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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바 May 21. 2020

우리에겐 어떤 욕구가 있는가

그렇다면 생각의 전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에 대한 수요, 즉 욕구에 대해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인간의 정신에 대한 많은 부분들이 그러하듯, 우리가 갖고 있는 욕구에 대해서도 엄밀한 과학적 연구 성과가 많지는 않습니다.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눈, 코, 귀, 혀, 몸 등 다섯 가지 감각기관을 통해 수용된 감각들이 불러일으키는 다섯 가지 욕구 - 식욕(食慾), 수면욕(睡眠慾), 색욕(色慾), 재물욕(財物慾), 명예욕(名譽慾)을 오욕(五慾)이라고 정의했습니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에이브러험 매슬로(Abraham Maslow 1908~1970)가 주창한 욕구 단계론(Need Hierarchy Theory)이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습니다. 매슬로 이후에도 매슬로의 이론을 발전시키거나 동기 부여에 관한 다른 이론들이 몇몇 창안되기는 했으나, 인간의 폭넓은 욕구에 대한 정의는 매슬로의 이론을 대체할만한 이론이 아직 만들어지진 않은 상태이므로 이 글에서도 매슬로의 욕구 이론을 기반으로 설명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흔히 이 욕구 단계론을 총 5단계로 구성되어있다고 알고 있지만, 매슬로가 죽기 전 '자아초월 욕구'라는 1단계를 추가하고, 이후 심리학과 인지과학이 발달하여 인간이 갖고 있는 미세한 욕구들을 더 구분해내자 매슬로의 제자들은 '인지적 욕구'와 '심미적 욕구'라는 2단계를 추가하여 최근에는 우리가 갖고 있는 욕구를 총 8단계에 걸쳐 구분하고 있습니다.


매슬로의 욕구 단계설
1단계 : 생리적 욕구 (Biological and Physiological Needs) : 허기를 면하고 생명을 유지하려는 욕구로서 가장 기본인 의복, 음식, 가택을 향한 욕구에서 성욕까지를 포함

2단계 : 안전 욕구 (Safety Needs) : 생리 욕구가 충족되고서 나타나는 욕구로서 위험, 위협, 박탈(剝奪)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불안을 회피하려는 욕구

3단계 : 소속 및 애정 욕구 (Belongingness and Love Needs) : 가족, 친구, 친척 등과 친교를 맺고 원하는 집단에 귀속되고 싶어 하는 욕구

4단계 : 존중 욕구 (Esteem Needs) :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인간의 기초가 되는 욕구이다. 자아존중과 자신감, 성취, 존중 등에 관한 욕구가 여기에 속한다.

5단계 : 인지적 욕구 (Cognitive Needs) : 지식과 기술, 주변 환경에 대한 호기심과 이해의 욕구

6단계 : 심미적 욕구 (Aesthetic Needs) : 질서와 안정을 바라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욕구

7단계 : 자아실현 욕구 (Self-Actualization Needs) : 자기를 계속 발전하게 하고자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는 욕구. 다른 욕구와 달리 욕구가 충족될수록 더욱 증대되는 경향을 보인다.

8단계 : 자아초월 욕구 (Transcendence Needs) : 자기 자신을 초월하여 다른 무언가를 완성시키고자 하는 이타적인 욕구


앞선 [종교는 왜 만들어졌을까] 글에서 설명했듯이 종교가 만들어지게 된 이유인 '세상에 대한 의문으로 생기는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하는 욕구'는 2단계 안전 욕구와 5단계 인지적 욕구가 섞인 형태의 욕구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서 전달받은 생각은 우리가 평상시 갖고 있던 위의 8단계 욕구  하나에 해당해야만 우리에게 수용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물리학에서 양자역학에 관한 획기적인 새로운 이론이 만들어졌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 이론이 물리학자들에게 전달된다면 물리학자들이 해당 분야에 대해 평소 갖고 있던 인지적 욕구나 자아실현 욕구를 자극하여 적극적으로 수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론이 물리학에 전혀 관심이 없던 평범한 소시민에게 전달된다면 아무런 자극을 주지 못한 채 그냥 스쳐 지나가는 외계어에 불과할 것입니다.


결국 어떤 생각이 사람들에게 퍼질 수 있을지 없을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시작해야 되는 것은 사람들이 무슨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앞으로 변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어보는 것보다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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