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 노는 딸의 모습을 계속 보고 싶어 도서관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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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와 달리 둘째가 아기였을 때는 체력이 부족해 외출을 많이 하지 못했다. 딸과 함께 하는 시간엔 주로 집에 있는 책을 읽어줬다. 엄마의 책 읽자는 권유가 딸에겐 함께 시간을 보내자로 들렸던 것 같다. 엄마와 오랫동안 함께 있고 싶었던 걸까? 함께 책을 읽자고 하면 때때로 책장의 책을 다 꺼내올 기세로 책을 가져와 말려야 할 정도였다. 딸은 아들과 달리 맘에 드는 책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보는 것을 즐겼고, 여전히 즐긴다. 딸이 영어에 대한 관심을 보이면서부터 도서관에서 딸이 읽을만한 책을 빌려오기 시작했다. 집에 있는 책도 이미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 지겹기도 해서 새로운 책이 필요했다.
아이들도 나도 취향이 제각각이라 책 고르는 게 쉽지 않았는데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서 그 부담이 사라졌다. 빌려왔는데 관심 없는 책은 돌려주면 그만이었다. 한국어로 된 책은 없었지만, 영어로 된 책이 있어 다행이었다. 도서관에서 살펴보고 맘에 드는 책을 빌리거나, 인터넷에서 누군가의 추천을 참고해 책을 선택했다. 옥스퍼드 출판사에서 나온 동화책 위주로 빌려보기도 했다. 딸이 유독 좋아하는 책이 있으면 그 저자(Oliver Jeffers와 Jon Burgerman)의 다른 책을 빌리기도 했다. 어린 시절 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나와 달리 딸은 책에서 다양한 재미를 찾았다. 그 모습이 마냥 신기하고 좋아서 딸이 책과 함께 웃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계속 책을 빌리게 되었다.
처음에는 딸의 한국어가 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영어로 쓰인 책이지만 그림을 보며 한국어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러나 영어에 마음을 빼앗긴 딸은 당연하다는 듯이 영어로 책을 읽어달라 했다. 절충안으로 한국어와 영어로 번갈아 읽어주었지만, 딸은 영어로 읽어줄 때 더 집중했다. 한국어로 쓰인 책을 영어로 읽어달라 하지 않듯이 딸에겐 영어로 쓰인 책을 영어로 읽는 게 당연했던 것 같다. 아빠와 함께 노력해서 핀란드어를 읽을 수 있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딸은 스스로 영어책을 소리 내어 읽으려 애썼다. 처음엔 조금 서툴렀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금세 영어책을 술술 읽기 시작했다. 모르는 단어는 우리의 도움을 받았다. 어느샌가부터 영어책에 한해서는 본인이 읽는 걸 선호했다.
딸과 함께 책 읽기는 읽기라기보다는 책과 함께 하는 놀이였다. 한동안 숫자에 심취해 있던 딸은 매 페이지마다 특정 물건이 몇 개 있는지 세는 놀이를 즐겼다. 반복적으로 읽은 책들은 삽화를 세세하게 살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고 그 부분에 대해 웃고 떠들기를 즐겼다. 소리가 비슷한 단어로 문장을 끝내는 언어유희에 푹 빠져 언어유희를 활용한 책이나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럴 때면 일상에서도 그런 단어들을 찾아 대화에 활용하려 애썼다. 그저 책과 함께 하는 재미있는 놀이들 덕에 딸의 영어는 자연스레 늘었다. 딸이 책과 함께 노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 시간을 함께 하며 이어가고픈 마음에 도서관에 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따로 영어공부하라고 잔소리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