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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lelife Jan 07. 2024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져도, 내일을 위해

조용필 - 내일을 위해 (18집)

출근길, 하늘은 먹구름이 낮게 내려와 뾰족한 아파트 천장에 닿을락 말락 아슬하다. 기온은 어제보다 더욱 내려간 데다 오늘은 바람까지 심하게 불고 있다. 세찬 바람에 바닥에 떨어져 있던 낙엽과 먼지와 쓰레기가 공중으로 떠올라 뒤섞여 내 키보다 높게 올라갔다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아파트 입구에 서서 스산한 거리를 잠시 바라보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무에 간신히 매달려 있던 나뭇잎들이 수없이 떨어져 나렸다. 생명이 스러져 가는 거리였다. 저 바깥으로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한 주 중에서 내 몸이 가장 피로한 목요일인 데다, 낙엽의 소리 없는 비명에 마음마저 불안해졌기에. 


이 광경 속에서 문득 내 머릿속에 노래 하나가 연주되기 시작했다. 장중하면서 친근한 선율. 클래식 음악인 듯 어딘가의 민요인듯한 선율. 무슨 노래일까. 갸우뚱하면서도, 이 선율 덕분에 나는 거리로 나갈 용기가 생긴다.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뎌 거리를 걸었다. 잠시 차가 끊긴 도로를 건너다, 저 멀리서 돌풍이 부는 소리에 고개를 오른편으로 돌려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순간, 내 머리칼은 이제 막 불어온 세찬 돌풍에 휘날렸고, 머리카락에 가려진 좁은 시야 사이로 짧은 순간 많은 광경이 훅 다가섰다. 키 낮은 회색의 구름, 짙은 아스팔트, 제멋대로 휘날리는 낙엽들. 그리고 바로 그때, 돌풍에 놀란 듯 가볍게 비명을 지르며 하늘을 가로질러 도로를 건너는 대여섯 마리의 새들. 


이렇게 장중한 풍경 속에서 선명히 떠오르는 목소리가 있다. 바로 조용필 18집, <내일을 위해>라는 노래의 가사가 내 머릿속을 천천히 통과한다. 그렇다. 내가 아파트 입구에서 떠올린 것은 이 노래의 전주였다. 영국 민요를 모티브로 한 이 음악이 그렇게 눈앞의 풍경과 함께 내 상상 속에서 어우러졌다.


날아오른 새들을 눈으로 좇아보니, 새들은 모두 건물의 지붕 아래로 이제 막 내려앉은 참이었다. 아마도 더 안전한 곳을 찾아 이동했던 것이리라. 그 모습에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새들의 안전을 확인한 뒤엔, 방금 전의 호들갑스러웠던 새들의 모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실실 웃음이 나왔다. 버스 정류장으로 향해 가는 내 발걸음은 어느덧 즐거운 듯 경쾌하기까지 했다.


그렇다. 이렇게 돌풍이 불고 단풍이 제 생을 끝내는 순간에도, 언제 세찬 비가 내릴지 모르는 이 암울한 거리에서도 생명은, 살아있는 것들은 제 살길을 찾아가야 한다. 새들이 더욱 안전한 장소를 향해 날아가듯이. 나를 포함하여 생명을 가진 이들 모두 더욱 잘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소명인 것이다.


힘겨운 아픔을 딛고 일어서 내일은 별처럼 희망을 위해.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조용필의 <내일을 위해>를 플레이하여 들어본다. 그의 장중하면서도 힘찬 목소리가 서서히 강렬하게 '살아가기를' 노래한다. '내일은 별처럼 희망을 위해!' 그의 목소리가 클래식한 창법으로 오래된 고전을 전한다.


"생명은, 어떤 순간에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눈부신 햇살에 잠에서 깨어 

새로운 날들을 함께 노래해.


저 하늘 끝에서 나를 부르는

버려진 꿈들을 다시 내 품에.


힘겨운 아픔을 딛고 일어서 

내일은 별처럼 희망을 위해.


『조용필18집』「내일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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