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기에 보내는 경고와 조심해야 할 것들
— “괜찮아요”라고 말했던 그녀가, 화장실에서 넘어졌다!
재활병원에 입원한 지 아흔 날을 넘기며, 아내는 물리치료사의 손과 나의 부축을 받아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기적이었다. 왼쪽 팔다리를 전혀 움직이지 못하던 그 몸이 다시 균형을 배우고 있었다. 인체는 신비롭다. 조심스럽게 ‘퇴원’이라는 희망적인 단어를 그려볼 즈음, 문제가 생겼다. 아내가 자꾸 스스로 움직이려 했다. 혼자 일어나고, 혼자 화장실을 가려했다. 내가 부축하려 하면 아내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우리가 바라던 바로 그 장면. 그러나 나는 불안했다. 회복기의 ‘괜찮아요’는 얇은 얼음 같다. 한 번만 미끄러져도 모든 노력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날 아침, 아내는 여전히 말했다. “괜찮아요.”라고.
표정은 조금 창백했지만 미소는 또렷했다. 나는 아내를 화장실에 잠시 놓아둔 채 전자레인지로 식사를 덥고 밥상을 차릴 준비를 했다. 병원밥을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해 시장을 봐와 손수 음식을 해주곤 했는데, 그게 실수였다. ‘한순간이라도 떨어지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을, 아내의 “괜찮아요” 한마디에 잠시 내려놓고 말았다.
잠시 후, 화장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다. 번개처럼 가슴을 스쳤다. 문을 여니—아내가 차가운 타일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한손으로 왼쪽 무릎을 감싸 쥐고, 다른 손으로 머리를 짚은 채 입술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등골이 오싹하고 식은땀이 났다. 십 년 공부 도로아미타불!
오,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
그 순간, 나는 번개처럼 깨달았다. 그녀의 “괜찮다”는 말이 얼마나 위태로운 외줄이었는지. 아내는 나를 걱정시키지 않으려 했고, 스스로를 믿고 싶었고, 무엇보다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붙잡고 싶었을 뿐이었다.
재활병원에서 머리·팔·다리·허리 엑스레이를 찍었다. 엑스레이상 큰 문제는 없어 보였지만, 의사는 말했다. “정확히 보려면 MRI가 필요합니다.” 재활병원에는 MRI시설이 없었다. A상급병원 응급실에 문의했지만 받아줄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결국 119를 불러 가까운 병원으로 갔다.
MRI 판독, 제3경추 압박골절.
다행히 뇌는 이상 소견이 없었다. 아내는 허리 통증을 계속 호소했다. 심장이식과 당뇨 등 모든 기록이 있는 A병원에서 한꺼번에 보는 게 최선이었지만,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는 답을 들었다.
의료대란, 이건 정말이지사람을 지치게 하고, 때로는 희망마저 꺼트리는 사람 죽이는 일이다. 수소문 끝에 재활병원과 가까운 우리들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당일 입원이 가능했다. 다시 MRI, 수십 장의 엑스레이. 결과는 같았다: C3 압박골절. 의사는 수술 대신 ‘시술’을 권했다. 간단한 시술로 치료를 해보자고 했다. 다음 날로 바로 잡혔다.
— 오직 기도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밤이 길었다.
후회가 몰려왔다.
그러나 이미 늦은 후회였다. 그 밤, 잠든 아내 곁에서 나는 조용히 웅크리고 앉아 기도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뿐이었다.
오 주여, 나는 작은 존재입니다. 사랑한다 말하면서도 끝까지 지키지 못했고, 다짐하면서도 잠시 눈을 돌렸습니다. 그 찰나의 틈에 아내는 넘어졌고 저는 무너졌습니다. 이 어리석음을 꾸짖어 주시고, 다시 일어설 힘을 주소서. 사랑의 주님, 후회를 품어주시고, 그 후회가 기도가 되게 하소서. 오늘 밤, 숨 결 따라 감사합니다. 눈물 따라 참회합니다. 다시 사랑하겠습니다. 다시 지키겠습니다. 다시, 아내 곁에 서겠습니다.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오래된 문장들을 꺼내어 붙들었다. 은총은 문틈의 빛처럼 스며들 것이다. 수술은 잘 될 것이고, 당신은 다시 걸을 것이다. 우리의 걸음은 다시 맞잡은 손으로, 빛나는 길을 걸을 것이다.
회복기의 몸은 의지보다 더디고 느리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더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잊는다. 다음 날 오후 2시, 국소마취로 시술이 시작됐다. 불과 한 시간이 걸렸다. 의사는 담담하게 설명했다.
“3번 경추 양쪽에 약물(골시멘트)을 주입해 골절 부위를 고정하고 통증을 완화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골절 주변을 ‘콘크리트’로 보강해 안정화한 겁니다. 시술은 잘 되었고, 내일 퇴원하셔도 됩니다. 이후에는 재활을 꾸준히 이어가세요.”
아내는 “통증이 훨씬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우리는 입원 이틀 만에 다시 재활병원으로 돌아왔다. 꿈을 꾼 것 같았다. 나는 다짐했다. 다시는 “괜찮아요”라는 말에 현혹되지 않겠다.
조심, 또 조심.
회복기엔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
� 회복기에 꼭 지켜야 할 10가지 — ‘조심 또 조심’
1. 과도한 활동 금지 — ‘천천히·조금씩·반복적으로’만.
2. 감염 예방 철저 — 손 위생·마스크·밀집 공간 회피.
3. 식이·수분 관리 — 기저질환에 맞춘 식단, 물 1~1.5L.
4. 낙상 경계 태세 — 물기 제거·동선 확보·'ㄱ'자 손잡이·미끄럼 방지.
5. 복약 시간 엄수 — 시간대 흔들리면 수치가 요동.
6. 마음의 파도 돌보기 — 작은 불편 경청, 작은 호전 칭찬.
7. 수면의 질 챙기기 — 낮잠 짧게, 밤은 깊게(조명·소음·체위).
8. 자극 줄이기 — 뉴스·폰 대신 자연 소리·명상·가벼운 독서.
9. 재활은 전문가와 — 처방·단계·기록이 기본.
10. “괜찮아요” 필터링 — 믿되 확인하고 대비하기.
� 욕실·화장실 낙상 방지 추가 체크
-바닥 미끄럼 방지 매트·코팅
-‘ㄱ’ 자 손잡이(변기/세면대/샤워존)
-샤워의자, 휴지·수건은 손 닿는 위치
-비상벨(또는 휴대 호출벨)
-문은 밖에서도 열리게(잠금장치 점검)
-야간 무드등, 사용 전·후 물기 제거 루틴
✅ “괜찮아요”에 속지 않기 위한 보호자 체크리스트
-표정·눈빛: 흔들림/입술 건조/미간 긴장
-걸음: 보폭 감소·흔들림 증가·한쪽 기울기
-손동작: 특정 부위 반복적으로 만짐/감쌈
-말수·기분: 말 줄고 의욕 저하, ‘괜찮아요’ 반복
-확인 질문: “어떤 부분이 괜찮으세요?”, “참는 통증은 없으세요?”
-말없는 동행: 손 잡고 머물기, 따뜻한 찜질·가벼운 마사지
보호자에게 드리는 마지막 한 줄
회복기의 ‘괜찮아요’는 초록불이 아니라 노란불일 수 있습니다.
멈추지 말고, 더 살피고, 더 천천히. 조심, 또 조심!
※ 이 문서는 의료진의 진단과 처방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 악화나 낙상 시 즉시 전문의와 상의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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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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