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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은 생을 일깨운다.

아주 어렸을 때 기억이에요. 유치원 때였던 것 같아요. 문득 내가 숨을 참으니까 숨이 안 쉬어지는 거예요. 그리고 다시 숨을 쉬니까 숨이 후 하고 뱉어져요. 신기해서 이번에는 신경 쓰지 않기로 해요. 그러니까 내가 숨을 쉬는지도 모르는데 잘 살고 있더라고요.


이때의 기억이 흐릿해지고 저는 성인이 되었어요. 직장인이고 퇴근 후의 일상은 저녁을 포기하고 요가하기였죠. 눈을 크게 뜨고 선생님의 움직임을 따라 하고 나면 머리가 맑아졌어요. 잠도 잘 오고, 기분도 전환되고요. 그러다가 현실에 부딪혀 이리저리 흔들리며 살았고, 요가를 잊게 됐어요. 당장 사는 게 바쁜데 요가할 여유가 없었죠. 몸과 마음은 오랫동안 청소하지 않은 방처럼 먼지가 뿌옇게 쌓였어요.


3년 만에 다시 요가를 시작했을 때 요가원은 좀 특이했어요. 요가‘학원’이 아니라 요가‘원’이었고요. 선생님이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하며 동작을 따라 하라고 하지 않고요. 눈을 감고 호흡을 느끼고 몸을 느끼고 마음을 느끼라고 해요. 어른의 말을 잘 듣는 저는 뭔지도 모르고 수업을 따라갔어요. 그리고 외쳤죠.


“유레카!!!!!”

“선생님! 저 엄마 뱃속에서 방금 막 태어난 신생아처럼 숨이 달고 너무 맛있어요.”



마음이 가는 곳에 프라나(, 호흡) 함께한다. 만일 당신의 마음이 흥분되어 있다면 호흡도 심하게 거칠 것입니다. 만일 당신이 깊이 어떤 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거나 혹은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잠시 집중을 멈추고 당신의 호흡을 지켜보세요. 그러면 당신은 거의 호흡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것입니다. 마음의 어떤 종류의 산란심이 일어나면 호흡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도움이  것입니다.


요가수트라 1장 34절


그날 이후 제가 있는 환경은 변한 게 없는데, 산림욕을 하듯 온 몸으로 드나드는 숨이 참 시원했어요. 숨을 담당하는 근육이 움직이기 시작한 거예요. 그리고 숨이 잘 쉬어지는 순간 마음에서도 뭔가 고리가 탁 풀리듯 편안해졌어요.


유치원 때 숨을 관찰한 이후로 평생 숨 쉬었는데, 그게 너무나 당연해서 방치해뒀었죠. 나는 왜 몸이 할 수 있는 만큼 숨을 안 쉬고 살았을까 궁금해졌어요. 그리고 저를 관찰하기 시작했죠.


출근길 지옥철을 타는 생각만 해도 읍.. 하고 숨을 참게 돼요. 화가 나지만 화를 참을 때도 숨을 안 쉬고요. 몰두하고 있을 때는 이를 앙 물고 아주 얕은 숨을 쉬죠. 그동안 숨을 참는 습관 때문에 호흡의 폭이 작아졌던 거예요.


지옥철타기, 화 참기, 몰두하기 외에 제가 숨을 미루고 보낸 순간들의 공통점이 있어요. 바로 잘 살고 싶어서 했던 일들이에요. 미래를 위해 지금 숨을 참는 습관을 만들고 있었던 거예요.


반대로 생각하면 어느 날 내 숨이 다하는 날 후에는 지옥철도 못 타고요.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화도 못 참이요. 물론 몰두도 못하죠. 지금, 여기에서 숨을 잘 쉬어야지 내가 시간 들이고 싶은 것을 잘할 수 있는 거였죠.


숨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주 숨을 관찰해요. 1에서부터 10까지 숫자를 세며 숨쉬기도 하고요. 가슴이 답답한 날에는 코로 숨을 가득 채우고 입으로 “후 우우-” 내뱉기도 해요. 또 어느 날은 산소를 내뿜는 나무가 가득한 숲으로 가서 산의 공기를 잔뜩 마시기도 하고요. 좋아하는 오일, 꽃 향기를 맡으며 깊게 숨을 쉬기도 해요.


지금,

여러분은 어떤 숨을 쉬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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