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손등에 남은 피멍, 대한민국 요양병원의 현주소
"혈관이 약해서요." 오늘 아침, 아내의 손등과 팔뚝을 대여섯 번이나 바늘로 쑤셔놓고 간 간호사가 남긴 변명이다. 30년 넘게 아내의 당뇨를 관리하며 숱한 병원을 다녔지만, 오늘처럼 무력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상급병원에서는 미세한 혈관도 단번에 찾아내던 숙련도가 이곳에선 보이지 않는다. 나이 지긋한 간호사들의 더딘 손놀림 끝에 남은 것은 아내의 고통스러운 신음과 시퍼렇게 올라온 피멍뿐이었다. 이것이 내가 마주한 요양병원 의료 질의 민낯이다.
전문가의 조언보다 우선인 '의사의 고집’
의료진의 숙련도보다 더 큰 벽은 의사의 '불통'이었다. 폐렴을 앓는 아내의 혈당이 400~500mg/dL를 오르내리는 위급한 상황. 30년 당뇨 케어 베테랑인 보호자로서 인슐린 증량을 간곡히 요청했지만, 담당 의사는 자기 방식만을 고수하며 정해진 소량의 처방을 고집했다. 그렇다고 약자인 환자는 주치의한테 강하게 어필을 할 수도 없고 눈치만 보는 것이 요양병원 환자들의 현실이다.
결국 평소 다니던 상급병원의 소견서를 직접 떼어다 코앞에 들이밀고 나서야 처방이 바뀌었고, 그제야 아내의 혈당은 안정을 찾았다. 환자의 상태보다 자신의 권위가 우선인 진료 체계 앞에서 보호자의 속은 타들어 간다. 요양병원은 '치료'를 포기한 곳인가, 아니면 의술이 멈춰버린 곳인가.
간병인의 눈물로 지탱하는 기형적 구조
병실의 공기는 무겁고 탁하다. 노후한 시설과 불결한 위생 상태, 제때 공급되지 않는 환자복은 예삿일이다. 환자마다 체형이 다른데 공급하는 환자복은 거의 일정하다. 체격이 큰 환자는 엑스라지를 입어야 하는데, 엑스라지를 한번 공급받으려면 몇 번이나 부탁해야 겨우 받을 수 있다. 환자복과 이블, 시트는 다 해져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것이 많다.
이 아수라장을 지탱하는 것은 한 달에 고작 200만 원 남짓을 받으며 24시간 격무에 시달리는 조선족 동포 간병인들이다. 간병인 1명이 환자 3~4명을 돌보며 오물 처리와 병실 청소까지 도맡는 그들의 처우는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한다. 간병인의 피로와 눈물 위에 세워진 돌봄이 어떻게 건강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돌봄 국가 책임제'를 외치지만, 현장의 간병인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서 소모되고 있다.
말뿐인 개선, 이제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의 관리 감독은 서류 뭉치 속에만 존재하는 모양이다. 등급 판정은 번지르르할지 몰라도, 실제 현장에서 환자가 느끼는 의료 서비스는 '엉망'이라는 단어 외에 설명할 길이 없다. 실제로 아내가 입원해 있는 요양병원에 대하여 심평원 평가내용을 체크해 보니 2등급을 받고 있다. 심평원에서 제대로 현장 검사를 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1000만 시대, 늘어나는 노인 인구만큼 요양병원은 우후죽순 생겨나지만, 내실은 썩어가고 있다. 당국은 책상 앞 행정을 멈추고 현장의 비명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의료진 숙련도 및 전문성 평가의 실질적 강화
-간병비 급여화와 간병인 처우 개선의 즉각 시행
-시설 및 위생 관리에 대한 엄격한 현장 불시 점검 필요
아내의 손등에 남은 피멍은 단순한 상처가 아니다. 우리 사회 노인 돌봄 시스템이 터뜨린 신음이다. 더 이상 요양병원이 환자에게 고통을 더하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처절한 반성과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