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웠던 2011년 겨울, 30대 초반의 회사원이었던 나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 어떻게 보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이기도 하고, 지워보고 싶기도 하지만 40대가 되니 흑역사도 나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게 되어 쓴다.
내 나이 32살. 출판사 6년 차 디자인부 주임으로 바쁘고 힘겹던 시절에 사장의 폭언으로 인해 사직서를 내고 많이도 아팠다. 밥도 안 먹고 하루 종일 자다 깨다 며칠을 반복하고, 몸무게가 40킬로로 정도로 줄어들었을 무렵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병원에 제 발로 걸어갔다. 난생처음 정신과에 가서 의사와 상담을 하고 약을 받아와 먹기 시작했다. 약의 부작용으로 점점 더 괴로움을 느끼고 늘 불안했고 죽음 충동에 시달렸다. 반년정도 다녔을까 의사 선생님이 나는 양극성 정동장애 2형이라고 진단을 했다.
양극성은 뭐고 정동이 무엇인지 아득했으나 조울병이라는 말로 이해가 가능했다. 그때부터 나와 조울과의 만남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나의 양극단에 있는 조울. 밝음과 어두움. 빛이 밝을수록 어두운 그림자가 생기듯. 나와 같은 부류의 인간에게는 유난히 밝은 면과 지독하게 어두운 면이 있다. 반고흐 같은 예술가들이 그런 것처럼.
그래서 그렇게 아름다움에 끌리고 미술에 끌려서 그림을 그리고 미대에 갔는지도 모르겠다. 병은 늦게 발병했지만 우울과 멜랑꼴리는 늘 나와 함께 했으니 말이다.
가정에서 비롯되었던 나의 어린 시절 정신적 불안정성이 병에 큰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프로이트의 말처럼 모든 건 불행했던 유아기 때문이라고 여기는 것은 너무 인간을 단순하게 바라보는 시선 같이 느껴진다.
인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진행형으로 지금도 바꿀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