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져도, 내일을 위해

조용필 - 내일을 위해 (18집)

by whilelife

먹구름이 낮게 내려와 뾰족한 아파트의 정수리에 닿을락 말락 하다. 기온은 어제보다 더욱 내려간 데다 오늘은 바람까지 심하게 불고 있다. 세찬 바람에 바닥에 떨어져 있던 낙엽과 먼지와 쓰레기가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내 키보다 높게 올라갔다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아파트 입구에 서서 스산한 거리를 잠시 바라보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무에 간신히 매달려 있던 나뭇잎들이 수없이 떨어져 나렸다. 생명이 스러져 가는 거리였다. 저 바깥으로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내 몸이 가장 피로한 목요일인 데다, 낙엽의 소리 없는 비명에 마음마저 불안해졌기에.


이렇게 스산한 광경 속에서, 문득 내 머릿속에 노래 하나가 연주되기 시작했다. 장중하면서 친근한 선율. 클래식 음악인 듯, 어딘가의 민요인듯한 선율. 무슨 노래일까. 갸우뚱하면서도, 이 선율 덕분에 나는 거리로 나갈 용기가 생긴다.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뎌 거리를 걸었다.


잠시 차가 끊긴 도로를 건너다, 저 멀리서 돌풍이 부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순간, 내 머리칼은 이제 막 불어온 세찬 돌풍에 휘날렸고, 머리카락에 가려진 좁은 시야 사이로 짧은 순간 많은 광경이 훅 들어왔다.


짙은 회색 빛의 구름들, 까만 아스팔트, 제멋대로 휘날리는 낙엽들. 그리고 바로 그때, 돌풍에 놀란 듯 가벼운 비명을 지르며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대여섯 마리의 새.


장중한 풍경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갑자기 한 목소리가 선명히 떠올랐다. 바로 조용필 18집, <내일을 위해>. 그 가사가 내 머릿속을 천천히 통과한다. 그랬구나. 내가 아파트 입구에서 떠올린 것은 이 노래의 전주였다. 영국 민요를 모티브로 한 이 음악이 그렇게 눈앞의 풍경과 함께 어우러졌던 것이었다.


날아오른 새들을 눈으로 좇았다. 새들은 모두 건물 지붕 아래로 막 내려앉은 참이었다. 맨 몸뚱어리로 바람을 견뎌야 했던 아까의 상황보다는 훨씬 안전해 보였다. 순식간에 편안해 보이는 새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안도한 다음에는, 방금 전의 호들갑스러웠던 새들의 모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실실 웃음이 나왔다. 버스 정류장으로 향해 가는 내 발걸음은, 아파트 입구에 망연히 서 있던 그때와 달리 어느덧 즐거운 듯 경쾌하기까지 했다.


그렇다. 이렇게 돌풍이 불고 단풍이 제 생을 끝내는 순간에도, 언제 세찬 비가 내릴지 모르는 이 암울한 거리에서도, 생명은 살아있는 것들은 제 살길을 찾아가야 한다. 새들이 더욱 안전한 장소를 향해 날아가듯이. 생명을 가진 존재는 모두 더욱더 잘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소명인 것이다.


힘겨운 아픔을 딛고 일어서
내일은 별처럼 희망을 위해.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조용필의 <내일을 위해>를 플레이하여 들어본다. 그의 장중하면서도 힘찬 목소리가 서서히 강렬하게 '살아가기를' 노래한다. '내일은 별처럼 희망을 위해!' 그의 목소리가 클래식한 창법으로 오래된 고전을 전한다.


"생명은, 어떠한 순간에도 잘 살아내야 한다."






눈부신 햇살에 잠에서 깨어

새로운 날들을 함께 노래해.


저 하늘 끝에서 나를 부르는

버려진 꿈들을 다시 내 품에.


힘겨운 아픔을 딛고 일어서

내일은 별처럼 희망을 위해.


『조용필18집』「내일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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