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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유 Aug 26. 2022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은 없다.

운동사심_서로 다른 마음을 품고 운동하는 사람들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주변에서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것이 ‘식단’이었다. 살이 빠질 때는 더 많이 듣는 질문이었다.

 “식단을 어떻게 해?”

 “고구마, 닭가슴살 이런 것만 먹는 거 아니야?”

 근데 다들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질문인데 가끔 난 대답하기가 곤란할 때가 있다. 헬스를 하고, PT를 하면 트레이너가 식단을 다 짜줄 거라 생각하지만, 아닌 경우가 많다. 물론 그런 트레이너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운동했던 트레이너들은 식단을 짜주거나 강요한 적은 없었다. 나도 처음에 트레이너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제일 먼저 물어본 것이 ‘먹는 거’에 대한 질문이었다. 운동은 어떻게 해서든 참아 내며 할 각오는 되어 있지만 먹는 것을 줄이거나 먹지 말아야 한다는 그 생각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시작되어 운동하고 싶은 마음까지 사라지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다이어트하면서 제일 의외인 대답을 그 때 들은 거 같다.

 “먹고 싶은 거 그냥 드세요. 처음부터 줄이면 힘드니까 천천히 줄이셔도 돼요. 그리고 안 먹으면서 다이어트 하는 건 건강에 안 좋아요.”

 먹지 말라는 말이 아닌 먹으라는 말에 트레이너가 이렇게 말해도 되는 건가 의아했었다. 나는 센터에 다니기 시작하면 내 마음대로 먹지 못할까 걱정되어 그 전날까지 먹을 수 있는 거 다 먹고 왔기 때문에 허탈했다. 괜한 짓을 했구나. 물론 식단도 중요하지만 나중에 운동하면서 깨달은 것은 생활습관과 운동, 그리고 건강한 마음이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잠을 많이 자는 것 같은데 피곤하고, 몸이 무겁고, 기운이 없었다. 내 일상에 운동만 더 해졌는데 삶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 나도 그렇고 내 주변 지인들도 왜 ‘다이어트’라는 말에 먹는 것부터 궁금해 할까? 솔직히 덜 먹으면 되는 게 아닌가, 그들도 다 알고 있을 텐데…… 단 한 명도 내가 운동한다는 말에 ‘운동’에 관련된 질문을 먼저 하는 이는 없었다. 어찌 되었건 편하게 살을 빼고 싶은 마음은 다 같겠지만 몸은 거짓말을 안 한다. 노력과 인내로 내 몸을 만들어 가야하는 것이다.


 세상에 맛있는 음식들이 많고, 먹어본 음식보다 안 먹어본 음식이 많다. 새로 생긴 맛집들이 리스트 작성 해놓고, 마트에 가면 새로 나온 과자를 먹어봐야 하는 나의 소확행이 있단 말이다. 그러니 먹지 말라는 건, 나에게 기쁨을 빼앗는 것이다. 그래서 난 과감히 다이어트를 포기 하고, 지금 상태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선택했다. 그렇게 마음먹고, 부담이 없으니 음식에 대한 집착이 다이어트 할 때보다 많이 사라졌다.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음식으로 형상화 되었던 지난날은 가고, 알아서 맛있는 음식, 건강한 음식을 적절히 먹으며 밸런스를 스스로 맞춰 갔다.

 트레이너들은 나를 생각해준다고 먹어도 되는 음식 중 칼로리가 높지 않고 맛있는 음식들을 알려준다.

 “회원님은 드셔도 돼요.”

 라는 말에 나는 갸우뚱 거린다.

 ‘엥? 내가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 있던가?’



 도대체 누가 정한 것일까? 나에게 먹어도 되는 음식과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을 말이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내가 안 먹고, 못 먹는 것보다 잘 먹으면서 운동하길 원한다. 매일 운동 시작하면서 나에게 아침에 무얼 먹었는지 물어보는데 대부분 잘 챙겨서 먹고 오지만 안 먹거나 부실한 식사를 하고 올 때면 나보다 더 안타까워한다.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먹더라도 안 먹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주시며 내가 무얼 먹던 간에 잘 먹고 스트레스 안 받길 바라신다. 괜히 힘이 빠질까봐 내가 디저트를 좋아하니 케이크든 쿠키든 먹으라고 말해주면 이럴 때도 청개구리 본성이 나와 맛있는 빵을 사기 위해 제과점에 들어갔지만 결국 제일 먼저 고른 것은 ‘샐러드’였다. 습관처럼 샐러드를 고르면서 헛웃음이 나왔지만 내 삼시세끼 식사 모두가 다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들만 먹는 건 아니다. 한동안 식단 해온 버릇이 있어 영양소를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며 먹게 되어 이제는 몸이 알아서 필요한 음식을 말해준다. 이게 내가 원하는 식단의 방식이다. 먹고 싶은 음식보다 필요한 음식을 찾는 거 말이다.


 잘 먹고, 잘 쉬고, 운동 잘 하는 것이 정답인데도 우린 참 힘들고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한다. 아직까지 우리는 무언가 하는 것에 부담도, 쉬는 것이 죄인 것처럼 가만히 있는 나를 게으른 사람으로 취급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몸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한다면 제일 필요한 것을 해주길 바란다.


지금 내 몸이 말하는 걸 그 누구보다 내가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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