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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차언니 Sep 16. 2020

137만 원으로 세 식구 한 달 살기

외벌이 육아휴직 기간의 재정 관리

- 반백수 1호_육아휴직 아빠
- 반백수 2호_전업주부 엄마
- 반백수 3호_만 1세 아기


돈과 행복 사이에 필연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돈이 행복을 좌우하는 가변적 요인 가운데 하나인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때문에 1호의 육아휴직을 앞두고 가장 신경을 썼던 것은 아무래도 금전적인 부분이었다. 아이의 아빠와 엄마가 번갈아 진행하는 일반적인 아빠 육아휴직도 소득이 부담될 테지만, 외벌이 가정의 육아휴직은 미미한 소득이 중심 화두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외벌이로 세 가족이 여유롭게 먹고살 수 있나?' 조차도 논쟁거리가 되는 시대다. 엄마가 전업주부인 상태에서 아빠가 하는 육아휴직은 그런 세상 속에서 가족 중 아무도 돈을 벌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기본적인 생활과 직면하는 부분이므로 물질적 사안을 등한시할 수 없었다.


경제적 문제는 가장 고려해야 할 부분임과 동시에 가장 고려하기 까다로운 사안이었다. 1호와 2호의 경제관념이 조금 달랐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1호는 재정 부족에 대비해 처음부터 지출을 조금씩 이는 스타일이고, 2호는 재정이 부족해진 시점에 허리띠를 꽉 조이거나 추가적인 재정을 어떻게든 확보하는 스타일이다. 삶의 방식이 너무도 르기에 의논하는 과정에서 때때로 마찰이 생기기도 했다. 완벽한 준비를 마친 뒤 육아휴직을 시작하고 싶었던 두 사람은, 성질을 죽인 채 꽤 오랜 시간 의견을 조율하고 논의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차분히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고, 스트레스를 과하게 받지 않는 한도 내에서 소비를 줄이자는 대전제를 세웠다. 대전제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세부 계획도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추가 소득을 얻기 위한 별도의 경제활동만큼은 배제하기로 했다. 육아휴직을 하지 않고 회사를 지속적으로 다니는 것보다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얻을 수 있는 소득 안에서 합리적 경제 활동을 할 필요가 있었다.


Photo by. Morning Brew on Unsplash


계산을 해 보니, 육아휴직 기간의 공식적 소득은 총 137만 5천 원이었다. 육아휴직 급여 112만 5천 원과 아동수당 10만 원, 양육수당 15만 원을 합산한 금액이었다. 통상적인 평균 소득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그동안 반백수 패밀리의 가정에서는 매월 200만 원에 가까운 고정 비용이 나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적자를 면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5개월에 달하는 기간 동안 다달이 50만 원이 넘는 적자를 봐야 하다니. 육아휴직을 통해 얻는 득 보다 실이 더 클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위기를 직시한 반백수 부부가 가장 처음으로 한 것은 비상금을 넉넉히 마련해두는 일이었다. 137만 원을 크게 웃돌지 않는 선에서 생활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할 것이었지만, 오로지 그 돈에만 의존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늘상 불안함을 안고 진행하는 부부의 공동육아가 효과적일 리 만무했다. 여행이나 각종 돌발 상황 등 큰돈이 나가게 될 경우의 수에 대비해 유동성 있는 자금을 확보해 두었다. 이 비상금에는 '돈 걱정 없이 공동육아를 언제나 1순위로 두자!'는 상징적인 의미가 부여되었다.

그렇다고 비상금만 믿고 육아휴직 기간 내내 흥청망청 지출하며 플렉스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먹고 입는 것은 눈에 띄게 줄이기가 힘들었기 때문에(기존에도 크게 지출한 적이 없었다.) 용돈, 보험료, 공과금, 대출이자, 통신비 등 200만 원에 달하는 고정지출의 다이어트를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했다. 반백수 부부는 고정지출을 최대한 줄일 방법을 다방면으로 모색하였고, 바로 시행할 수 있는 것들은 지체 없이 적용했다. 세부 계획은 아래와 같이 시행되었다.


<반백수 패밀리 고정지출 긴축재정안>


1. 용돈을 줄였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1호와 2호는 따로 용돈을 받지 않았다. 육아휴직 기간에 사용하는 일체의 비용은 사사로이 사용하지 않고, 생활비 안에서 합리적으로 지출하기로 했다. 1호의 어머니께 양해를 구한 뒤, 그간 소소하게 드리던 용돈도 당분간 드리지 않기로 했다. 때마침 어머니께서 기초노령연금 수급을 받기 시작하셨기에 죄송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다.


2. 연금보험 납입 중지 제도를 활용했다.

가입되어 있는 모든 보험사에 문의해 본 결과, 보장성 보험은 일시 정지가 어려웠지만 연금 보험은 다행히 납입을 유예하는 것이 가능했다.(납입 중지는 보험 상품마다 다르니 확인이 필요하다.) 납입할 여력이 없는 당시의 상황에 활용하기 좋은 제도였으므로 적극 활용했다.


3. 교통비와 점심 식대를 줄였다.

1호가 출근을 하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통비가 절약되었다. 더불어 점심 밥값도 지출되지 않았다. 기존에도 회사에서 점심 식대가 지급되는 상황이었으니 타격이 큰 요소는 아니었다. 하지만 매일 마시던 커피값과 주 2~3회 정도 기본 식대를 넘어서 소요되었던 음식 가격을 고려해 보면, 적어도 육아휴직 기간의 고정비용 삭감에는 다소간의 도움이 되었다.


4. 통신비를 최소화했다.

1호는 출퇴근을 위해 일 평균 1시간 30분가량을 지하철에서 보냈다. 육아와 가사노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내의 유일한 여가 시간이었다. 스포츠 하이라이트를 시청하거나 그 날의 주요 기사를 읽고, 밀린 웹툰을 보기 위해서는 상당한 양의 데이터가 필요했다. 언제라도 넉넉하게 인터넷을 즐기리라는 심리적 안정을 위해 데이터가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휴대전화 요금제를 이용했다. 그런데 육아휴직 이후에는 자의적이고도 타의적인 이유로 집돌이가 되어야만 했다. 집은 초고속 와이파이가 빵빵하게 터지는 공간이었으므로 요금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따라서 1호의 휴대전화 요금제를 최소화했다. 데이터 부족분은 멤버십 포인트를 활용해 구매하거나,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 왔을 때 요금제를 재조정하기로 했다.


5. 보유한 보험을 리모델링했다.

보험 리모델링은 1호의 숙원사업이었다. 육아휴직으로 여유가 생겼으니, 바짝 공부해 보장성 보험을 대대적으로 손봤다. 이 과정을 통해 납입하는 보험료의 부담은 줄였고, 해지한 담보들로 인해 보험료를 일부 환급받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보험의 가성비가 좋아졌다는 점이었다.


앞서 언급한 소비 요소를 모두 제하고 나니, 육아휴직이 시행되기 전에 비해 약 100만 원 가량의 지출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던 일이 눈 앞의 수치로 보이니 형용할 수 없이 뿌듯했다.




의식주(사실상 '주'는 예외적인 부분이었다.)의 측면에서도 가능하면 허리띠를 졸라맸다. 고정비용에 적용되었던 파격적 긴축재정안과는 별개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그때그때 노력했다. 고정비용의 경우는 육아휴직 최초 시작 시점에 조절해 놓은 뒤 잊고 지낼 수 있는 부분이었으나, 일반 생활비는 일상적인 삶의 만족도와 밀접하게 닿아 있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구성원 누구라도 돈 때문에 예민해지기를 원치 않았기에 모든 결정에 앞서 육아휴직 본연의 목적을 반복적으로 상기해야만 했다. 반백수 패밀리 결성의 취지가 결코 '137만 원으로 살아내기'는 아니었다는 점을 말이다. 그래도 어쨌거나 반백수 부부는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을 했다.


<반백수 패밀리 생활비 조정안>


1. 외식 대신 집밥을 고수했다.

고정적인 수입이 있던 시절에는 육아로부터 쌓인 피로를 배달 음식으로 치환하는 일이 잦았다. 짧은 조리 과정으로 한 끼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레토르트 식품도 집에 가득했다. 저질 중에도 으뜸가는 저질 체력이었던 2호가 1호의 퇴근 시점에 이미 KO 되어있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간편하고 자극적인 음식으로 다소나마 기운을 돋우는 것이 매우 정당한 행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육아휴직을 통해 얻고 싶었던 목표 중 한 가지가 온 가족의 건강이었고, 높은 엥겔지수가 부담스럽기도 했으므로 변화가 반드시 필요했다. 직접 좋은 재료를 구매하여 요리하는 것이 정답이었다. 집 근처 마트의 할인 상품을 미리 파악하여 요일별 식단을 대체적으로 짜는 것이 정답을 향한 첫 번째 스텝이었다. 3호의 식단을 균형 있게 구성한 뒤에, 남은 재료들을 어른의 식사로 알뜰하게 소진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스텝을 밟았다. 어느덧 2호는 정답만을 콕콕 집어내는 만점짜리 요리사가 되었다.


2. 맘 카페의 핫딜방을 애용했다.

반백수 부부는 평소에도 비합리적인 소비를 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러나 이 시대에는 '시발 비용'이라는 단어가 있지 않던가. 스트레스가 밀물처럼 몰려드는 날이면 종종 충동구매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주로 육아용품이 대부분이었지만, 3호를 위한 소비라고 해서 후회가 전혀 없을 수는 없었다. 기대 이하인 제품 앞에서 가슴으로 울었던 기억이 여럿이다. 맘 카페의 집단 지성은 반백수 부부의 가려운 부분을 용케도 캐치해 벅벅 긁어줬다. 필요한 물건이 생겼을 때 맘 카페 핫딜방에 방문해 키워드를 입력하면, 합리적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어느 사이트가 가장 저렴하게 제품을 팔고 있는지, 어떤 쿠폰을 적용하면 최저가로 결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모든 것을 알기 쉽게 정리해 놓는 쇼핑의 신들이 그곳에 상존하고 있었다. 실질적인 후기도 아주 상세하게 올라와 있는 편이라 각종 생필품과 육아용품을 살 때마다 큰 도움을 받았다. 직접 비교하여 구매하는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된 점 반백수 패밀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이 자리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예상치 못한 지출도 물론 있었다. 돌잔치 관련 비용이나 부모님께 드리는 명절 용돈은 규모가 컸음에도 불구하고, 미리 감안하여 따로 예산을 마련해두었던 부분이라 타격이 미미한 편이었다. 반면 갑자기 발생된 자동차 유지·보수비가 예상을 웃돌았기에 당혹스러웠다. 정기점검 비용과 타이어 교체, 자동차세 납부까지 겹치다 보니 100만 원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 했다. 한 달 수입과 맞먹는 지출이라니. 자동차가 편리하기는 하지만 돈 먹는 하마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가 보다. 그러나 이 지출 이후 코로나의 발생으로 외출하는 횟수가 줄어들게 되면서 유류비의 발생은 거의 없었다.


인생사는 새옹지마라 하지 않았던가. 예상치 못했던 소득이 발생하기도 했다. 육아휴직 기간이었지만 1호 회사의 사규에 따라 성과급과 설 상여가 나왔다. 연말정산 환급금을 받는 시점도 육아휴직 기간 내에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 반백수 부부의 보험 리모델링을 진행하며 보험사로부터 일부 담보의 해지환급금을 지급받기도 했다. 의외로 꽤 많은 수입이 생기면서 자동차로 인한 출혈은 수월하게 상계되었다. 덕분에 3호의 첫 돌을 맞이해 양가 부모님께서 주신 용돈은 그녀의 통장에 무사히 저금될 수 있었다. 남은 여윳돈은 비상금과 별개로 육아휴직 기간 내에 자유롭게 사용하기로 했다.


예외적으로 반백수 부부가 참여했던 경제활동(이라고 명명하기 뭣한 경제활동)도 몇 가지 있었다. 신규가입 시 5~10만 원 정도의 현금을 페이백 해주는 카드를 만들어 사용한다거나, 취미생활 삼아 각종 기업이 주관하는 간단한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2호가 1호에게 '개인정보를 팔아 돈을 벌고 있군.'이라며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했으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생활비 일부를 대체할 수 있는 흥미로운 방법이었다. 특히 이벤트에 당첨될 때면, 마치 로또에 당첨된 것만 같은 소소한 기쁨도 느낄 수 있었다. 반백수 부부는 이렇게 개인정보를 팔며(!) 나름의 쏠쏠한 이득을 취하기도 했다.




Photo by. Alex Guillaume on Unsplash


여보,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지?


육아휴직이 마무리되던 시점. 최종 결산 삼아 육아휴직 기간의 통장 입출금 내역을 정리하고 있던 1호의 외침이었다. 곁눈질로 화면을 바라보던 2호도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3호의 돌잔치가 있던 12월과 명절이 있던 1월을 제외하고는 2월과 3월, 4월 모두 지출 총액이 140만 원을 넘지 않았던 것이다. 더군다나 육아휴직 마지막 달인 4월에는 출금 예정액까지 고려 합계가 130만 원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돈이 남았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단 말인가!


137만 원으로만 살아보자고 두 손 맞잡고 다짐을 하기는 했지만, 사실 이 계획이 실현 가능하다고 믿었던 적은 없었다. 전전긍긍 애쓰며 하루하루를 보내지는 않았기에, 이미 실패했을 것이라고 은연중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간 통장의 입출금 내역을 세밀하게 살펴보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였다. 수입에 비해 지출이 터무니없이 많은 현실과 직면하게 되면 '에라 모르겠다!'하고 긴장의 끈을 오히려 놓아버릴 것 같아서였달까. 비상금이 담긴 곳간을 야금야금 축내다가 종래에는 새로운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물꼬를 텄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적어 놓고 나니, 이는 어쩌면 반백수 부부 자신들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얻어낸 성과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물론 목표 달성의 주역으로 여길만한 요소가 여럿 있다. 육아휴직 기간이 길지는 않았다는 점, 대출이자가 적은 편이라는 점, 유류소모가 적었다는 점, 코로나로 인한 외출 절제의 특수성 등 다수의 요인이 가세해 '137만 원으로 한 달 살기'를 이룩했을 것이다. 하지만 곡절 없이 과녁에 도달하는 화살이 어디 있겠는가. 반백수 부부도 활의 시위가 어긋나지 않도록 요리조리 방향을 조정하려 조금은 애를 썼다고, 그러니 성공에 대한 나름의 지분이 있다고 소심하게나마 주장해 보고 싶다.




누군가에게 137만 원은 과하게 느껴질 정도로 풍족한 생활비일 수도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원하는 소비의 티끌에도 미치지 못하는 터무니없는 금액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21세기는 어찌 되었든 물질 만능의 시대. 반백수 패밀리가 참여했던 한 인터뷰 기사에 가장 많이 달렸던 댓글은 '말도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외벌이 육아휴직의 현실과 이점을 널리 알리고파 했던 인터뷰였는데, 도리어 사람들의 역린을 건드렸던 것일까.(반백수 부부의 의도와 달리 제목이 자극적이기는 했다.) 많은 사람들이 137만 원이라는 금액을 도구 삼아 반백수 패밀리의 삶을 재단했다. '우리보다 덜 벌고, 적게 쓰는 사람이잖아. 우리보다 행복할 리 없어.'라는 속내가 골자였다. 부모로부터 집을 비롯한 많은 재산을 물려받아 가능한 것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과 여전히 부모의 등골 브레이커로 살고 있을 것이라는 궁예스러운 추측도 덧붙었다. 여가 생활을 전혀 못하는 삶일진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불쌍하게 느껴진다는 탄식을 하기도 했다.


댓글마다 이런저런 변호의 답글을 적어 내려가다가 과감히 DEL 키를 눌렀다. 구구절절 변론하다 보니 별 생각 없이 타이핑되었을 댓글에 하나하나 대꾸하는 자체가 참 구차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부는 지혜로운 사람의 노예이자, 멍청한 사람의 주인이다
Wealth is the slave of a wise man. The master of a fool.
- 세네카(Seneca) -


고대 철학자 세네카는 말한다. 돈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지에 따라 그것이 우리의 노예가 될 수도, 주인의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고 말이다. 돈이면 해결 못하는 일이 없는 세상이라지만, 반백수 부부가 3호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은 손에 쥔 돈을 지혜롭게 사용할 수 있는 풍요로운 마음이다. 돈이 아무리 많으면 뭘 하나. 심적인 여유가 없으면 자신을 포함한 주변 모든 것을 불행하게 바라보는 안타까운 눈밖에 가질 수 없는 것을. 적어도 3호는 다른 사람의 삶을 존중하며 자신의 행복을 언제라도 다른 이와 나눌 수 있는, 정서적으로 부요한 인생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


Photo by. Micheile Henders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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