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회복과내면의 안정
몸이 회복될수록 마음도 천천히 깊어졌다. 아내는 분명 달라지고 있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몸은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회복되고 있었다. 걷는 걸음이 빨라졌고, 목소리엔 생기가 돌았으며, 무엇보다도 눈빛이 달라졌다.
처음엔 단지 ‘살아남는 것’이 목표였다. 숨을 쉬고, 의식을 잃지 않고, 침상에서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기적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살아간다’는 느낌이, 삶을 향해 스며들고 있었다.
침상에서 일어나 앉기까지 20분이 걸리던 날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침이면 스스로 일어나 양치 컵을 찾고, 재활시간이 되면 먼저 물리치료사에게 손을 내민다.
며칠 전, 아내는 복도 끝까지 걸었다. 벽에 손을 짚지 않았고, 휠체어의 도움도 없었다. 나는 그저 그녀의 뒤를 따라 걷고 있을 뿐이었다. 그 순간, 아내는 나보다 훨씬 단단하고 담대한 존재였다.
병원의 복도를 걷는 그 짧은 시간이 어쩌면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순간인지도 모른다. 낯선 벽면도, 전등 아래 반짝이는 바닥도, 그날따라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말없이 함께 걸으며, 서로의 회복을 확인하고 있었다.
섬망 증세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잠든 얼굴은 평화로우며, 아침의 인사는 맑고 경쾌해졌다. 나는 그것이 단순히 치료의 결과만은 아니라고 믿는다.
치유는 몸에서 시작되지만, 마음으로 확장된다. 고통이 줄어들자 마음은 스스로 안정을 찾아갔다.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던 눈동자에 다시 세상을 향한 호기심이 깃들기 시작했다.
아내는 옥상정원의 화단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꽃, 매일 조금씩 다르게 피네.”
그 한마디는 내게 무엇보다 큰 위안이었다. 외부의 아름다움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는 것—그것은 마음의 문이 바깥을 향해 열리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녀의 회복은 나의 내면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초조와 불안, 자책과 분노의 감정이 조금씩 잦아들고 있었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감사와 기도, 그리고 깊은 침묵이었다.
우리는 자주 말없이 서로의 손을 잡는다. 그 손은 ‘괜찮아’, ‘잘하고 있어’, ‘조금만 더 가자’는 말 없는 응원을 전해준다. 그 손의 따뜻함은 병실의 공기를 바꾸고, 내 마음을 조용히 다독인다.
이제 아내는 다시 걷고, 나는 다시 웃을 수 있게 되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몸이 회복될수록 마음은 더욱 깊어진다. 그 깊이 속에서 나는 진정한 ‘안정’이란 무엇인지를 배워간다. 그것은 불안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폭풍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촛불 하나를 지키며 걷는 길 같은 것.
아내의 회복이 눈에 띄게 빨라지자, 나에게도 조금씩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이제 나의 건강도 돌아봐야 할 때가 되었구나.’
내가 건강해야 아내를 오래 간병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아내가 재활치료를 받는 시간, 나는 병실을 나와 옥상정원으로 향했다. 4층 병실에서 옥상까지 이어지는 60계단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렸다.
정원에 도착하면 가볍게 체조를 하고, 눈을 감고 명상도 하며, 산책을 하면서 몸을 풀었다. 한 뼘씩 피어나는 풀잎과 꽃잎 사이에서, 내 마음도 조금씩 피어나고 있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명상을 하고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저 멀리서 누군가 느릿느릿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환자복 차림의 그 모습에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설마… 그럴 리가… 하지만 가까이 다가올수록 확신이 들었다.
그 사람은—바로 내 아내였다.
“아니, 어떻게 여기까지…?”
나는 숨을 멈췄다.
아내가 60계단을 스스로 올라, 정원까지 걸어온 것이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 환한 미소는, 마치 봄날의 햇살처럼 나를 감쌌다.
“이건… 기적이다!”
치료사의 도움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 한 계단 한 계단은 분명 그녀의 의지로 내디딘 것이다.
병에 눌려 절망 속에 움츠려 있던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스스로를 일으켜 계단을 올랐고, 내 앞에 환하게 웃으며 서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다시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
희망은 살아 있었다. 신은 우리 곁에 있었다.
나는 조용히 속삭였다.
“오, 신이여.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시 다짐했다.
지금 이 순간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감사할 이유가 있다고.
어둡기만 했던 터널 끝에, 이제 분명히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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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은 멀리 있었지만,
그 빛은 어린 날의 나를 이끌고 지금의 나를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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