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 목감기

-수선화를 닮은 아내여, 힘내라!

by 찰라


요즘 아내는 목에 걸린 가래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열이 오르거나 기침이 요란한 것은 아니건만, 말을 할 때마다 목이 잠겨 아내의 목소리는 자꾸만 안개 너머로 숨어버린다. 귀를 바짝 갖다 대어도 알아듣기 힘든 그 가녀린 소리가 내 가슴을 친다.


지난 3월 초 연휴, 아내와 2박 3일간 집으로 소풍 같은 외출을 다녀왔던 것이 화근이었을까. 우리가 비운 사이 병실의 난방 온도가 낮아져 있었고, 그것을 미처 알지 못한 채 찬 기운 속에서 보낸 하루가 끝내 아내에게 감기를 불러들였다. 이전부터 가래 때문에 고생하던 아내는 감기라는 불청객이 찾아온 뒤로 상태가 더 심해졌다. 노란 가래가 섞인 기침을 할 때마다 아내의 어깨가 힘없이 떨린다.


20210408_080414(1).jpg


요양병원 약도, 근처 내과의 처방 약도 일주일째 복용 중이지만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내는 이제 먹는 것조차 힘겨워한다. 기운이 없으니 그토록 열심히 하던 재활 치료도 나가지 못하고 침대에만 누워 있다. 예전 이비인후과 의사는 면역이 약해지면 목 근육도 약해져 감기에 쉽게 걸린다고 했다. 내시경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지만, 아내가 느끼는 고통은 그 어떤 수치보다 무겁다.


가습기를 종일 돌리고 따뜻한 물을 챙기며, 도라지와 배를 갈아 만든 차를 건네본다. 부드러운 누룽지를 끓이고 제철 과일인 감과 귤, 사과를 정성껏 깎아 내밀어도 아내는 고개를 젓는다. 무엇을 먹겠다는 의욕조차 메말라버린 아내를 보며 나는 속이 타들어 간다. 오늘은 병원에 가보자고 달래 보았지만, 아내는 효과도 없는 움직임이 싫다며 만사를 귀찮아한다.


답답한 마음에 아산병원 진료를 알아보니 4월이나 되어야 예약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일단 4월 6일로 날을 잡아두었지만, 당장 3월 13일로 예정된 퇴원이 걱정이다. '집으로 돌아가 환경이 바뀌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아 보지만, 24시간 곁을 지키는 나조차 목이 근질거리는 것을 느끼며 불안함이 스며든다.


20210405_062411.jpg


일단 요양병원에 영양수액 공급을 요청했다. 먹지 못하니 수액이라도 보충하여 기운을 차려야 할 것 같다. 그 추운 겨울 이겨내고 밀고 올라온 노란 수선화도 있지 않은가. 유난히도 수선화를 좋아하는 아내다. 아내가 화단에 심은 수선화 생명력처럼 아내도 곧 회복되리라 믿는다. 영양수액을 맞으면 좋아지겠지....


나도 많이 지친 것일까. 아니면 나 또한 면역이 약해진 탓일까.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는다. 나라도 잘 먹고 버텨야 한다. 내가 무너지면 아내의 유일한 버팀목이 사라지는 것이기에, 나는 아내가 남긴 과일을 입에 넣으며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BandPhoto_2024_04_05_08_59_48_10.jpg
BandPhoto_2024_04_05_08_59_48_8.jpg
20210405_061407(1).jpg
20210405_062400.jpg


13일, 우리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설 때 아내의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돌기를. 익숙한 집의 온기가 아내의 잠긴 목소리를 풀어주고 가슴속 가래를 시원하게 씻어내 주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이전 14화겨울의 끝에서 건네는 노란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