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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는 사실 내가 보호하고 있는 햄스터의 이름이다. 2월 즈음, 동네 어딘가에서 버려진 것을 동물 보호 센터에서 입양 확인서를 작성하고 데리고 왔다. 햄스터도 유기가 되나요? 묻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작든 크든 살아있는 생명들은 어디에서든 쉽게 버려진다. 사실 햄스터를 기르기로 마음먹은 것은, 작년 1월 1일이었고 여름 즈음 한 아이를 멀리 보내고 유기된 아이를 맡아 임시 보호를 하다 새로운 주인에게 보낸 후, 조금 텀이 있었던 이후에 데려오게 된 것이 우리 두부다. 하얗고 뽀얀 털을 가진, 회색 털이 믹스된 드워프 햄스터. 처음 보호소에서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두리번거리면서도 손에 얌전히 올라왔던 순한 성향 탓인가, 부드러운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모았다. 여러 가지 후보가 있었지만, 두부가 두부가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햄스터는 2년여를 사는 동물이다. 해가 뜨는 시간과 지고 난 이후에 활동을 하며, 코와 수염으로 주변의 상황을 탐색하고 탐험하는, 두부 같은 드워프 햄스터는 다 자라도 과자 두 봉지 무게밖에 나가지 않는다. 손바닥만 한 몸 안에 사람처럼 많은 것이 들어있구나,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경건해지는 기분까지 든다. 비슷한 종이어도 성향이 다 다르고, 기본적으로 사람과 소통하거나 교감이 원활한 동물은 아니다. 물론 병원에 데려갈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기본적인 핸들링 연습은 해야 한다. 보통은 해바라기 씨나 좋아하는 간식을 손 위에 올려두고 손에 익숙해지게 하는 식이다. 두부는 식탐이 많고, 먹는 것에는 사족을 못 쓰는 아이지만 아직은 손을 앙, 하고 물어보는 일이 잦고, 간식 없이는 손을 편안하게 타는 아이는 아니다. 무엇보다 얼굴을 보기가 너무너무 힘들다. 햄스터들은 기본적으로 먼지를 턴 종이나 나무 베딩을 섞어 환경을 만들어 주는데, 우리 두부는 베딩을 헤집는 것을 아주 좋아하는 아이라, 10센티 이상 베딩을 그득 깔아줬더니 바깥이 여간 조용하지 않고서는 바깥으로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고 은둔생활을 즐기곤 한다.
사람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고,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면 왜 같이 살아? 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질문을 받았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작고 폭신하고 귀엽고, 열심히 사는 생명체라서. 하고 대답했던 것 같다. 처음 햄스터를 손에 올렸을 때 손바닥이 따끈따끈했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작은 무게감, 그럼에도 온기가 오래 남아 하루가 내내 다정했다. 케이지의 베딩을 치워 주고, 마실 물을 갈아 주고, 쳇바퀴에 남은 흔적들을 닦아주는 동안 이 작은 아이가 하루를 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보다 빨리 뛰는 심장으로 숨구멍을 팔락거리며, 밥그릇을 갈아주는 소리를 알아듣고 호다닥 올라와 그 작은 입술로 오물오물. 열심히 사료를 먹는 걸 보며, 사람 손에 닿은 이후에는 케이지 안쪽에서 모래 목욕을 하고 열심히 몸단장을 하는 걸 보며. 새벽에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쳇바퀴를 돌리는 걸 보면서. 나도 이렇게 하루에 충실해야겠다고, 적어도 우리 두부처럼 순간에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것이다.
작년 9월, 처음 키웠던 햄스터를 이유도 없이 보내고 며칠을 눈물로 지새웠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너무 작기 때문에 질병에 대한, 사고에 대한 케이스도 많지 않아 언제 아플지, 언제 보낼지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들여야 하는 가족이지만 그래도 나는 우리보다 더 빨리 삶을 사는 이 작은 털공. 같은 생명체가 적어도 하루를 사는 데에 조금이나마 편안하고 따뜻하길 바란다. 두부를 위해 새로이 물을 갈아주고 밥을 갈아주고, 가끔은 집을 청소해주는 조금은 귀찮지만 이렇게까지 평안한 일상이 조금은 오래 지속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