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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5] 동생이 생겼어요.

격동의 과도기를 거쳐 안정기로..

by 느리나이


2020.01~09


19년 해가 끝나갈 때 즈음 태어난 둘째는 조리원을 거쳐 1월이 되어서 드디어 집으로 오게 되었다. 몽이는 엄마가 집에 와서 기분이 잠시 좋아졌고, 처음에는 동생을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자 ‘이 아기가 우리 집에 사는구나'라는 걸 깨달았는지 엄마가 아기를 안아줄 때면 혼자 이불을 덮고 울기 시작했다. 때때로는 엄마가 보는 앞에서 바지에 쉬를 할 때도 있었다.(전편 참조) 아직 표현법이 서툰 몽이는 떼를 쓴다거나 말로 표현을 하지 못하는 대신 눈물로 감정을 표현하는 듯했다. 다행히 엄마나 동생에게 해코지를 하거나 반대로 자해를 하는 위험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휴직하기 전 작년 한 해 동안 몽이를 봐준 신 외할머니가 둘째를 봐주시는 동안 나는 몽이와 모든 걸 함께 하려고 노력했고, 아빠는 퇴근 후 거의 모든 시간을 몽이와 함께 보냈다. 엄마 아빠와 함께 보낸 시간이 의미가 있었는지 몽이는 안정감을 찾아갔다. 다만, 둘째만 돌봐주시는 외할머니와는 어색해졌을 뿐..


엄마: 몽아, 동생 어디 있어?
몽 : (손가락으로 가리키기)
엄마 : 몽아, 쟤는 누구야?(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몽 : 동생 (또는 동생 이름)
엄마 : 몽이는 동생이 좋아?
몽 : 싫어

(평소 놀이하다가)
엄마 : 엄마 좋아?
몽 : 좋아
엄마 : 아빠는?
몽 : 좋아
엄마 : ㅇㅇ이는?
몽 :.... 좋아


둘째가 9개월에 접어드는 지금 몽이는 어느 정도 동생의 존재를 인식하고 받아들인 눈치지만, 적극적인 동생이 기어와 자기를 만지면 예상하지 못한 스킨십에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다. 동생이 옹알이를 하며 자신을 쳐다보거나 크게 소리 내어 울면 동생을 한참 쳐다보기도 하는데, 나는 이런 것들이 언젠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이가 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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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를 임신하고 한참 후에 몽이가 자폐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인식하게 되었고, 밤잠을 설치며 이곳저곳을 뒤지며 검색을 해보았다. 예상했듯 부정적인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자폐인 형제가 있는 남자와 결혼하면 안 되겠죠?' 같은 글의 댓글은 대부분 '당연히 안된다'였고, 자식을 가진 입장에서 나도 그렇게 말하게 될 것 같았다. '자폐증'이라는 병명은 2013년 DSM-5에 속하게 되면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통칭되고 있고, 그 스펙트럼에 들어가는 증상은 굉장히 다양하다.(이전 글 '아이의 영유아기에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 5가지(3)'참조) 몽이처럼 말이나 발달은 늦지만 겉모습으로는 별로 티 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생활에 지장이 갈 만큼 심각한 경우도 있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내용을 모르니 '자폐증'라고 들으면 전문가의 돌봄이 필요한 경우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무서웠던 기사는 동생도 같은 증상을 가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다. 8개월이 넘어선 둘째는 눈 맞춤, 상호작용, 호명 반응 등이 몽이에 비해서 굉장히 좋은 편이라 긍정적으로 생각이 들지만, 몽이가 28개월쯤 퇴행했던 사례를 보았을 때 한동안은 유심히 지켜보아야 할 듯하다.


"자폐아의 동생, 자폐증 진단 가능성 커"
전체적으로 형이나 누나가 자폐아인 경우 동생도 ASD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11.3%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손위 형제자매 중 자폐아가 없는 사람의 ASD 진단율은 0.92%였다.
임신 37~42주 사이에 태어나고 형이나 누나가 자폐아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ASD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15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임신 28~36주 사이에 조산아로 태어나고 자폐아 형이나 누나를 둔 사람은 나중 ASD로 진단될 가능성이 약 10배 높았다.
다만 형이 자폐아인 경우 남동생이 ASD 진단을 받을 가능성은 15%로 자폐아 언니를 둔 여동생이 ASD로 진단될 가능성(7%)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이 결과는 큰 아이가 자폐아로 진단되면 부모는 동생들도 혹시 자폐아가 아닐까 생각하고 ASD 검사를 받게 할 가능성이 다른 부모에 비해 크기 때문일 수 있다고 게타훈 박사는 설명했다.
그의 연구팀은 앞서 첫째 출생 2년 이전이나 6년 이후에 태어난 둘째는 ASD 위험이 상당히 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160808048600009)



이 연구가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큰 아이가 아픈 엄마들은 둘째를 좀 더 적극적으로 살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 밤에도 나는 사랑하는 두 아이가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주며 긍정적으로 자라주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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