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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차언니 Oct 31. 2020

네 달 받고, 한 달 더!

코로나로 인한 육아휴직의 연장

- 반백수 1호_육아휴직 아빠
- 반백수 2호_전업주부 엄마
- 반백수 3호_만 1세 아기


애초 1호의 육아휴직 기간은 3개월이었으나, 전년도에 꽤 많이 남아 있던 1호의 연차휴가 덕분에 반백수 패밀리는 거의 4개월에 달하는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4개월이 그리 길지는 않은 시간이었던 모양이다. 어느덧 복귀 한 달 전, 1호의 추후 거취를 논의할 시점이 생각보다 빨리 다가온 것이다.


당시 가장 큰 이슈는 대구의 31번 확진자였다. 이 확진자로부터 시작된 전염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에 몇 백 명씩 국내 확진자가 늘어났고, 전국의 수많은 의료진이 자원하여 대구로 떠났다. 특정 종교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끊임없이 쏟아졌고, 공포심이 극에 달하며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WHO가 '팬데믹 선언'이라는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던 시기도 그때였다.


그즈음 1호의 회사에서도 비보가 날아왔다. 동료의 가족 중 확진자가 발생하여, 같은 사무실을 사용한 동료들이 일주일간 재택근무를 하게 된 것이다. 현재에는 슬프게도 많이 익숙해진 일상이지만, 당시에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반백수 패밀리의 생활권 안에 바이러스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는 사실이 한없이 두려웠다. 곳곳의 어린이집과 학교에도 휴원, 휴교령이 내려졌다.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모들은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게 되었고, 1호의 회사에서는 육아기에 해당하는 직원의 단축 근무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코로나가 창궐한 이후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익숙해지다 보니, 매일 집을 나서야 하는 직장인들에 비해 공포가 비이성적으로 컸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전 세계·국내·우리 동네의확진자가 몇 명인지, 그중 몇 명이 사망했는지를 확인했다. 불안하고 또 불안했다. 반백수 부부는 심사숙고 끝에 회사로의 복귀를 1개월만 늦춰보기로 뜻을 맞췄다. 적어도 1개월 후에는 대구의 사태가 수그러들어, 일상이 다소나마 안정화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연장 신청을 더 과감하게 해볼까 싶기도 했지만, 무모하다고 느꼈다. 코로나와의 싸움이 결코 단기간에 끝나지는 않을 예정이기에, 2개월 이상의 연장은 곧 무의미한 경제적 부담을 보증하는 것과 같았다.


결국 1호는 팀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떨리는 마음이었다. 엄연히 육아휴직 연장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회사의 입장이라면 이런 요청이 달갑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유가 코로나 때문이라니. 저항 없이 출근하고 있는 모든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중에는 미취학 아동을 키우고 있는 다른 부모들도 있을 것이고, 그들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아이가 없다 하더라도 매서운 병마 앞에 초연한 사람이 어디 있겠느냔 말이다.


겨우 한 달로 되겠어요? 아직 바쁜 시기는 아니니 더 연장하는 것도 고려해 봐요.


예상하지 못했던 답변이었다. 게다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일 테니, 전자 결재도 본인이 대신 작성해 주겠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반백수 패밀리에게는 팀장님이 구원의 여신처럼 느껴졌다. 결국 전자 결재는 1호가 직접 작성했다만, 높으신 분들조차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속전속결로 결재 버튼을 눌러주셨다. 그렇게 1호의 애사심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지고야 말았다.


그렇게 1호의 육아휴직 기간이 1개월 연장되면서, 반백수 패밀리에게는 총 150여 일의 소중한 시간이 주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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