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
7년의 밤
수박 맛 좋아
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
바람이 전하는 인디언 이야기
미래의료 4.0
때로는 나도 숨어버리고 싶다
***
이번 주의 추천할 만한 책은, 없다.
<7년의 밤>이 그럭저럭 재미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길다.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캐치-22>처럼 페이지 넘어가는 게 아까운 책이 아닌 다음에야,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2배, 3배, 4배의 분량을 읽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무야, 미안해,
라고 말하고 싶은 책들은 거의 매주 만나지만, 이번 주에는 정말 강적을 만났다.
해피엔딩 어쩌고 하는 일본 작가(?) 소설인데,
대체 이런 책은 왜 번역까지 해서 다른 나라에 던지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영원히 중고등학생으로 살고 싶은 일본인들이나 읽게 놔두자.
<바람이 전하는 인디언 이야기>는 찰스 이스트먼이란 사람이 1907년에 쓴 책이다.
이름만 보고 코커시언이 쓴 책인 줄 알았는데, 저자가 북미 원주민이다.
북미 원주민의 문화는 21세기를 주름잡고 있는 표준 문화와 상당히 다르다.
1907년이라 그런지, 주류 문화로 편입하려는 시도가 크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뭔가 다르다.
표준 문화에 절여진 나로서는,
왜 결말이 이렇지?
이야기의 포인트가 대체 뭐지?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그게 또 묘한 매력이기는 하지만,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같은 감동을 기대했던 나에게는 충분하지 않았다.
2. 커피를 찾아서
예전에, 캔자스라는 황량한 곳에서 먹을 만한 커피를 찾아 헤맨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junatul/273
다행히도, PT's Coffee라는 꽤 준수한 가게를 찾았고, 한여름 캔자스 땡볕 아래를 매일 30분 넘게 걸어서 커피를 공수했다. 그래도, 맛있는 게 어딘가.
게다가, 애틀랜타에서는 평생 먹어온 커피 (라테) 중에서도 제일이라 할 수 있는 Dancing Goat를 발견했으니, 그 당시 내 커피 사정은 꽤 괜찮은 편이었다.
올 여름, 광주에 내려오게 되면서 새로운 커피 공급처를 찾아야 했고, 운 좋게도 몇 번만에 정말 맛있는 커피 가게를 찾았다. Dancing Goat와 비교해도 별로 꿀리지 않는, 정말 맛있는 라테였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이 가게 라테가 갑자기 맛없어진 것이다. 2900원 짜리 양산형 라테들과 비교해도 좋을 정도로 추락했다. 바로 지난 주까지 맛있었던 커피가 갑자기 한두 단계도 아니고 급전직하 추락을 해버리니 황당했다. 관찰 결과, 커피가 맛없어진 이유는 바리스타가 바뀌어서라고 생각한다. (추측컨대, 분점을 내면서 사장이 커피 비법을 전수하는 단계에는 맛있었으나, 사장이 사라지면서 비법이 함께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갑자기 새로운 커피 공수처를 찾아야 했고, 텐퍼**, 더벤*, 컴**, 댄** 등 다양한 가게를 시도했으나, 결과는 꽝이었다. 맛있었던 가게와 비교는 당연히 불가하고, 스벅보다도 못하다.
난감한 상황이다.
사족. 평생 먹어온 커피 중에 제일 맛있었던 것이 무엇일까 잠깐 생각했다. 아무래도 애틀랜타 Dancing Goat가 GOAT다. 밴쿠버 구시가지의 Luna Cafe도 좋았지만, 역시 Dancing Goat가 조금 더 우세.
https://brunch.co.kr/@junatul/292
아, 그런데 생각해보니 암스테르담 카페들 수준이 장난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