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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Oct 03. 2023

4살, 영어에 흥미를 느끼다!

우연한 기회가 호기심을 자극해, 딸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배경이미지: 2020년 3월 10일, 집중해서 유튜브 보는 중?



영어에 흥미를 느끼다!


해외살이 하던 그의 절친이자 아들의 대부인 A의 가족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핀란드에서 보내곤 했다. A는 핀란드에 올 때마다 딸과 함께 또는 혼자서 우리 집에 들렀다. 2019년 연말, A가 딸과 함께 우리 집을 방문했다. A의 딸은 핀란드에서 태어났지만, A의 직업상 돌 이후부터 미국과 영국에서 성장했다. A 가족은 2019년 가을부터 한동안 노르웨이에서 살았지만, 영어를 주 언어로 쓰는 A의 딸은 영어학교를 다녔다. 부모가 둘 다 핀란드인으로 아이에게 핀란드어를 사용했지만, A의 딸은 영어로만 답할 정도로 영어를 선호했다.


딸에겐 자신보다 2살 많은 A의 딸이 영어로 말하며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이 꽤나 매력적으로 보였나 보다. 딸은 A의 딸과 어울리며 자연스레 영어로 대화를 시도했다. 딸은 이전까지는 주로 핀란드어를 사용하고, 엄마와는 한국어를 사용했다. 그와 내가 일상에서 서로에게 영어를 사용했지만 딸에게는 각자의 모국어를 고수해서 딸은 영어를 사용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낯선 A의 딸에게 맞춰 영어를 사용하는 딸의 모습이 놀라웠다. 물론 딸의 영어는 아이라서 서툴다는 걸 감안해도 상당히 서툴렀다. A의 딸과의 만남은 '신기하게 그때 그랬어.'정도의 추억으로 남을 줄 알았는데, 돌이켜보니 딸의 영어 사용에 시초가 되었다. 



유튜브 영어: 2020년 딸의 영어 성장기


많은 부모들이 첫째에겐 사탕이나 과자를 최대한 늦게 주려 애쓰고, 동영상 시청도 되도록 피하려 노력하지만, 둘째에겐 상당히 느슨하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라서 딸은 아들과 달리 꽤 이른 시기부터 동영상을 맘껏 봤다. 처음에는 우리가 일일이 무엇을 보여줄지 골랐지만, 짧은 동영상들을 계속해서 골라주기엔 우리가 너무 지쳤다. 가끔 딸이 어떤 영상들을 보는지를 확인하는 정도로 우리의 참여를 줄이고, 딸이 보는 영상의 선택을 딸과 유튜브 알고리즘에 맡겼다. 


딸이 영어에 관심을 보이자 이를 놓칠세라 그가 딸에게 페파피그 애니메이션을 틀어줬다. 페파피그 애니메이션은 딸의 눈높이에 딱 맞았다. 페파피그에 푹 파진 딸은 한동안 영국식 억양의 영어를 구사했다. 나의 미국인 친구가 당시 딸의 억양을 듣고 영국식 억양이라고 감탄하기까지 했다. 그 시절 딸은 어린이집에서 색과 숫자를 배웠는데, 그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를 궁금해했다. 영어에 대한 넘치는 호기심의 답을 딸은 스스로 또는 우리의 도움을 받아 유튜브에서 찾았다.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 생각보다 희미해서, 기억을 더듬고자 내가 찍어놓은 영상 파일을 살펴봤다. 2020년 3월 말에 개구리 목욕장갑과 함께 아기 욕조에서 영어로 노는 모습이 딸이 영어를 사용하는 가장 오래된 동영상인 것 같다. 비슷한 시기에 'London Bridge Is Falling Down' 동요를 참 귀엽게 부르는 모습도 발견했다. 딸의 영어사용에 대한 기록 찾기는 딸의 영어 발달뿐 아니라 그 시절 딸의 아기아기한 모습까지 확인시켜 주며 내 눈가에 눈물을 맺히게 했다. 여전히 사랑스러운 딸이지만, 그때는 정말 너무너무 귀여웠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2020년에 찍은 동영상과 그의 기억에 따르면 봄부터 딸은 영어를 조금씩 사용하는 것 같더니 여름에 이르러선 영어로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했다. 그즈음 딸의 두 번째 언어가 한국어에서 영어로 역전된 것 같다. 이전에는 유창하진 않지만, 나와 한국어로 소통했는데, 여름 이후 내가 한국어로 말해도 딸은 영어로 대답했다. 한국어 발달을 위해 딸에게 한국어만 사용하러 애썼지만, 영어가 들리면 영어로 대답하는 내 습관 탓에 곧잘 딸과 영어로 대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딸이 자라면서 주로 보는 유튜브 콘텐츠가 페파피그에서 장난감 언박싱, 인형놀이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짧은 드라마로 변했다. 요즘은 게임비디오에도 관심을 보이이고 있다. 페파피그에서 다른 동영상으로 관심이 옮겨가면서 딸의 영어발음도 영국식에서 미국식으로 변했다. 딸의 영국식 발음이 참 매력적이었는데, 금세 사라져 버려 아쉽다. 


유튜브로 배운 영어라 그런지 딸이 영어를 사용할 때 유튜브 콘텐츠스러운 행동을 많이 했다. 유투버들의 'Subscribe the channel.'을 흉내 내며 킥킥거렸고, 자신이 어떤 놀이를 하는지 나를 불러 설명하기도 했다. 어린이집에선 혼자 인형놀이를 할 때 유독 영어를 사용했다고 했다. 손재주가 좋은 딸이 유튜브에서 본 만들기를 죄다 따라 했듯이 영어도 그렇게 죄다 따라 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거의 반년만에 영어를 어느 정도 구사하는 경지에 다다른 것 같다. 

 

2023년 3월 23일 딸이 부르는 'London Bridge Is Falling 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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