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육아휴직이 시작되던 시점, 아이는 돌잔치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육아휴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나서야 갓 돌을 넘긴 아기. 아아 그렇다. 그 아기가 바로 한 가정의 대소사를 하드 캐리 하는 실질적인 가장이었다.
매월 아이에게는 두 번의 수당이 들어왔다. 양육수당 15만 원과 아동수당 10만 원이 그것이다. 그리고 남편의 육아휴직으로 인해 들어오는 육아휴직 급여도 그녀로 인해 발생하였으니, 이 또한 실로 그녀의 몫이라 하겠다. 한 푼 한 푼이 귀한 시점에 혈혈단신으로 가정의 안위를 위해 고군분투하니 가족의 구성원들이 어찌 감읍치 않을 수 있으리.
그리하여 남편과 아내, 두 반백수는 기꺼이 한 가정의 선구자인 아기에게 졸개로서 헌신하기로 한마음 한뜻이 되어 맹세하였다. 그녀의 울타리가 되어 갖은 환난으로부터 보호할 것이며, 그녀를 널리 자유롭고 한없이 평온한 길로 안내하기로 말이다. 아마도 그 첫걸음은 온몸 바스러지게 흥을 돋우는 남편의 육체적 희생일 것이오, 나중 걸음은 영혼까지도 갈아 넣어 그녀를 케어하는 아내의 정신적 헌신일 것이었다.
모태부터 반백수 3호의 운명을 안고 이 땅에 현현한 아기. 그녀는 반백수 패밀리의 진정한 실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