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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바 May 21. 2020

성공은 멱함수 법칙을 따른다

이렇게 집단에 퍼지기 시작하는 데 성공한 생각은 중간에 퍼지다가 멈추는 경우보다는 집단 전체적으로 널리 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퍼지는 데 성공하지 못하는 생각은 아주 좁은 범위에서만 전파되다가 끝이 나곤 합니다. 대다수의 생각들이 평균적으로 중간 정도로 퍼지는 데 성공하고 소수의 생각들이 널리 퍼지거나 퍼지지 못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의 생각들이 퍼지는데 실패하고 한번 퍼지기 시작한다면 아주 극소수의 생각들만이 널리 퍼지는 것입니다. 생각이 퍼지는 것에는 아주 크게 성공하느냐 아니면 성공하지 못하느냐로 나뉘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많은 부분들이 평균적인 값이 몰려 있는 정규 분포 형태를 띤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성인의 키는 작으면 1m 수준에서 크면 2m 수준까지 있지만, 대부분이 1.5m에서 1.8m 사이에 몰려 있는 것과 같은 상황에 익숙한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평균'이라는 개념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부분에서 통한다고 생각하지만, 예상외로 우리가 사는 세상에 많은 영역은 이러한 평균의 개념과 평균값을 중심으로 골고루 퍼져있는 정규 분포 형태의 분포도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연예인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평균적인 값에 몰려 있기보다는 99%의 적은 수입을 벌어들이는 연예인과 1%의 아주 큰 수입을 벌어들이는 연예인으로 양분되어 있습니다.


정규 분포를 따르는 세상과 멱함수 법칙 분포를 따르는 세상 예시 (출처 : 링크)

또 다른 예로 자동차들이 다니는 도로들은 모두 연결된 도로의 숫자가 비슷비슷하지만, 비행기들이 이용하는 공항은 아주 많은 비행기들이 몰리는 허브 공항과 적은 비행기들이 다니는 지역 공항으로 나뉘기도 합니다.


앞서 살펴본 생각의 전파도 사람들의 키 분포처럼 최빈값을 중심으로 고고루 퍼지기보다는 연예인들의 수입이나 공항의 연결처럼 아주 큰 값을 갖는 소수와 아주 작은 값을 갖는 다수로 나뉩니다.


이렇게 분포가 중앙값에 몰려있지 않고, 대부분 적은 값을 갖고 있으나 때때로 거대한 값들이 나오는 경우를 흔히 멱함수 법칙(power law)을 따른다고 표현합니다. 다른 표현으로는 전체의 20%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하는 파레토 법칙으로도 설명하기도 합니다. (정작 파레토 본인은 20/80이라는 숫자를 넣어 설명한 적은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연예인들의 수입이나 공항의 연결 네트워크나 생각의 전파가 성공하는 경우는 모두 멱함수 법칙을 따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멱함수 법칙을 따르는 경우는 왜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요?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의 권위자인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Albert-Laszlo Barabasi)는 저서 <링크>를 통해 멱함수 법칙이 발생하는 조건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그에 따르면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네트워크의 점(노드)들이 무작위적으로 연결되거나, 공평하게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정 조건을 가진 점(노드)이 연결을 모두 독차지할 수 있거나, 연결 형성에 우선권을 갖는다면 (연결 선호도가 높다면) 위에서 설명한 멱함수 법칙을 따르는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멱함수 법칙을 따르는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과정 예시 -특정 점이 더 많은 연결을 차지한다 (출처 : 링크)

위의 예시에서처럼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각 점(노드)들이 아무렇게나 무작위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연결 선호도가 더 높은 중앙의 점에 우선적으로 연결을 하려고 하자 결국 압도적으로 많은 연결을 가진 중앙의 점(노드)과 아주 적은 연결을 가진 주변부의 점(노드)으로 점차 구분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잘 나가는 연예인, 허브 공항 중에 어떤 연예인이나 공항은 더 선호도가 높아 더 많은 연결을 가진 점이 되고, 선호도가 조금이라도 낮은 연예인이나 공항은 아주 적은 주변부 점이 되는 것입니다.


앞서 예를 들었던 연예인의 사례를 통해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재미있는 코미디언 A, B, C, D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A는 10번 이야기해서 7번 정도 웃기는 실력을 가지고 있고, B는 10번 이야기해서 5번 정도 웃길 수 있는 실력을, C는 10번 이야기해서 4번 정도 웃길 수 있는 실력을, D는 10번 이야기해서 3번 정도 웃길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각각의 코미디언은 일주일에 5개의 쇼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때 TV 쇼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하는 연출자 10명이 자신의 쇼에 출연할 코미디언을 찾는다면 A, B, C, D 중 어떤 코미디언을 선택할까요? 연예계가 정규 분포를 따른다면 아마 A는 4개, B는 3개, C가 2개, D가 1개 이런 식으로 골고루 프로그램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현실세계에서는 이렇게 되지 않습니다. 현실에서는 모든 연출자가 (예산이 허용하는 한) A를 우선적으로 원할 것입니다. 그래서 A는 10명의 연출자에게 구애를 받게 되고, A는 그중 맘에 드는 연출자의 쇼 프로그램 5개를 먼저 선택할 것입니다.


이제 남은 TV 쇼 연출자 5명은 B, C, D 중에 한 명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남은 연출자 5명은 모두 B를 최우선적으로 원할 것입니다. 그래서 남은 TV 쇼 5개는 B의 차지가 되고, 결국 C와 D는 TV 쇼에 하나도 출연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처럼 적합성과 선호도에 따라 선택이 바뀔 수 있고, 차지할 수 있는 비중에 제한이 없는 경우에는 조금이라도 높은 쪽이 모든 선택을 독차지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 같은 분야의 유행은 동시에 두세 가지가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더 적합성이 높은 생각은 모든 사람들에게 퍼지게 되고, 적합성이 낮은 생각은 도태되어 사라지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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