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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Aug 18. 2020

내 몸을 흐르는 카페인,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 보았다


제이크 냅의 책 <메이크타임>을 보면, 카페인의 반감기가 5~6시간이니 오후 2시 이후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정보는 교차검증이 필요하니 구글링을 좀 해봤다.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에게 혈장 내 카페인의 반감기는 5시간이지만, 개인별로 편차가 커서 최소 1.5시간에서 최대 9.5시간에 이른다고 한다.

news-medical.net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에게 카페인 반감기는 5~6시간이 맞다고 한다. 나이, 체중, 흡연여부, 임신여부 등에 따라 변수가 많기는 하지만 말이다. 최대 15시간까지도 가능하다고.


이런...

5~6시간이 과장이길 바랬건만...



천국의 시계인가, 이것은... © Pixabay


커피.

캔자스라는 요상한 지역에서 두 달 정도 지낼 때, 커피가 입에 안 맞아서 엄청 고생을 한 적이 있다.

나는 나 자신이 밀가루의 노예인줄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카페인이 더 위에서 내 주인 노릇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전에 나는 하루에 커피 2잔을 맥시멈으로 정해놓고 살았는데, 언젠가부터는 기본이 2잔이다.

요즘에는 대략 4잔 정도를 한계로 생각하고 있기는 한데, 별로 지키려는 생각은 없는 듯.


원래 자기 전에 커피 마시고도 잘 잔다고 떠들고 다녔지만, 언젠가부터 저녁 식사 후 커피를 끊었더니 잠의 질이 나아졌다.

그러니까, 커피 마시고 잠 잘 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저녁 시간에 커피를 줄이면 더 잘 잘 수 있다는 얘기다.


내가 제일 많이 마시고 좋아하는 커피는 네스프레소다. (괜찮다. 난 싸구려니까. ㅋㅋ)

그래서, 일단 네스프레소 캡슐의 카페인 함량을 검색해 보았다.


구글신에 따르면...

네스프레소 일반 캡슐은 55~65mg의 카페인을 가지고 있다. 캡슐 자체 함량이 아니라 우렸을 때 내가 실제로 마시게 되는 양이다.

룽고 캡슐의 경우는 커피가 조금 더 들어 있어 20% 정도 더 봐야 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대략 66~77mg.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네스프레소 중에 유독 카페인 함량이 높은 녀석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카자(Kazaar). 이 녀석은 무려 125mg의 카페인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필 내가 아주 좋아하는 녀석이다. ㅠㅠ


Reddit이 만든 네스프레소 카페인 함량표. 네스프레소 홈피의 '빈약한' 정보를 기반으로 추측한 것이라 밝히고 있다. © Reddit


디카프 커피에도 카페인이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네스프레소 디카프 라인의 경우 최대 12mg의 카페인이 있다고 한다. (Reddit 표에는 2mg이라는 꿈 같은 얘기가 나오지만 네스프레소 홈피에서 분명히 최대 12mg이라고 밝히고 있다.)


자, 이제 한번 계산해보자.

그러니까 아침 9시에 아르페지오 한 잔, 나른한 4시 반쯤 카자르 한 잔 마시고, 저녁 먹고 7시 반 쯤에 디카프로 한 잔 더 마신다고 하면...


반감기를 5시간으로 가정할 경우,

잠자리에 드는 11시에 내 몸에 흐르는 카페인은...


아르페지오 14시간 경과 60mg -> 8.6mg

카자르 6.5시간 경과 125mg -> 54.4mg

디카프 3.5시간 경과 12mg -> 7.9mg


도합 70.9mg의 카페인이 내 혈관을 돌아다니며 내 잠을 방해하게 된다.


내가 조지 클루니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 ©Nespresso


반감기를 생각하면 졸리는 오후보다는 멀쩡한 아침에 고카페인을 섭취하는 것이 낫다.

위의 사례에서 카자르를 아침에 마시고 오후에 아르페지오를 마셨다면, 잠드는 시간에 총 카페인량은 52mg으로 줄어든다.


어휴...

어쨌든 잠자리에 드는 순간에도 내 몸 안에는 에스프레소 한 잔 분량의 카페인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거다. (오후에 쎈 걸 마시면 그 이상이고.)


<메이크타임>의 저자가 권하는 대로, 오후 두 시쯤 마지막 커피를 마신다면 상황이 좀 나아지기는 한다.

똑같이 아르페지오, 카자르, 디카프를 한 잔씩 마신다고 해도, 아침 9시에 첫 잔을 마시고 나머지 두 잔을 오후 1시, 2시에 마시면 잠 드는 시간에 내 몸에 남아 있는 카페인은 43.3mg으로 줄어든다.


문제는 그럴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저렇게 커피를 마시면 분명 오후 4시 쯤에 한 잔 더 마시겠지. ㅡ.ㅡ;;


*****


대체로 하루 400mg까지는 카페인 섭취가 별 문제 없다고 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말이지.

그런데 요즘 세상에 정말 "건강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위의 사례에서 하루 총 카페인 섭취량은 197mg이다.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이보다 더 많이 카페인에 찌들어 있다.


스타벅스에서 라테 한 잔 마신다고 생각해보자.

더블샷이므로 대략 130~150mg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다른 구글링에 따르면 스타벅스 1샷 당 64~75mg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고 한다. 샷당 카페인량은 네스프레소 캡슐과 도찐개찐이다.)

벤티 사이즈로 마셨다가는 3샷이므로 최대 225mg다!


묻고 더블로 가자 © Pixabay

그러나 이것도 다가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이들 인스탄트 커피들은 대체적으로 50~100mg의 카페인을 담고 있다. 문제는 이 녀석들이 맛도 없는 데다 당류를 엄청나게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레드불을 위시한 에너지드링크가 고카페인 음료라는 것은 상식이다. 이 상품들의 셀링 포인트가 그거니까. 

레드불, 핫식스가 대략 60mg 정도이고, 몬스터 시리즈가 90mg대, YA라는 (내게는 생소한) 이름의 에너지드링크는 무려 162mg의 카페인을 담고 있다.


더 위험한 녀석들도 있다. 게다가 이름이 무려 '우유'다.

GS25에서 판매하는 '더 진한 커피우유'는 무려 237mg의 카페인을 담고 있다.

일부 청소년들이 이 '우유'를 베이스로 카페인 칵테일을 만들어 마시는 것이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음... 문제적 남자, 스누피


문제는 이것도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초콜릿을 시작으로 우리 주변에는 카페인을 함유한 음식물이 넘쳐 난다.

게다가 나처럼 커피에는 초콜릿 내지 초콜릿 케이크가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넘쳐 난다.


나는 즐겨먹지 않지만, 감기약(15mg)이나 두통약(50mg)에도 카페인은 상당량 포함되어 있다.


식약처의 1일 카페인 최대 섭취 권고량은 성인에 대해 400mg이다.

임산부에게는 300mg, 어린이는 체중 1kg 당 2.5mg으로 더욱 제한한다.

캐나다와 EU 역시 1일 400mg까지는 카페인 섭취가 안전하다고 판단한다.


*****


미국 소비자연맹(NCL)에 따르면, 미국인의 85%가 커피를 매일 마신다고 한다. (이것도 소스별로 숫자가 왔다갔다 하기는 한다.)


우리나라는 아마 더할 것이다.


2020년 조사에 따르면, 핀란드가 인구당 커피 소비 세계 1위이고, 미국은 25위, 한국은 순위권에 없다.

커피비즈니스정보(Coffeebi)라는 사이트에 따르면 한국인은 인당 연간 2.3kg의 커피원두를 소비한다.

상기 조사에서 1위를 한 핀란드는 인당 연간 11.98kg를 소비하니, 과연 우리나라는 명함을 내밀 상황이 못 된다.

25위로 랭킹에 간신히 걸친 미국 조차도 4.19kg로 우리보다 훨 많다.


적당한(?) 커피 섭취가 몸에 좋다는 연구는 무수히 많다.

나는 이런 연구들을 반기는 편이기는 하지만, 이런 연구들이 세상에 나오는 이유는 커피 산업이 그만큼 거대하기 때문이다.

와인이 몸에 좋다는 연구가 끊임없이 나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뭐든지 과유불급이다.


내가 그 오묘한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련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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