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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Nov 28. 2023

가족 세우기 _ 사랑의 자리

최근, 가족 세우기 워크샵에 다녀왔어요. 가족세우기는 실로 엄청난 작업 입니다. 우리 삶에서 무의식 속 가족체의 트라우마가 얼마나 많고 강한지, 그리고 그것에 묶인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 조차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하루였습니다. 지난 이틀간 체험한 가족 세우기의 모든 세션들은 절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경험이었어요. 머리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세계입니다. 직관적이고 본능적이고 신비로운 세계의 언어로 가득한 곳이었죠. 삶은 ‘논리’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내가 보고 겪으며 살아온 시간보다 더 거대한 것이 ‘삶’이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이 전부라 믿습니다. 아주 강력히 말이죠.


그래서 풀라님께 아주 탈탈 털렸습니다. 여기선 아무런 가면이 통하지 않아요. 많이 아는 것과 많이 경험한 것 또한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곳에선 모두가 나이에 상관없이 한 인간으로서 배우고자, 그리고 더 나아지고, 깨어나고자하는 마음만 가지고 옵니다.


매 세션이 진행될 때마다 이곳에 참여한 많은 이들이 울었습니다. 대리인을 통해 펼쳐지는 타인의 삶이, 경이롭고 신기함과 동시에 깊은 울림과 알아차림을 줍니다. 모두가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추듯이 보았기 때문이었겠지요. 누군가의 부모가 나의 부모가 되고, 누군가의 자녀가 나의 자녀가 된거예요. 확실한 사실은 우리는 우리가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먼 윗세대와도 연결 되어있다는 겁니다. 나의 부모, 부모의 부모, 그리고 그의 부모의 부모까지 말이죠. 나라는 존재는 이유없이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또다른 사실은 부모는 나에게 생명을 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요.


우린 그동안 얼마나 아집과 편견으로 가득한 좁은 필터로 나의 가족을, 타인을,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을까요.


삶은 내가 보는 필터 그대로 내 눈 앞에 펼쳐집니다. 누군가를 증오하고, 미워하며 피해자라는 필터로 세상을 바라보면 생명은 그런 삶을 나에게 선물해요. 왜냐하면 생명의 힘은, 비단 ’살고자하는 이‘에게만 에너지를 쓰지 않고, 죽음에도 에너지를 쓰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아니 그동안 저는 눈뜬 장님으로 죽은 삶을 살아왔던 걸지도 모릅니다. 내가 그런 삶을 선택해 놓고 외부의 탓을 하기 바빴죠. 책임지고 싶어하지 않는 어린아이로 커온 셈입니다. 무의식 중에 나의 생명의 힘을 그렇게 써왔던 것이죠. 그래서 무의식을 의식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는건 이토록 어렵습니다.


이제야 깨닫습니다. 삶은 고통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내 앞에 주어진 모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기꺼이 고통을 마주하고 그것을 책임지기를 택하는 것. 우리가 어른이 되어가는 방법입니다.


삶은 ‘현실’이에요. 환상이 아니에요. 현실은 언제나 고통이 함께합니다. 행복만 있다는 것은 보고 싶은 것만 선택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진짜 삶이 아닙니다.


풀라님이 그러셨어요.

“고통에 마음의 문을 열어두세요. 리얼리티가 없는 삶은 죽은 삶입니다.”

“모든 존재는 각자의 자리가 있습니다. 그것을 자신의 생각과 판단과 오만으로 그 자리를 빼앗어서는 안됩니다. 모든 생명은 각자의 몫이 있어요.”


이틀간의 워크샵이 끝나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사랑의 온기뿐이었습니다. 서로를 함께 치유했던 모두의 사랑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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