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가족의 화합을 위해 육아휴직을 선언한 남편. 한 몸 의탁할 직장이 든든하게 그의 복귀를 기다려주고 있기는 하나, 월급통장의 입금 알림이 몇 달 째 고요하니 속절없는 빈털터리 신세다.
둘째는 주부를 전업으로 삼겠노라 선언한 아내. 온종일 집안일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분투하며 동동거리기는 하나, 손에 만져지는 금전적 수입이 있을 리 만무하니 실속 없는 속 빈 강정이다.
셋째는 이제 갓 돌을 넘긴 아기. 우리 가정에서 유일하게 수입원을 가진 자이나, 연령의 특성상 수입을 인지하지 못할뿐더러 빈둥거리며 놀고먹는 삶을 날마다 반복하기 일쑤니, 본투비 백수가 아니겠는가.
2020년 1월. 백수인 듯 백수 아닌 우리 세 명의 백수는 백수라는 이름이 조금은 서글프니 서로를 '반백수'로 칭하기로 극적 타협을 보았다. 지칭하던 대명사에 고작 한 글자 덧붙였을 뿐일진대 위축되었던 마음은 평온해지고, 근원 모를 자신감이 더해졌다. 그리하여 우리는 반백수로서 장장 150일의 여정을 똘똘 뭉쳐 함께 이어나가게 되었다.
이렇게 서울의 모처에서<반백수 패밀리>가 탄생했다.
반-백수(半白手) ; 일을 정기적으로 하지 못하거나 수입이 거의 없거나 하여, 백수와 다름없는 상태. 또는 그러한 상태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