서 꾸역꾸역. 즐기는 운동은 포기 한 지 오래고 아픈 것만 좀 나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하는데, 아픈 몸 고치려다 운동하면서 더 아픈 거 같다. 허리가 아파서 시작한 헬스와 요가는 허리가 나아지니까 다른 곳이 아팠다. 물론 운동을 하니까 근육통이 있을 수 있지만 허리 하나 낫겠다고 한 운동이 온 몸을, 그것도 매일 아프면서 살아야 한다니 가끔 내가 왜 운동을 하고 있지? 하면서 스스로에게 되묻곤 했다. 오래 걸으면서 아픈 발을 낫게 하려다 다른 곳에 통증이 오고 또 나으면 발이 아프고… 참 몸은 신기한 것 같다. 허리 아픈 것을 낫게 하려다 다른 곳에 자극 되는 운동을 하다가 허리 아픈 것을 잊게 된다. 트레이너는 허리 아픈 게 괜찮냐고 물어보면 괜찮다고 한다. 다만 허리 빼고 다 아픈 게 문제지.


 몸이 안 아프려고 시작한 운동인데 운동을 하면서 더 아픈 것은 무엇인가? 운동만 끝나면 몸이 너덜너덜 해지고, 낑낑대며 탈의실로 들어가는데 1~2시간 운동이 하루 반나절은 쓴 것 같았다. 운동하다 물 마실 힘도 없어 갖고 다니던 텀블러를 빨대있는 텀블러로 바꿔서 썼다. 팔을 들 힘도, 앉아 쉴 힘도, 힘을 내고 싶은데 있는 힘마저 다 소진되고 있다.

 몸은 아프지만 마음은 낫고 있는 건 공황장애가 다시 재발하면서 지금까지 꾸준히 운동 한 결과 치료와 상담 못지않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운동이 필요하다는 걸 잘 알기에 제일 먼저 한 일이 술 마시지 않기와 운동 하기였다. 운동을 하는 동안 몸을 움직이니 잡념이 사라지고 특히 밖에서 걸을 때면 햇빛을 맞으니 세로토닌과 엔도르핀이 분비돼 마음이 안정된다. 몸이 힘들던 마음이 힘들던 일단 나간다. 걷고 걷다가, 생각을 하다 멈추다 반복적으로 이러다보면 긍정적인 생각으로 다가간다. 그렇게 운동으로 몸과 마음의 변화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전에 모습이 나인 건지 아님 내가 몰랐던 내 모습을 봤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건 나를 알게 된 시간을 가진 계기도 되었다. 


가끔 힘든 운동을 하고 나서 자극이 제대로 들어와 아플 때면 그 고통을 보고 선생님들은 물으신다. 

 “괜찮아요?”


아뇨, 안 괜찮죠.

운동이 안 힘든 적은 없다. 힘들어야 운동이라는 것도 머리는 알지만 몸은 자꾸 거부했다. 그렇다가도 운동이 편하거나 힘들지 않으면 찜찜한 기분이 든다. 뭔가 하지 않은 거 같은 시간만 쓴 기분이 든다. 몸이 안 아픈 정도의 강도로 최대한 자세를 잘 잡고 자극을 잘 주기 위해 선생님의 코칭을 잘 듣고 따른다. 편하게 운동하고 싶으면서도 불편한 마음이 들 바에는 정확하고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게 몸도 마음도 편하다. 적응기간이 지나면 내 몸을 잘 쓰는 운동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그러니 내 몸을 거울에 보이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몸속까지 투명하게 그릴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아픈 곳을 덜 아프게 하는 게 힘들지 몰라도 그 주변에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어 바쳐줄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건 꾸준한 운동으로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나는 버릇처럼 아플 때마다 툭 내뱉게 된다.

안 아프려고 운동을 시작했는데 왜 전 계속 아프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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