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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어쩔 수 없잖아.' 하고 이야기할 때의 애틋함을 좋아한다. 스스로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움직이고, 일어나고 변화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되었다.' 하고 마무리되는 어느 소설의 정갈한 문장에 퍽이나 잘 어울릴 법해서. 사실 어쩔 수 없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야말로 마음의 맨얼굴 아닐까 생각했던 적이 많았다.
사람이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 경이로우면서도 사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그것, 이 나는 무겁고 때로 버겁기까지 했다. 사람으로서 살아있는 것이 괴로운 일이라면 그것은 '감정' 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여겼던 적이 많았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 맛있는 시간을 보내면 공간에서부터 마음이 가득 차고, 애정 하던 것들과 이별하면 탈 듯이 아프고, 괜한 오해로 안절부절못하기도 하고, 서랍에서 우연히 오래된 사진을 찾듯 잊었던 것들을 만나면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까, 힘을 가득 줘보기도 하는 어떤 마음들이 부질없다는 말은 차마 못 얹겠더라. 아프고 따뜻하고, 때론 설레고 좋고, 흐붓하고, 간절하고. 괴로운 그 모든 것들이 사람이기 때문에, 살아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일 테니까.
오늘은 아이유의 '마음'이라는 곡을 오며 가며 여러 번 들었다. 세상에 그냥 이루어지는 당연한 것들이 없는 것처럼, 어떤 마음들도 당연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 마음이 왜 이럴까, 검열하게 되는 소심하고 엄격한 나 같은 사람에게 네가 느끼는 마음은 당연하다는 위로가 어떤 날엔 참 따뜻하게 느껴진다. 모든 마음들이 그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 은 어떤 이유가 있어서일 테지. 그래서 일어나는 그 마음들을 소중히 대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어딘가에서 내가 왜 이럴까, 하고 아픈 누군가에게 그런 마음도 괜찮아요. 하고 힘껏 위로해주고 싶다는 마음도 슬몃 든다. 확실히 사람이 괴로운 것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지만. 그만큼 아름다울 수 있는 것도 마음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감히 이 마음만은 주름도 없이
여기 반짝 살아있어요.
영영 살아있어요.
영영
살아있어요.'
아이유, 마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