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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차언니 Oct 29. 2020

부부의 공동육아, 과연 응원받을 수 있을까?

아빠 육아휴직의 현실과 정부 제도에 대한 아쉬움

- 반백수 1호_육아휴직 아빠
- 반백수 2호_전업주부 엄마
- 반백수 3호_만 1세 아기


드르륵. 식탁 위에 올려 둔 1호의 핸드폰이 진동에 흔들렸다. 안방에 있는 2호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한참 잠투정을 하던 3호의 소리가 잦아든 것을 보니, 아마 3호를 재우는 일에 성공한 모양이었다.


2호가 보낸 것은 어느 기사로 연결되는 URL 링크였다. 30~40대 육아휴직 아빠들이 회사 다닐 때보다 힘든 것을 느끼면서도, 단점을 상쇄할 만큼 큰 행복경험한다는 취지의 기사였다. 언제부턴가 이런 기사라면 글의 내용보다 댓글이 더 궁금해지는 상황. 역시 댓글에서는 불만 성토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어쩌면 이 기사가 진정으로 의도한 바는 이것이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비슷한 논조의 댓글이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강렬한 발언을 한 베스트 댓글 하나가 큰 지지를 얻고 있었다. 7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 댓글을 추천했다.



과격한 표현들을 서슴없이 사용하기는 했지만, 어쩌면 이것이 대다수 부부의 솔직한 생각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을 보며 떠오른 화두는 크게 세 가지다. 육아휴직 시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는지, 고정 수입을 포기해도 생활이 영위될 수 있는지. 그리고 아내를 '여편네'로 표현하는 남편이 정녕 부부 공동육아에 대한 열망을 지녔을지의 여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9년의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22,297명으로, 10년 전인 2009년의 502명에 비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통계청이 발표한 '2019 일·가정 양립 지표'를 확인해 보면, 육아휴직이 가능한 전체 남성 노동자 192만여 명 중 2만 명이 조금 넘는 인원만이 육아휴직을 사용하였다고 하니, 남성 육아휴직의 실질적 사용률은 1%를 겨우 웃도는 수준에 머무른 것이다. 100명 중 단 1명의 아빠만이 아이의 황금 같은 유년기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보게 되는 셈이다.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해마다 우상향 하는 추세에는 소소하게 박수를 보낼 만 하나, 여전히 많은 아빠들이 용기를 내지 못하는 현실은 아쉽고 또 아쉽다.


앞서 언급한 댓글에 드러났던 문제 중 하나는 남성 육아휴직을 향한 회사의 인식이다. 심지어는 여성의 육아휴직도 환영받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현실 앞에, 남성의 육아휴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사회 분위기는 아주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다. '혼자만 애 키우는 것도 아닌데 유난을 떤다.'는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버린 다는 것. 1호가 육아휴직을 하겠노라 선포하기 전 가장 많이 했던 고민 역시 '회사에는 어떻게 말하지?'였다. 사측이 흔쾌히 허락해 줄 것인지, 이로 인한 불이익은 없을지가 걱정이었다. 다행히 원만하게 육아휴직 신청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회사가 아무렴 그 상황을 마음에 들어하겠니? 복귀한 뒤에 인사고과를 잘 받기는 어려울 거야.'라는 주변인들의 말에 스트레스를 받은 기억도 여러 번 있다.


출처: 고용노동부 블로그


사회적 편견 속에서 제도를 우선적으로 받아들이고 시행할 수 있는 곳은 역시나 대규모 사업장일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의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정부의 요구에 대한 피드백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복리후생 증진이 곧 직원들의 사기진작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여실히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제도를 컨트롤할 여력이 되기도 할 테고. 그러나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남성 육아휴직자의 증가폭이 매우 높은 비율로 이루어지는 것을 볼 때,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인식 개선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흐뭇한 추측을 해볼 수 있겠다.


사실 반백수 패밀리의 입장에서 가장 언급하고 싶었던 내용은 역시 급여 제도에 대한 부분이다. 반백수 부부가 늦은 밤 술잔을 기울이며 자주 나누었던 이야기는, 현재의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의 취지가 무엇이냐는 점이었다. '여성의 경력 단절 해소'와 '아빠의 육아 참여' 중 어느 쪽에 가까운 제도냐는 것이다.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맞벌이 가정의 입장에서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훌륭한 제도가 분명하다. 그러나 부부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맞벌이 가정이나 외벌이 가정의 육아휴직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면이 존재하기도 한다. 부부 중 두 번째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사람이 첫 3개월 동안 통상임금의 100%(상한액 250만 원)를 지급받게 되는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육아휴직 급여 안내 (출처:고용노동부 블로그)


대신 최초 3개월 동안 통상 임금의 80%(상한액 150만 원)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 육아휴직 급여액 중 25%는 복직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일괄 지급된다는 것이다. 결국 육아휴직자 1인이 3개월 동안 다달이 받을 수 있는 최고액은 112만 5천 원이다. 그나마도 통상임금의 50%(상한액 120만 원)를 지급받을 수 있는 4개월차 부터는 실수령 금액의 최고액이 90만 원으로 더욱 낮아진다. 동시에 육아휴직을 진행하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두 사람 모두 수령이 가능하므로, 같은 방식으로 부부의 공동육아가 진행되더라도 외벌이 가정의 육아휴직이 더욱 재정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가 모든 아빠의 육아 참여를 독려한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같은 이유로 맞벌이 부부도 두 사람이 모두 집에서 아이와 생활하는 공동육아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 부모 가정의 경우도 같은 딜레마가 있었으나, 올해 3월을 기점으로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와 동일한 수준으로 제도를 개편했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이 글 초반에 소개했던 댓글의 금전적인 염려를 기우라고 표현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도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재정적인 부담감을 이미 알고 있는 지인들은, 다시 한번 진심 어린 애정을 담아 반백수 부부에게 조언하기도 했다. 얼마 되지 않는 육아휴직 급여로 세 식구가 근근이 먹고살다 보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말.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정말 좋은 선물은 현재의 육아휴직이 아니라 미래의 경제적 여유일 것이라는 말. 모두 맞는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공동육아에 임하고자 하는 당사자들의 마음가짐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반백수 패밀리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육아휴직에 임했을까? 반백수 부부의 경우는 2호의 건강상태를 비롯한 여러 여건들을 고려해보았을 때 육아휴직 말고는 대안이 없는 상태였다. 그러니 공동육아에 대한 굳은 의지나 열망으로 반백수 패밀리가 결성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맞닥뜨린 상황 속에서 직접 공동육아를 계획하고 경험하다 보니 '공동육아 찬양론자'로 변모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뱀의 머리로 시작했으나 용의 꼬리로 마무리를 지었다고 해야 할까. 그러니 이미 '공동육아'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여러 정보를 찾고 있는 분이라면 반백수 패밀리보다 더 훌륭하고 완벽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부부가 서로를 '여편네', '남의 편'이라고 칭하는 가정에는 절대로 주어지지 않을 놀라운 축복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망설이지 말고 용기를 내보아라, 그대여!!

출처 : 반백수 패밀리


출산율이 날로 떨어지고 있는 시대.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는 세상. 이대로 가다가는 더 이상 우리 사회에 미래가 없을지도 모른다. 저출생 해결의 첫걸음은 가정이 온전히 기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닐까? 제도의 개선과 인식의 성장을 통해, 온전히 부모로 살아가는 시간을 가지는 일이 '유난을 떠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곤한 잠에 빠진 3호의 꿈속에서는 모든 가정이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 펼쳐지고 있기를! 그곳에서는 저런 기사 아래에 마음 아픈 댓글이 더 이상 달리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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