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이 살수 없어
2020.06
어린이날 선물로 사준 보조바퀴가 달린 두 발 자전거를 가르치고자 마음을 먹었다. 날씨도 적당히 덥고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도 많았다. 모방이 어려웠던 아이기에 내가 몸을 숙여 직접 발을 잡고 페달을 밟게 하면서 태운 지 2번 만에 스스로 페달을 굴리기 시작했다. 너무 기쁜 나머지 자전거를 어떻게 가르칠지 막막 해 해던 남편에게 몽이가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보내며 자랑했다. 잠시 휴대폰을 만지는 사이 몽이는 자전거에서 내려와 자전거 보관대에 세워진 자전거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남편과 연락을 끝내고 고개를 든 나는 몽이가 없어졌다는 걸 인식했다.
몽아~
보통 엄마 주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아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큰 소리로 아이 이름을 불렀다. 호명에 큰 소리로 대답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에 아이 목소리를 놓치지 않게 이곳저곳을 살피며 이름을 불렀지만 아이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팔에 소름이 돋아났다.
아.. 큰일 났구나
그때부터 수만 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누가 납치해 갔으면 어쩌지?’, ‘아파트 밖으로 나가서 큰길로 갔으면 어쩌지?’, ‘미아방지 팔찌를 채울걸’,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는데.. 어떻게 하지?’.. 그리고 곧바로 든 생각은 아파트 내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아이를 찾는 내 모습을 지켜보던 몇몇 아이 엄마에게 혹시나 몽이가 나타나면 데리고 있어 달라고 말하고는 아파트 관리실로 갔다. 안내방송을 위한 의상과 인상착의를 설명하며 ‘우리 아이가 아직 말을 잘 못해요..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는 말을 하지 않아요..’라고 말하며 눈물을 쏟았다.. 아파트 내 방송을 하는 동안 확인한 CCTV에서는 아이가 아파트를 크게 둘러싼 산책로 방향으로 나가는 게 찍혀있었다. 연락처를 남기고는 얼른 그 방향으로 뛰어가며 몽이를 불렀다. 마주치는 경비아저씨들 마다 ‘괜찮아. 곧 찾을 거야’라며 대수롭지 않은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귀에 하나도 들려오지 않았다. 너무도 평화로운 아파트 단지는 숨이 넘어갈 듯한 나와 분리된 세상처럼 느껴졌다.
한참을 헤매고 있는데 관리실에서 제보가 왔다는 연락이 왔다.
지하 주차장 4동 입구 앞에 꼬마애가 앉아 있다고 해요 ~ 얼른 가보세요.
다행히도 그곳에는 몽이가 있었고,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웃으며 뛰어와 안겼다.. 울며 불며 아이에게 이런저런 걸 물어보았지만 예상대로 대답을 들을 순 없었다.
엄마: 몽아, 왜 혼자 간 거야
몽이 : (헤헤 웃기만 한다)
엄마 : 엄마 손잡고 가야지
몽이 : (웃으며 엄마한테 매달린다)
엄마 : 그냥 혼자 간 거야?
몽이 : 네에~
다리에 힘이 풀려 몽이를 끌어안은 채 주차장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고, 얼마 뒤 깨달았다. 아파트를 두르는 길을 통해 지하 주차장 입구를 찾아서 우리 집이 있는 4동 아파에 있었던 건 이사 온 후에 마트를 다녀올 때나 유치원을 다녀올 때 항상 다니던 길이었다는 것을... 어쩌면 몽이는 이사온지 몇 개월 된 아파트 길을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혼자 길을 나섰던 건 아니었을 까. (추후에 얘기를 들은 아빠 말로는 몽이를 데리고 집에 가는 길을 찾게 했더니.. 맞게 찾아갔다고 했다.)
집으로 몽이를 데리고 돌아온 나는 급하게 제산제를 두 알 씹어 먹었다. 너무 놀라 위산이 과다 분비되었는지 너무도 속이 쓰렸기 때문이다. 3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나는 내가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 벌을 받는 게 아닌지.. 그렇다면 아이는 무사히 돌려주고 나를 아프게 했으면 좋겠다. 집 앞이라도 미아방지 팔찌를 채웠어야 하는데.. 아니 내가 자전거 타는 영상을 공유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수만 가지 후회가 들었고 아이가 없어지면 세상을 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가 만약 임신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태어난 몽이를 낳을건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크게 생각해보지 않고 ‘당연하지~’라고 대답했었는데, 그 날에서야 제대로 답을 찾았다. 어떤 선택이 주어져도 당연히 너를 만나겠노라고..엄마는 너 없이 살 수가 없다고.
엄마가 다시는 한눈팔지 않을게. 사랑해 아들아.