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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Dec 02. 2023

내가 한국사람이라 느낄 때

괜히 혼자 미안해서 하고 싶은 걸 못할 때

배경 이미지 출처: Unsplash



고열에 시달렸던 식구들에 비하면 심하진 않지만, 감기는 감기라 되도록 외출을 삼갔다. 그래도 네 식구 필요한 물건들은 생기기 마련이라, 그나마 덜 아픈 내가 장을 봤다. 나를 제외한 사람들의 아침 주식인 빵이 떨어져 동네 쇼핑센터로 향했다. 간 김에 이것저것 사다 보니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다. 집에 도착하면 점심을 챙기기 부담스러울 것 같은 허기가 느껴졌다. 


삼시세끼 내가 챙긴 밥도 지겨웠던 터라 초밥을 포장해 갈 심산으로 동네 쇼핑센터 2층 초밥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그런데 초밥집 옆 중국집 사장님이 테이블을 치우고 있었다. 눈이 마주쳐 중국집 사장님과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아이는 잘 자라고 있느냐는 질문까지는 별생각 없이 넘겼는데, 아직도 이 동네 사느냐는 질문에 마음이 흔들렸다. 마치 요즘은 왜 중국집에 오지 않냐는 귀여운 항의처럼 느껴졌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동네 쇼핑센터에 끼니를 해결해 줄 만한 음식을 파는 곳이 중국집 하나여서 자주 음식을 포장해 가곤 했다. 요즘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외식이나 포장음식을 자제하는 편이다. 게다가 쇼핑센터와 동네에 다른 음식점들이 생겨 그곳들에 가다 보니 한동안 중국집에 가지 않게 되었다. 순간, 힘들 때 내 끼니를 책임져주던 곳인데 너무 외면한 게 아닌가 싶었다. 


중국집 사장님과 대화를 나눈 뒤 사장님이 보는데 버젓이 초밥집으로 향하기가 껄끄러웠다. 중국집 사장님이 내가 음식을 살 때마다 무언가를 더 챙겨주신 적은 없다. 그저 마주치면 안부를 정답게 주고받을 뿐이었다. 중국집을 지나서 초밥을 사 먹는 게 미안할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왠지 미안하고 불편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에서 2층으로 올라왔던 나는 중국집과 초밥집을 지나쳐 엘리베이터로 향해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포장음식 없이 집으로 향했다.


옆지기에게 나의 이 복잡 미묘한 감정을 전했다. 이성적으로는 내게 선택권이 있고, 무엇을 선택하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감성적으로 미안한 마음에 중국집 사장의 눈치를 보느라, 나는 포장음식을 사지 못했다. 어쩌면 내가 한국인이라 그런 게 아닐까? 이런 나의 중얼거림에 그는 고객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고를 권리가 있으니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답을 했다. 그건 나도 알지만... 너는 이해 못 하는 내 마음속 목소리를 무시할 수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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