ㄷ
누구에게나, 그냥 괜히 그리운 음식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싶은데. 나에게는 그런 음식이 바로 된장찌개다. 춥거나, 덥거나. 그러니까 날씨나 계절과는 상관없이 가끔씩 생각나는. 특별한 레시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된장찌개에 대해서라면 깐깐한 기준이 몇 가지 있다. 특별할 것 없는 기준.
우선 두부는 꼭 국산콩 두부를 고른다. 조금 넉넉히 넣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국물 간을 조금 짜게 한다. 된장 색깔이 조금 텁텁하게 느껴질 때까지 넣고, 마지막 두부를 넣는 타이밍을 재는 순간이 조금 좋다.
또 하나, 국물을 낼 때는 버섯의 밑동까지 넣는다. 중간에 건지더라도 다시마를 함께 넣는 것도 잊지 않는다. 국물을 낼 때는 멸치를 갈아서 만든 것을 사용한다. 멸치육수를 내기 위해 마른 멸치를 손질해 볶은 다음 블렌더로 아주 잘게 갈아 밀폐용기에 넣은 다음 냉동실에 보관해 두었던 것을 사용한다. 곱게 갈린 멸치가루를 툭툭 털어 넣고 다시마, 버섯 밑동을 넣고 물이 끓을 때까지 은근히 기다린다.
맞다. 찌개가 끓는 것은 반드시 뚝배기여야 한다. 뚜껑을 열 때 사각, 하고 소리가 나야 기분이 좋거든요. 맑은 유리잔에 꼭 담아 마셔야 하는 음료가 존재하듯, 된장찌개 하면 꼭 뚝배기에 끓어야 감칠맛이 나는 것 같다.
표고버섯은 꼭 넣는다. 최근엔 동결건조된 표고버섯도 매우 훌륭하기 때문에, 냉동실에 꼭 쟁여놓게 되는 아이템 중 하나다. 버섯이 쫀득하게 씹힐 때, 이래야 된장찌개지. 하고 생각하게 되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무엇보다도 된장찌개는, 단단한 재료부터 한소끔 끓여서, 찌개가 끓을 때마다 점점 연약한 재료를 차례대로 넣게 되는 것이 사랑스럽다. 마지막에 말랑말랑한 두부를 양껏 넣을 때, 곧 찌개가 완성된다는 생각에 조금 행복해진다. 한꺼번에 재료를 넣어 끓이면 깊은 맛이 나지 않는데 차례차례 재료를 썰어 적당한 타이밍에 투하할 때마다 아 얼마나 정갈한가, 생각하며 웃게 되는 순간은 덤이다.
마지막으로 불을 줄이며, 고춧가루 한 스푼을 양껏 넣는다. 내가 사용하는 고춧가루는 늘 엄마가 챙겨 주신 그것이다. 독립을 하기 전엔 고춧가루가 이렇게 비싼 식재료인지 사실 잘 알지 못했다. 찌개의 마지막에 고춧가루를 넣을 때마다 고마운 엄마가 한번 더 떠오른다.
올해 들어 된장찌개는 모두 엄마가 직접 뜨신 맛된장을 가지고 끓인다. 된장 다 먹었어, 하고 말씀드리면 엄마의 표정이 꽃처럼 환하게 핀다. 그러고 보면 요즈음은 기운도 입맛도 없다는 이유로 된장찌개 한 번 따뜻하게 끓여먹지 못했다. 아직은 조금 덥지만, 가까운 휴일엔 곧 다가올 여름의 끝을 기념하며 에어컨을 시원하게 틀고 따끈한 밥에 잘 끓인 된장찌개를 양껏 먹어봐야겠다. 국산콩 두부, 조금 매콤한 찌개 기분이니 청양고추를 사서 반 정도 썰어 넣을까, 고민하는 지금이 제법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