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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고요와 마음의 고요 」

뇌를 휴식하는 방법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난 아침, 눈을 떠 휴대폰 시간을 확인하고 알람을 꺼요. 아직 채 떠지지 않은 눈을 비비며 화장실로 가서 더듬더듬 칫솔을 찾고 양치질을 해요. 옷장을 열어 겨울과 어울리는 두툼하고 포근한 옷을 눈으로 스캔해 하나를 집어 들죠. 옷을 입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눈으로 확인해요. 이제 눈이 좀 떠졌네요. 집 밖으로 나가 눈으로 세상을 보고, 눈으로 카톡 대화를 읽고, 눈으로 서로를 보고, 가끔은 서로의 눈을 마주치기도 하고요. 눈으로 유튜브를 보다 잠이 들죠.


아! 요가하러 가는 날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선생님 동작을 보고, 함께 수련하기도 하죠.



만일 몸을 고요한 상태로 두지 못한다면 뇌도 고요한 상태로 두지 못한다. 만일 몸의 침묵을 알지 못한다면 마음의 침묵도 이해할 수 없다. 행위와 침묵은 함께 가야 한다. 행위가 있으면 마찬가지로 침묵도 존재해야 한다. 침묵이 있으면 단지 움직임이 아닌 의식적인 행위가 존재할 수 있다.


요가 수행 디피카



우리는 시각정보로 세상의 대부분을 보고 느껴요.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눈을 뜨고 보내기 때문에 두 눈을 감아도 고요해지지 않는 경험이 있을 거예요.


등을 데고 요가 매트 위에 누워있는 사바사나(송장 자세)를 할 때 편히 쉬지 못하는 분이 있어요. 의식은 있지만 몸은 완전히 휴식해야 하는데 눈을 크게 뜨고 천장 여기저기를 둘러보죠. 그러면 제가 다가가 조용히 이야기드려요. “눈을 감아야 몸도 휴식할 수 있어요. 두 눈을 가볍게 감아보세요. 혹시나 눈감는 게 불편하다면 천장의 한 점을 바라보세요.”


또 마음에서는 한 번 어떤 감정이 탁! 하고 올라왔을 때 몇 시간이 지나고 며칠이 지나도 계속 그 감정을 붙잡고 있는 경우도 있고요. 일상에서는 자려고 이불에 누웠는데 두 눈을 감아도 잠이 안 오고 계속 생각이 머리를 꽉 채울 때요.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먼저 두 눈을 감아요. 아주 잠깐이라도 뇌를 고요하게 하는 거죠. 어떤 날은 그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해요. 하지만 대부분의 날은 금방 다시 눈을 뜨게 돼요. 전등을 껐다 켜듯이 뇌의 활동을 순간에 멈출 수 없죠.


그러면 뜨거워진 냄비의 열을 서서히 식히듯 오랜 시간 나에게 집중할  있는 것을 해요. 제게  방법이 요가에요.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호흡을 관찰하며 명상하기도 하고요. 어느 날은 그것만으로 안되면 몸을 먼저 쉬게 하는 요가를 해요. 너무 각성된 상태라 그것마저 안된다면 몸을 조금 괴롭혀요. 땀이 뻘뻘 나는 요가 동작들을 이어가고 마무리에 휴식하는 동작을 하죠.


그렇게 움직여서 몸이 고요해지고, 뇌도 따라 고요해져요. 눈이 스르륵 풀리고 숨은 깃털처럼 가볍게 후우 후우 쉬게 되죠. 마음 역시 곰돌이의 털처럼 보들보들 부드럽고, 너그러워지죠.



육체에 대해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동시에 몸의 어떤 한 부분도 소홀히 하지 않으며, 아사나(요가 동작)를 행하는 동안 신속하면서도 방심하지 않아야 한다. 여러분이 델리에 있든 뉴욕에 있단 급한 행위는 힘을 약화시킨다. 고요한 마음으로 규칙적으로 행하라.


요가 수행 디피카



매트 위에서 고요를 찾고 나면 자연히 일상도 고요해지게 돼요. 물론 다시 뇌가 활성화되겠지만요. 한 번 고요를 연습하고, 그렇게 여러 번 연습하면 <요가 수행 디피카>에 나온 말처럼 “신속하면서 방심하지 않은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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