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달빛 패션쇼- 작가의 말
청심동 시리즈의 세번째 단편 <달빛 패션쇼>는 동네 주민센터에 걸려 있던 '시니어모델 워킹 클래스' 현수막을 보며 시작되었습니다. 할머니들이 런웨이를 걷는다는 발상은 처음엔 유쾌한 상상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쓰는 동안, 그 속에서 우리가 외면해 온 노인의 삶, 그리고 사회의 빈틈을 추적하며 사람 사이의 연결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봉자와 복자, 미자와 월심... 그들의 웃음과 눈물은 사실 우리 곁에 있는 누군가의 얼굴이고, 곧 다가올 우리의 얼굴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쓰며 우리 사회 속 노인들의 현실을 떠올렸습니다.
도시가 모두 아파트로 변해가면서 사라져버린 '마을'이라는 정서, 그 끈을 마지막까지 놓지 않고 있던 곳이 바로 청심동이었으니까요.
봉자 할머니의 존엄과 자존감은 혼자서 지킨 것이 아닙니다. 복자같은 이웃과 희선과 선영 같은 젊은이들이 있었기에, 청심동은 차가운 서류와 이웃의 죽음 앞에서도 인간적인 '정'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것이 무엇이든, 혹은 가지지 못한 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청심동 같은 마을을 만들고, 우리 모두는 봉자처럼 살아야 한다는 것.
기죽지 않고, 꿈을 잃지 않고,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외치며 웃음을 잃지 않는 것. 그런 봉자스러움이야말로, 나이 든 우리의 삶을 지켜내는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를 쓰는 동안 저 역시 마음 한켠의 외로움과 상처가 조금씩 치유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할머니들의 당당한 걸음과 소박한 웃음이 제게도 위로가 되어 주었으니까요.
여러분의 하루에도 각자의 런웨이가 있습니다. 그 길 위에서 넘어지더라도, 옆 사람 손을 잡고 다시 일어나길, 그리고 웃음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세상은 변해도, 이 웃음만은 그대로 남기를.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하루에도 봉자의 당당한 발걸음이 함께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