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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Oct 05. 2023

이중언어 아기? 3살 반 이전...

아들의 꼬꼬마 아기 시절, 가물가물한 기억을 헤집으며...

배경 이미지 출처: Unsplash



뱃속의 아이는 어느 나라 말을 배울까?


첫째가 뱃속에 있을 때 종종 주변인들과 태어날 아이가 사용할 언어에 대한 대화를 나누곤 했다. 핀란드인과 한국인이 이루는 가정인 데다 둘이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다 보니 아이의 언어 발달을 궁금해했던 것 같다. 이중언어 교육에 관해선 세계에서도 상당히 앞서가는 나라인 핀란드라서 지인들은 대부분은 아이가 당연히 핀란드어와 한국어를 구사할 것이라 여겼다. 관심은 아이가 영어까지 하는 삼중언어 아이로 자랄지에 쏠렸다. 일부는 우리 아이의 언어환경을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그들은 아이가 큰 노력 없이 3개 국어를 구사할 거라 예상했다.


억지로 공부시켜 봐야 자신이 관심 없으면 소용없다는 생각에 나는 아이가 구사할 언어에 대해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핀란드에서 자랄 테니 핀란드어는 당연하고, 내가 핀란드어를 못하니 한국어를 어느 정도 배울 것이라 생각했다. 영어로는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게 어설플 테니 아이랑 알콩달콩 맘껏 대화하기 위해 한국어를 사용할 심산이었다. 영어야 학교에서 배워도 되고, 그와 내가 영어를 사용할 때 자연스레 습득할 수도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는 핀란드어와 한국어가 충분히 복잡한 언어라며, 영어까지 더해 아이를 혼란스럽게 하지 말자 했다. 게다가 아이가 원어민이 아닌 우리의 어설픈 영어를 배우는 것을 꺼려했다. 냉소적인 핀란드인 답게 아이가 주로 사용할 언어들이 널리 사용되는 언어가 아니라 아쉽다는 말도 더했다. 핀란드어나 한국어나 주로 그 나라에서만 사용되는 언어인 데다가 인구측면에서도 사용자가 적은 편이라며 투덜대는 그에게 한국어 사용인구가 핀란드 사용인구보다는 10배 이상 많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K 콘텐츠가 핀란드까지 미치지 않던 때라 한국어가 가치가 있다는 나의 주장이 설득력을 발휘하진 못했다.



아들의 아기 시절 언어 발달, 오래전이라...


돌 이전에 아들은 모유수유와 육아휴직 덕에 대부분의 시간을 나와 함께 했다. 그도 아이와 함께 하려 애썼지만, 아무래도 엄마인 나보단 함께 하는 시간이 적었다. 돌 이후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이전과 달리 한국어보다 핀란드어에 더 노출되었다. 그렇지만 아기시절 집중적인 한국어 노출 덕인지 핀란드어보다는 한국어를 조금 더 잘했다.


핀란드는 어린이집이 어떤 면에선 부모보다 세세히 아이의 발달을 챙긴다. 보통 선생님이 부모상담 때 아이의 발달 전반에 대해 언급하고 마는데, 특이하게 아들의 언어발달에 대한 평가를 종종 접했다. 또래보다 언어발달이 조금 느리지만 이중언어 아이이고 남자아이니 염려할 수준은 아니다는 내용이었다. 돌이켜보니 추가적인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는 아이로 예의주시했던 게 아닐까 싶다.


세월과 함께 희미해진 아들의 꼬꼬마 아기시절 언어발달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보고자 그 시절 동영상과 페이스북 담벼락을 살폈다. 아들은 내가 자주 쓰던 표현과 자주 읽어주던 책에서 접한 표현을 무한 반복하며 한국어를 습득했다. "미안해. 아빠랑 놀고 있어. 엄마 이거하고 놀아줄게. 미안해."라는 말에 내 주변을 맴돌며 "미안해."라고 무한반복하고(2013년 9월 19일), 자기가 들고 있던 유리잔을 공중에서 놓아서 떨어져 깨지니 최숙희 작가의 괜찮아 책에서 배운 "괜찮아"를 연발했다.(2014년 5월 8일)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생기는 귀여운 왜곡 표현도 있었다. "옛날옛날"에 손톱을 잘랐다고 하는 3돌도 안된 아가의 옛날옛날은 언제를 의미한 걸까?(2014년 8월 3일) "자동차가 위험해야 해.", "자전거가 위험해야 해.", "강아지가 위험해야 해." 등에서 "위험해야 해"는 나의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해."를 아이가 편한 대로 줄인 말이었다. 오래되거나 오래된 듯한 자동차를 보며 "옛날옛날이야."라고 말했다고 페북에 적어놨던데, 왜 그리 낯설까?(2014년 8월 14일)


2014년 9월 20일에 찍은 동영상에서는 아들이 예전에 사용됐던 트램 선로에 공공미술작품으로 고정된 바퀴를 밀고 있다. 아들은 "힘들어.", "안 돌아가요.", "내가 해볼까?"라고 짧은 문장을 말했다. 발음은 아직 말을 배우는 단계의 아이답게 귀엽게 어설펐다. 그 시절 나는 아들의 한국어 수준을 이중언어 아기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 평했다. 다들 한국에서 자란 아이들에 비하면 더딘 게 당연하다고 여겨서인지 다른 한국인들도 아들의 한국어 구사능력을 좋게 봐줬다. 


2014년 9월 20일 아들의 한국어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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