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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바 Jan 22. 2020

오픈뱅킹,  뱅킹 클라우드 시대를 노크하다

국내에서도 2019년 10월 시작된 오픈뱅킹 서비스는 핀테크(FinTech) 기업들과 시중은행들이 금융결제원에서 제공하는 오픈 API와 공동결제시스템을 이용하여 하나의 금융기관 시스템에서 다른 모든 은행계좌의 조회, 이체, 결제 등을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오픈뱅킹의 의미가 익스플로러나 크롬, 파이어폭스 등 다양한 브라우저에서 사용 가능한 인터넷뱅킹의 의미였다면, 이번에 시작된 오픈뱅킹은 전혀 다른 의미에서 '오픈'된 것이죠. 이처럼 보통 오픈(Open)이라는 단어는 IT산업에서 뭔가 다양한 것을 포용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서로 협력할 수 있다는 의미 등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오픈 API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도 계실 수 있습니다. '오픈'이라는 뜻은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API'라는 단어는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의 줄임말로써, 컴퓨터 프로그램 간에 정보를 요청하거나 처리를 요청하기 위해 만들어둔 처리 규칙 같은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쉽게 예를 들자면, 제가 A라는 프로그램에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면 계좌 잔액을 볼 수 있도록 API를 만들고 이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오픈된 API를 이용하여 제가 만든 프로그램에 주민등록번호를 전달하고 계좌 잔액을 받아서 표시하는 프로그램을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오픈뱅킹 구성도 및 특징 (출처 : 뉴시스)


주요국 오픈뱅킹 정책 현황 ( 출처 : 삼정KPMG )


오픈뱅킹에 담긴 진정한 함의는 단순히 핀테크 기업과 은행들 간에 경쟁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오픈뱅킹을 통해 고객들이 기존처럼 주거래은행이 아닌 '서비스가 편리한' 기업과 거래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 데이터 3법과 앞으로 추가로 해제될 규제 등과 결합할 경우 비대면채널 금융시장(인터넷뱅킹/스마트뱅킹 등)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완전히 세분화 / 계층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 우리가 이용하던 디지털 금융 서비스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어떤 거대한 금융회사 한 곳에서 내부적으로 사용할 고객 계좌 관리 시스템부터 시작해서 고객이 사용할 스마트뱅킹 시스템까지 모든 시스템을 다 구축합니다. 그러면 고객은 그 은행 스마트뱅킹만 접속하고, 그 은행 지점만 방문하게 됩니다.


앞으로는 이렇게 바뀔 것입니다. 고객은 스마트뱅킹을 제공하는 여러 업체들 중 하나를 고릅니다. 대략 A, B, C라는 핀테크 업체가 있는 상황에서 고객은 제일 맘에 드는 C라는 업체를 선택해서 C라는 회사만 알고 스마트뱅킹 사용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C라는 업체는 사실 스마트뱅킹 앱만 개발하고 관리하는 회사입니다. 실제 고객을 위한 빅데이터 분석이나 인공지능 금융 서비스는 D라는 업체가 관리를 하고, 또 고객의 실제 계좌 잔액이나 정보는 E라는 은행에서 관리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고객이 실제로 어떤 은행을 이용하는지 알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 상황을 뱅킹 클라우드 서비스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벤처캐피털 기업 대표인 헤먼트 타네자는 <언스케일(Unscale)>이라는 저서를 통해 앞으로는 기존 은행들은 백엔드(고객이 알 필요가 없는 내부 업무) 서비스만을 담당하고,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것은 핀테크 기업들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변화에 디지털 화폐가 보급되고, 현금 없는 사회의 도래가 더해진다면 기존 은행들의 역할 재정립이 급격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현금도 필요 없어지고, 각종 동의를 위한 종이 문서들도 사라진다면 굳이 은행들이 시내에서 값비싼 임대료를 내가며 큰 지점들을 운영할 필요가 있을까요? 아마 지금의 은행 지점 직원들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만 들고 다니며 언제 어디든 은행 직원이 필요한 곳에 바로 투입되는 방식으로 업무가 재편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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